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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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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綠陰)
최창섭
꽃 진 자리에 돋은 환부다
생후 2개월도 안 된
몽고반점 같은 그리움이다
날이 갈수록 짙어만 가는
멍 자국이다
연두색 그늘 아래 초록 그림자
사월(思月) 같은 사월(四月)이 가고, 오월이 지나면 어느새 푸르른 신록의 계절이다.
한바탕 꽃잔치 끝나면, 그 자리에 연두와 초록의 물결이 초여름 바람에 가득하다.시인들이 말한 “우리 생에 꽃 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눈물이 난다”,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가고 있다” 그런 시구들이 뇌리에 스친다.
화자는 꽃 진 자리를 환부, 몽고반점 같은 그리움, 짙어가는 멍 자국이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연둣빛 그늘이다. 시간은 말없이 흘러 허무하다. 이제 곧 폭염의 계절이 오겠지’라는 평범한 언술과는 차이가 있다. 시(詩)란 남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누구나 익숙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식상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신선함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시 쓰기는 ‘낯설게 하기’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술이나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화자는 시작 노트에서 “세월이라는 약이 잘 듣는 것이라 그나마 안도한다”고 말한다.
오늘은 햇살 좋은 나뭇잎 그늘 아래, 상처난 자리에 새 살이 돋아나는 디카시 한 편을 읽는다. 세상의 모든 트라우마와 그리움이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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