교사의 권위 땅에 떨어졌어도 교육자의 사명 잊지 말아야

ⓒ 고성신문

내가 살고 있는 고성읍 소재 아파트 단지 가까이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남산’이라는 산이 있다.
그

나도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시간이 되는 대로 남산을 찾는다.
정상 근처에는 정자와 체육시설과 급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데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곳이 되어있다.
나는 둘레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서 이 앞을 지난다.
자연히 모여 있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이 들린다.
어느 때는 목청을 돋우면서 격론이 벌이지기도 하고, 토론의 주제도 다양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망라하고 세계적인 내용이다.
최근에는 ‘교육문제와 폭력’에 관한 주제가 부쩍 많은 것 같다.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각자의 주장이 확고하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물론이고 학교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오간다.
때로는 글로 담을 수 없는 원색적인 얘기까지 거침없이 토론한다.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라더니 모여 있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 산을 오르면서 들었던 말만큼 얼굴을 붉히게 했던 경우는 없었다.

“요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얻어맞기 일쑤이고, 그러다 보니 인성교육은 전혀 되지 않고 있으며, 얼마 전 이곳에서 초등학생이 담배를 피우다 발각되어 경찰서로 가는 사건도 있었고, 또한 폭력을 휘둘러도 선생님은 내버려 두고, 욕을 입에 달고 살아도 계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간 나는 등골에 오싹 소름이 돋으며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얼른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정상을 돌아 산을 내려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분들은 내가 교장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고 따질 일도 아니다.
최근 우리 교육계가 국민의 눈에 그렇게 비치는 것이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사이의 인간적인 관계가 점점 소원해지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사가 폭행을 당하는 실정이 아닌가?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교사들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전락해 학생을 지도할 의욕을 잃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교육자로서의 사명까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도 이젠 교단을 떠날 날이 한 달 남짓 남은 것 같다.
교육자로서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본다. 그간 나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얼마나 충실한 인성교육을 했던가, 성적으로만 학생을 대하지 않았던가? 새삼 참회가 가슴을 울린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 올바른 인성교육이 왜 필요한가를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