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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오면 일대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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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산 금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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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산 장가바위 |
ⓒ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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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영오면 선유산은 하늘나라 선녀가 나무꾼과 사랑을 싹틔우며 놀았던 산이다. 옛날 가난하지만 부모를 위하여 선유산에서 나무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효성이 지극하고 얼굴도 잘생긴 ‘강수’라는 총각이 있었다. 어느 날 하늘나라의 선녀가 인간 세상을 살피던 중 나무하는 강수를 보는 순간 평생 처음 보는 미남이라 그만 반하고 말았다. 선녀는 하늘나라 법도를 어기고 시녀들과 함께 인간 세상에 내려와 강수를 만났다. 선녀는 인간 세상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시녀들에게 산 중턱에서 감시하게 하고 강수와 달콤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강수는 몹쓸 병에 걸려 그만 죽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선녀는 매일같이 하늘에서 내려와 강수를 찾았으나 이미 죽은 강수를 만날 수 없었고, 이 사실을 알아챈 하늘나라에서 법도를 어긴 선녀를 내쫓고 말았다. 선녀는 강수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상사병에 걸려 죽어 선유산의 무지개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 두기가 한창인 초가을 강아지와 단둘이 선녀와 나무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흔적이 곳곳에 즐비한 선유산을 찾았다. 이번 산행은 영오면 연당리 연촌마을 등산로 입구에서 시작하여 들평봉, 소재봉, 상여봉을 거쳐 선유산에 올랐다가 양호마을로 내려오는 약 7㎞의 거리를 4시간 정도 걷는 등산코스다. 오전 10시경 연촌마을 길옆 선바위에 ‘선유산 등산로 입구’라고 새겨져 있는 곳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주변에는 큰 소나무 세 그루가 그림처럼 멋지게 서 있다. 옆에는 진양하씨 선산으로 넓은 잔디밭에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능선을 황새등이라고 불렀는데 황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형상이다. 황새등에 무거운 짐을 실으면 황새가 날지 못한다고 하여 묘에 비석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의 묘지를 살펴보니 묘지의 규모가 큰 데 비해 비석이 없는 것도 있다. 과거 한국전쟁 때는 군사작전지역으로 사용되었고,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주변 산은 예비군 훈련장소였다. 도로에서 100m 정도 안으로 들어가면 옥연사 뒤쪽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선유산 안내 지도가 있는 곳의 이정표를 따라 멋진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오솔길은 아직 초가을이라 숲이 우거져 등산로 구분이 잘 안 된다. 등산로 주변에는 쑥부쟁이, 들국화, 취나물꽃 등 가을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주변에는 오래된 밤나무가 많다. 옛날에 수익이 높다고 해서 대규모로 조성했던 밤나무단지가 수십 년이 지나면서 고목이 되어 방치되고 있었다. 알밤이 많이 달렸는데 줍는 사람이 없어 대부분 야생동물의 먹이가 된다. 밤나무밭을 지나면 갈참나무와 소나무지대가 나온다. 완만한 능선을 걸어 오전 10시 40분경 첫 번째 봉우리 들평봉(해발 240m)에 도착한다. 이곳은 낮은 봉우리로 ‘함안450’으로 새겨진 삼각점이 안내표지와 함께 설치되어 있다. 영오면 들판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들평봉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숲이 우거져 주변의 풍경은 보기가 어렵다. 옛날부터 이곳은 명당자리로 알려져 주변에 묘지가 많다. 등산로 주변의 상석(床石)이 있는 어떤 묘지는 주변 관리를 하여 깨끗한데 묏등 위에 어른 허벅지 굵기의 참나무가 자라고 있다. 후손들이 찾아와서 묘지 주변만 관리하고 참나무는 베지 않고 그냥 놓아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묘지뿐만 아니라 높은 관직을 했을 법한 큰 비석이 있는 묘지도 가운데 한 아름 되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세상이 변하면서 묘지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석물은 그대로 남아있어 아쉽다.
