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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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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초입
이상옥(디카시연구소장)
한 우주가 저물 무렵
또 한 우주 붉게 피고
이국 하늘 기러기는 울어예고
저녁노을 같은 가을을 기다리며
올 여름 무던히 더워서 8월의 달력을 몇 번이고 뒤적거렸던 시간은 어느새 장맛비 몇 번 겹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싸늘한 기온이 돈다. 갈 날을 알고 비켜가는 것처럼 자연은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절기에 맞춰 서로 양보하며 자리를 내어준다. 이상옥시인<가을초입>디카시에서 ‘한 우주가 저물 무렵 또 한 우주가 붉게 피고’에서 지구의 자전과 태양을 둘러싼 공전을 거시적으로 말하고 있다. 연화산 등산길에서 우연히 만난 저 붉은 버섯에서 머물고 있는 시선은 벌써 가을을 통감하고 있는 듯하다. 들판에 곡식들은 재빠른 가을준비에 알알이 열매를 야무지게 영근다. 밤송이도 간혹, 여기저기 가을을 흩뿌리고 나무들은 이파리를 물들일 준비로 가을 입히기에 나선다. 우리들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익어간다고 표현하고 늙어가는 모습을 성숙하는 과정이라 표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우주의 모습에서 저무는 모습과 다시 붉게 타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언제 내 나이가 이렇게 많았던가 하고 실망스러운 나날도 있지만 남모르게 익어서 그리고 성숙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가 나이만큼 비례하여 성장한 자신을 어느 순간 만나곤 한다. 하루하루 아쉬운 시간들이지만 더 곱고 더 여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때문에 매순간 행복함을 얻는 것 같다 오늘 같은 내일이 아닌 올 가을은 벌써 또 다른 색깔로 우리를 마중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해의 절반이 넘어가는 지금, 무엇을 잊고 살고 있는지, 무엇을 놓고 가고 있는지 마음점검하기에 좋은 계절, 이 가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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