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향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 395

우리가 사는 삶에는 늘 불안감과 안정감이 한 줄에 놓여있다.
불안감도 내가 만들고 안도감도 내가 만들기 때문이다.
제민숙시인<세입자> 디카시에서 “불안한 오늘이 공중에 매달려있다/ 한밤 자고 일어나면 이 불안 없어질까?”//
영상에 보이는 까치집이 오늘만은 무사했으면 하는 바람이 독자의 마음 또한 같다.
몇만 볼트 전류가 흐르는 전봇대 위에 내 집이라는 것을 상상해 본다면 얼마나 가슴 졸이며 살아갈까.
하지만 우리 세상도 마찬가지다.
위험천만의 불안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늘 초조한 불안을 안고 산다.
시인은 한 밤 자고 일어나면 이 불안이 없어질까 되묻지만, 불안한 세상에 놓여있는 우리에게 “한밤 자고 나면 괜찮아”라고 격려하는 말이다.
우리는 이 모든 일에서 일어나는 불안보다 오늘의 안녕을 기원하고 견뎌내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다.
조금 불편한 하루가 오더라도 이 정도쯤이야 웃으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처럼!
영상에 보이는 저 높은 곳에 있는 불안한 까치집은 가장 높은 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조망권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멋진 집이 아닐까
시인의 눈을 통해 불안한 오늘이 아니라 오늘을 통해 내일의 안부를 묻는 선험적 인식 경험이 선명하게 디카시 한편에서 상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