# 이웃이 만나는 소재고개 오전 11시경 소재봉(해발 306m)에 도착한다. 소재봉은 완만하고 숲이 많아 주변의 풍경을 볼 수 없다. 소재봉 고갯길은 개천면 사람들은 진성장을, 영오면 사람들은 옥천사와 고성장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이었다. 주변에는 가난뱅이 절이 있었는데 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절에서 시원한 약수를 마시고 쉬었을 것이다. 소재고개 쉼터에서 잠시 휴식 후 상여봉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최근에 등산로를 정비하였는지 가파른 곳에는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상여봉 아래쪽에 형제바위가 있는데 한 많은 형제가 죽어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나 건너편 마을에서 바위가 보이면 마을에 불길한 일들이 생긴다고 하여 옛날부터 주민들이 바위 앞부분에는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하여 마을의 악재를 예방하였다고 한다. 오전 11시 40분경 상여봉에 도착한다. 선녀가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해 들은 옥황상제가 상여를 인간 세상으로 내려보내 선녀를 위로했다는 곳이다. 선유산 대부분은 흙길인 데 비해 이곳부터는 바윗길이라 주변이 전망이 잘 보인다. 상여봉을 조금 지나면 개천면 소곡산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나타난다. 이 등산로는 소곡산과 망선봉을 지나 개천면 사무소로 연결되는 3.5㎞의 등산로다. 선유산으로 가는 등산로에는 노간주나무가 많다. 잎은 바늘 꼴이며 한 마디에서 3개씩 돌려나는데 종자에서는 두송자유(杜松子油)를 짜서 약용 또는 등화용으로 썼던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나무는 옛날에 소의 코뚜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노간주나무만 한 것도 없었는데 코뚜레 나무라고도 불렀다. 12시경 영오면 양월 사람들과 개천면 가천 사람들이 넘나들었던 만날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담소하며 쉬면서 만났던 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나그네의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었던 재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10분 정도면 선유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정상으로 가지 않고 금굴이 있는 중턱으로 향한다.
# 선녀들의 놀이터 선유산 만날재에서 100m 정도 가면 금을 채굴했던 굴이 있다. 이 굴은 길이가 100m 정도 되는데 지금은 굴이 막혀 50m 정도만 들어갈 수 있다. 굴속에 짐승이 살고 있을 것 같아 입구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 보았다. 1971년경 금을 캐기 위해 판 굴인데 금은 파지 못했다고 전한다. 금굴 입구에 굴착기가 비바람에 녹슬어 있는데 이 기계는 당시 양기마을 청년 20명이 사업자로부터 현금 20만 원을 받고 이곳까지 올렸다고 한다. 선유산 8부 능선 금굴에서 중턱으로 가는 길은 칡넝쿨이 많아 걷기가 쉽지 않다. 선유산 9부 능선에는 선녀들과 시녀들이 인간의 눈을 피해 놀았다는 ‘굴바위’가 있는데 상여봉에서 보면 잘 보인다. 굴바위에서 시녀가 놀다가 떨어져 죽어서 혼이 된 ‘장가바위’가 등산로 옆에 있다. 총각이 돌을 던져 바위 끝부분을 마치면 장가를 빨리 간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중턱 길을 계속 가다 보면 운동기구들이 있는 ‘서나베이’에 도착한다. 선유봉 7부 능선에 갖추어진 운동시설을 주변 사람들이 이용하는지는 궁금하다. 이곳에서 다시 정상으로 오르는데 조금 올라가니 ‘띠바위’로 불리는 곳에 도착한다. 선녀가 강수 총각과 정상에서 놀 때 인간들이 보지 못하도록 시녀들이 에워싸고 지키던 곳으로 선녀가 죽자 시녀들도 같이 죽어 띠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12시 30분경 선유산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은 선녀와 강수 총각이 사랑을 나누던 곳으로 몇천 년 된 금포구나무(팽나무)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은 선녀와 강수를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 내용은 “선유산 정상에 한그루 금포구나무 / 선녀가 강수총각 꼬아서 놀았다네 / 서로 좋아 상사병에 걸릴줄도 모르고 / 애닯도다 애닯도다 사랑이 무엇인지 / 희미한 가을밤의 달님도 웃고 있네” 정상에는 선유봉 418m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고, 큰 소나무 아래 넓은 평상이 만들어져 있다. 매년 영오면 사람들은 선유산에서 해맞이 행사를 하고 있다. 선유산 북쪽 아래는 가천저수지가 산을 감싸고 있다. 이 저수지는 총저수량 950㎦로 영오면 일대의 농사를 책임지는 주변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선유산에서 하산은 양호마을 쪽으로 내려간다. 올라왔던 서나베이를 지나 한참을 내려가면 웃고개에서 양호마을과 매월마을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흰 의자가 있는 오른쪽 양호마을로 방향을 잡아야 쉽게 내려갈 수 있다. 소나무 숲길이 좋은 길을 계속 내려가면 제법 큰 무덤에서 등산로가 끝나고 양호마을 안길을 거쳐 지방도로 내려서 오후 2시경 등산을 마친다.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은 금강산 등 다른 지역의 이야기는 선녀 옷을 숨기는 이야기로 구성되는데, 이곳 선유산의 전설은 선녀가 잘생긴 강수 총각에 반하여 사랑하고 이별하는 특이한 줄거리다. 또, 선유산 곳곳에 전설과 맞아떨어지는 지명이 있고 선유산 노랫말까지 있다는 것이 이곳만의 재미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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