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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속 안도, 본인부담상한제 이야기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11월 18일
↑↑ 양애정 / 시민기자
ⓒ 고성신문
한 강연회에 참석해 막 자리를 잡았다. 시작도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에서 귀촌해 고성에서 살고 있는 사촌 언니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어오는 다급한 목소
리에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아버지가 또 넘어지셔서 응급실에 계신다는 말에, 놀란 마음을 진정할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아버지!” 바늘이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도 아버지는 눈을 꼭 감은 채, 말없이 고통을 삼키고 계셨다. 바쁜 딸을 또 성가시게 했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자신의 연약함에 대한 서러움 때문인지. 이유가 무엇이든,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아픔이 마음 깊은 곳에서 침착함을 뚫고 솟아오른다.
급한 치료를 끝내고, 입원 수속을 하고 오니 아버지를 둘러싸고 간호사 3명이 오늘도 숨어버린 혈관을 찾아 전쟁 중이다.
변함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실 것 같았던 부모님은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를수록 쇠약해지신다. 특히 몇 년에 걸쳐 위암 시술과 뇌경색을 앓고 난 후, 아버지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신다. 잦은 낙상 사고로 인한 입원과 퇴원의 반복이 요즘의 일상이다.
병실로 올라오자마자 아버지의 걱정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며칠이나 있어야 하는지, 또 병원비는 얼마나 나올지. 걱정과 미안함으로 아버지의 안색이 어둡다. 부모란 자식들에게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쌓여가는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그 미안함은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아버지, 병원비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요즘은 본인부담상한제라는 것이 있어서 병원비 많이 쓰면 보험공단에서 나중에 돌려줍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치료받고 집에 갑시더.”
“그런 게 어디 있노? 진짜가?”
“진짜다. 아버지랑 엄마는 많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나의 말에 아버지의 얼굴에서 안도감이 비친다.
얼마 전, 병원 상담 때 ‘본인부담상한제’라는 제도에 대해 듣게 되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연간 의료비가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나올 경우, 그 초과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대신 부담해주는 제도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위해 의료보험공단 홈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 부모님은 몇 분위에 속하는지, 부담해야 할 의료비 상한은 어디까지인지. 아는 게 힘이라 했던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힘들어하는 고령층이나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가뭄 속에 단비 같은 참 고마운 제도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예상치 못한 고액의 의료비로 인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혜택을 놓치게 된다. 올해만 하더라도 자신이 환급 대상이 됨에도 신청을 하지 않아 미지급된 액수가 4천 억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 자신이 속한 소득 분위에 따른 본인부담상한액을 꼭 확인하고, 안내문을 받으면 적시에 신청해 혜택을 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 또한 아버지의 잦은 입원과 퇴원으로 고민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사실이다. 그저 막연하게 병원비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당연한 우리 몫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겼을 것이다.
올해 과도하게 지출된 의료비는 내년 9월이면 환급 대상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물론 모든 의료비가 환급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급여 항목, 전액 본인 부담 항목, 선별 급여, 상급병실(2, 3인실) 입원료, 추나요법 등 일부 의료비는 제외된다.
오늘 밤은 병원에서 자야 할 것 같다. 잠시 엄마에게 자리를 맡기고 필요한 물품을 챙기러 집으로 향한다. 불 꺼진 집으로 들어서니, 아버지의 빈 침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저릿해진다. 항상 이 자리에 계실 줄만 알았는데.
빠뜨린 것이 없도록 물티슈, 컵, 수건 등 물건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챙긴 뒤 집을 나선다.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나 반복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밤길을 걸어 다시 아버지가 계시는 병원으로 향한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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