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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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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산사에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들의 법석이 마련됐다. 상리면 척번정리 청량사(주지 본공 스님․작은 사진)에서는 지난 23일 동료 노동자와 지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 달여 전 사천에서 사망한 스리랑카인 노동자의 추모법회를 열었다. 이번 법회에는 한국 출신으로 스리랑카에서 수행하며 계를 받은 위지따 스님, 네팔 출신으로 역시 스리랑카에서 계를 받은 상가라따나 스님, 스리랑카 출신으로 대구에서 수행하며 설법하고 있는 비아안다 스님 등 세 명의 스리랑카 스님과 청량사 주지 본공 스님(쑨야디빠)이 함께 했다. 본공 스님 역시 스리랑카에서 계를 받은 인연으로 청량사에는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나 이주민들의 발길이 잦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행하는 49재의 의미를 가진 이번 법회는 망자의 출신 국가인 스리랑카 현지 방식 그대로 진행됐다. 법회는 공양물을 든 불자들이 대웅전으로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부처님과 스님에게 올리는 공양물들은 남방불교에서 행하는 방식대로 금빛의 양산으로 햇빛을 가린 채 줄을 지어 천천히 이동했다. 육법공양 대신 작은 그릇에 담은 캐슈넛 등 견과류와 콩으로 만든 커리, 생선볼, 계란전병, 생선조림, 볶음밥 등의 음식을 큰 쟁반에 놓고 한 번에 공양했다. 스님들은 흔히 보는 회색 승복이 아닌 남방불교 스님들이 입는 가사 차림으로, 부채를 들고 입장했으며 고성은 물론 사천, 김해, 남해 등에서 찾아온 스리랑카인 불자들도 뒤를 이었다.
법회는 대웅전 이외에도 요사채로 자리를 옮겨 네 스님의 경전 낭독과 함께 기도가 이어졌다. 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인근 주민들도 함께 참석해 망자의 명복을 빌었다. 한국에 온 지 11년 된 랑가 씨는 “친구의 가는 길을 배웅하고 평안을 기원하며 다음 생에 더욱 행복하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친구가 모였다”라면서 “낯선 땅에서 함께 하며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청량사 같은 공간이 있어 친구의 마지막도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의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다. 법회가 끝난 후에는 스리랑카의 음식을 함께 나눠 공양했다. 점심공양은 스리랑카 방식대로 불자들이 스님들의 발우에 음식을 직접 전하고, 스님들은 현지에서와 똑같이 손으로 식사했다. 이날 공양은 밥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스리랑카 불자들이 직접 만들어온 현지식으로 마련됐다.
이재룡 씨는 “우리와는 다른 스리랑카의 법회를 지켜보며 새로운 문화적 경험도 가능했고, 현지에서 먹는 그대로 마련해준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도 있었다”라면서 “법회 분위기가 생소하지만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것이 마냥 침울한 것이 아니라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다음 생의 축복을 함께 비는 특별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본공 스님은 “우리와 다른 나라에서 온 분들이지만 부처님과 스님을 대하고 사랑과 자비를 나누는 마음만큼은 모두 똑같을 것”이라며 “먼 나라에서 이 땅에 와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빌면서 부처님의 자비가 함께 할 것이다. 스리랑카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 온 분이라도 누구나 찾아와 마음의 평안을 얻기를 바란다”라고 기원했다.
한편 청량사는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준비과정에서부터 참여하는 절집이다. 청량사 신도들 중 뜻을 함께하는 신도들은 한 달에 만 원씩 모아 매월 50만 원의 장학금을 조성, 소가야중학교 두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