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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시동 좀 꺼주세요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3월 20일
ⓒ (주)고성신문사
“봉고차 시동 좀 꺼주세요.”
오전 내내 바람이 불어 쌀쌀했던 지난 14일, 제98주년 배둔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 현장이었다. ‘봉고차’는 고성군의회 의원들이 배둔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타고 왔던 차량이었다. 
심지어 시동을 꺼 달라고 요청한 때는 시가행진을 끝내고 만세삼창을 위해 80, 90세를 넘긴 독립유공자 가족들과 초중학생들이 모여 있던 순간이었다.행사가 시작된 시각은 11시. 창의탑보존위원회는 당초 10시 30분에 기념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시간 고성군의회 월례회로 인해 행사는 30분 늦춰졌다. 
기념식이 끝난 시각은 정오 무렵이었고, 시가행진 중 배둔장은 이미 파장 분위기였다. 국천변에서 시작된 행렬이 배둔장터에서 절정을 이뤘다는 고성의 독립만세운동을 재연하는 시가행렬의 원래 취지는 무색해졌다.
추위를 참으며 시가행진을 마친 군민들이 만세삼창을 위해 모여들었을 때 A 의원은 담배를 피고 있었다. A 의원은 피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급히 봉고차에 올랐고 B 의원이 함께 탑승하자 봉고차의 시동이 켜졌다. 차량 소음으로 확성기 방송이 전달되지 않아 박일훈 위원은 시동을 꺼달라고 요청했다. 문 닫힌 차안에서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으니 의회 직원이 다시 한 번 시동을 꺼달라는 이야기를 전하고서야 봉고차의 소음은 사라졌다.
아이들에게는 흡연이 나쁘다 하면서 정작 아이들 앞에서 흡연하는 군의원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행사의 의미보다 자신의 편안함을 먼저 챙긴 군의원들을 보며 군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군의회는 군민의 대의기관이다. 군의회 의원은 군민의 손으로 뽑은 대변자이자 종복이다. 그러나 배둔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 현장에서의 군의원들은 군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이었다. 
행사 후 3.1운동 창의탑 보존위원회에서는 의원 월례회를 꼭 그 시간에 해야 했느냐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3.1운동 창의탑 보존위원회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탄핵으로 나라가 어수선한데 군의원들마저 자신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한탄했다. 
배둔장터는 100여 년 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일제에 항거한 민초들의 피와 혼으로 채워진 곳이다. 그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부디 군민뿐만이 아니길 바란다.
최근 고성의 숨은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기 위한 행보가 바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독립운동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에서의 일부 군의원들이 보여준 행태가 참으로 씁쓸한 3월이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7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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