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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 설악산의 그것을 능가하는 멋진 흔들바위가 있다는 말을 듣고 대가면 연지리를 찾았다.
천황산 약수암은 초가을의 정취가 가득했다.
발갛게 익어가는 감이며 시냇물에 잔뜩 가라앉은 은행나무 열매, 나무들은 이제 서서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약수암에는 약수가 있다.
흔들바위까지 안내해 줄 약수암 주지 대공 스님이 염불을 하는 동안 잠시 경내를 돌아보았다.
약수암이란 명칭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곳은 바위틈에서 마르지 않고 흘러나오는 약수가 깨끗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먼 옛날 심한 피부병을 앓던 사람이 이 물에 몸을 씻은 후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칠월칠석이면 피부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고도 전해 온다.
물이 무척이나 차지만 “차갑다”란 말을 하는 순간 효능이 사라진다고 해 꾹 참으며 물에 몸을 적시곤 했단다.
물을 플라스틱 병에 담아 햇볕이 닿는 곳에 두면 이내 이끼가 끼게 마련이지만, 이곳의 약수는 며칠이 지나도 심지어는 1년이 지난 후에도 이끼가 끼지 않더란 말까지 있다. 바위 틈새로 새어 나오는 물은 사당 안에 고이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에도 이끼가 전혀 없다.
뒤에 대공 스님에게 들으니 지금도 약수암의 물을 길어가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높이 5m 거대한 흔들바위
대공 스님과 차 한 잔을 나눈 후 출발했다.
입암산의 빽빽한 소나무 사이 오솔길을 5분 가량 걷다 보니 땀이 배어나기 시작한다.
출발하기 전에는 오분 정도 걸으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이십 분이 넘게 걸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설악산 흔들바위는 우습다는 스님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높이가 무려 5m나 되는 바위가 눈앞에 나타났다. 바위 너머는 벼랑 끝이라 고성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오늘은 날씨가 흐리지만 화창한 날은 고성만과 안정 앞바다, 거제도 옥녀봉까지 보여요.”
바위는 아래위로 길고 아래쪽이 위쪽보다 약간 뚱뚱한 오뚝이 형태를 하고 있다.
“한 2~30톤 정도 되겠네요?” 했더니 “왠걸요. 이 정도면 50톤은 될 걸요.”하고 대답한다. 이만하면 크기도 모양도 주위 경관도 어느 것 하나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못한 것이 없다. 이제 흔들리는 지만 확인하면 된다.
대공 스님이 가르쳐 준 대로 흔들바위에 손을 짚고 힘껏 밀어 본다.
바위가 워낙에 크다 보니 바위가 흔들리는지 내가 흔들리는지 아니면 세상이 흔들리는지 잘 분간이 가질 않는다.
이번에 스님이 밀어 보이고 기자는 한편으로 물러나서 지켜본다.
그 거대한 바위가 한 사람의 힘에 움찔움찔하는 광경에 말 그대로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어디 가서 또 만날까?” 생각하니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며 생각한다.
“단풍이 들면 꼭 다시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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