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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타고 떠나는 고성바다는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동물왕국을 연상케한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고성읍 철뚝 남포항에서 출발하는 유선에 오르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섬이 토끼섬이다.
꾀 많고 귀여운 토끼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 섬을 시작으로 삼천포 창선대교를 돌아 통영 사량도까지 유람선 여행은 뱃길따라 100리를 오간다. 언뜻 보기엔 한가로운 모습으로 올망졸망 바다 위에 떠있는 섬들 같지만 이 섬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때로는 한마리 용으로, 또는 호랑이로, 코끼리로, 원숭이로, 고래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하며 뱃길 유람객들을 유혹한다.
본지와 함께 유람선을 타고 뱃길 100리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지에서 본 아름다운 바다이야기를 이번주를 시작으로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철뚝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한려수도의 잔잔한 파도를 헤치고 토끼섬과 새섬 사이를 빠져나가면서 본격 바다 위의 동물왕국을 유람하게 된다.
이 중간중간에 꼬마전구를 켜 놓은 듯 하얗고 빨간 부자가 줄지어 늘어서 이 곳이 청정해역임을 자랑하고 있다.
유람선 가는 대로 눈길을 주다 보면 어느새 비사도와 읍도를 뒤로하고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포교어귀에 다다른다.
평소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은 시원하고 탁 트인 느낌을 주지만 반대로 이곳 대포 앞바다에서 육지를 올려다 보면 한적한 시골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오히려 더 정겹게 다가선다. 특히나 포교마을 지형이 마치 우리나라 지도모형을 하고 있어 신비감도 느껴진다.
포교를 벗어나면 바로 앞에 조그만 섬 하나가 선머슴 아이의 쭈뼛쭈뼛한 까치머리 모양을 하고 동그마니 솟아있다.
멀리서 보면 한줌도 안될 것 같은 작은 이 섬 이름은 팥섬.
조그맣다 하여 붙여졌다고는 하나 바다새들이 잠시 고단한 날개짓을 멈추고 쉬어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바로 앞에는 지네가 많다는 문래섬과 와도가 또 하나의 전설을 간직한 채 유람객들의 관심과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
와도는 지구가 생성될 때 암소 한 마리가 누워 있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섬이 됐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바다나 육지에서 바라보면 제대로 암소의 형상이 나오지 않지만 공중에서 보면 영락없는 암소와 닮았다는 것.
이곳과 이웃해 있는 자란도는 붉은 난초가 자생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가야가 신라군과 맞붙어 전세가 약화되자 이곳 자란도로 임시 도읍지를 옮겼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부터 상족암까지는 뱃길로 10리 남짓 가야 한다.
상족암까지 가기에 너무 밋밋하다 싶어서 일까. 중간쯤에 양쪽대칭이 꼭 맞는 장구모양의 섬이 손짓한다.
정말 장구를 닮은 모습이다. 혹자는 이 섬을 여인네의 가슴과 닮았다하여 ‘유방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섬은 비운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 곳은 비록 섬이지만 산세가 수려하고 지세가 강해 큰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고 전해오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 사실을 안 일본인들이 한쪽 귀퉁이를 잘라놓은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흰 물살을 가르며 장구섬을 뒤로하고 고개를 들면 수 억만년 전의 지층을 그대로 간직한 거대한 병풍을 만난다.
이곳이 바로 상족암의 병풍바위다. 이 바위에는 먼 옛날 용 2마리가 살았다는 쌍용굴이 눈길을 끈다. 기암절벽의 바위가 마치 하나로 이루어진 듯 길게 드리워져 있는 이 병풍바위는 수 억만년의 세월을 직접 느끼게 한다.
이와 함께 쌍벽을 이루고 있는 그 유명한 상족암이 마주보고 서있다. 밥상다리 모양이라 하여 붙여진 이 상족암에는 겉에서 바라보는 웅장함 외에도 감추어진 속내는 더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밥상다리 안쪽에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선녀탕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