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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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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를 걷는 여자
조영래(디카시마니아 회원)
수면과 수심 사이
물결이 몰려와 부력이 된다
눈물의 바다 위에
그녀는 가라앉지 않는다
긴 그림자 하나 따라 걷는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
사람들은 때때로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 망망대해에 떨어진 저 그림자처럼 쓸쓸히 바다를 거닐고 있는 자신을 우연히 발견할 때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다 여기까지 왔는지?’ 심오한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눈물바다의 수심은 얕고 깊은 차이일 뿐, 별 반 다르지 않다. 조영래 시인의 디카시에서는 ‘눈물의 바다위에 그녀는 가라앉지 않는다’ 라고 했다. 위태롭게 물위를 걷는 여자에게 흔들리는 생을 보면서 가라앉으면 안 된다는 절절함이 배여 있다. 다행히도 우리 여자들은 눈물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방황을 할 때도 있지만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다시 꿋꿋이 바다위로 걸어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이다. 눈물이 마르기전 어른거리는 가족들 모습이 그녀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딸, 이름 앞에 놓인 수식어는 그녀들을 웃게 만들며 다시 살아가게 하는 행복한 말들이다 눈물의 바다는 사람을 가라앉히기보다는 부력의 힘으로 다시 일어나게 하는 의지가 숨겨진 바다라고 생각한다 긴 그림자 하나 따라 걷는 것은 내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붙잡고 있는 가족의 표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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