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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갉아먹는 치매, 초고령 고성의 현실

연초 치매환자 배회 사망사고로 지역사회 술렁
경증 알아채기 쉽지 않아 중증 악화 후 진단
치매 의료·요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치매환자 배회감지기, 고화질 CCTV 등 대책 마련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24일
ⓒ 고성신문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다.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치매 유병률은 전체 노인인구의 9.18%로 약 54만 명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약 127만 명, 2050년에는 약 271만 명으로 2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치매환자 증가는 치매 진료비의 상승을 가져온다. 치매 환자 1명에게 드는 연간 관리비용은 2천74만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2004년 약 415억 원이었던 치매 진료비는 2009년 약 4천528억 원, 2013년 약 1조 455억 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고성군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다. 현재 고성의 고령화 비율은 28%를 넘어섰다. 이 중 약 30%는 혼자 사는 노인이다. 고성군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환자는 총 1천400여 명이다. 군내 치매환자는 1천800여 명으로 추정된다. 고성군도 치매로 인한 갈등과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그러나 치매환자나 가족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많지 않다. 예방과 돌봄, 치료, 가족지원 등 치매보호체계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 때문에 치매가 경증인 시기를 놓치고 중증으로 악화돼 치료와 요양 등의 부담, 갈등을 일으키는 일이 빈번하다.

# 배회 치매노인 실종 사망, 고성은 충격
대가면 유흥리 삼계마을 작은 동네가 연초부터 발칵 뒤집어졌다. 1월 3일 오후에 집을 나선 A씨의 행방이 묘연했다. A씨는 집안에서 입고 있던 얇은 티셔츠와 일바지 차림으로 사라졌다.저녁시간부터는 오가는 이가 없는 시골마을에 홀로 살았던 탓에 실종을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실종을 인지하자마자 주민들은 실종신고를 하고 그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매일 100명이 넘는 경찰 기동대원들이 마을 내 집집마다 빈 건물까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샅샅이 뒤졌다. 드론과 수색견까지 투입해 마을 뒷산을 수색하고, 지역 의용소방대와 산불감시원은 물론 마을 주민들도 스스로 수색에 동참했다.그가 발견된 것은 꼬박 나흘을 채우고 닷새째 들어가려던 날 오후 3시 10분경이었다. 살던 동네에서 산길을 걸어 3㎞나 떨어진 척정리 척곡마을 입구 농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고성군 전체가 충격이었다. 더구나 집성촌으로, 한 마을에서 이주 없이 50년 넘게 함께 생활해온 주민들은 공황상태였다.A씨는 자식들을 모두 대처로 내보내고 배우자와는 사별한 채 혼자 살고 있었다.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마을회관에서 모퉁이만 돌면 나오는 집인데도 치매 탓에 종종 길을 잃곤 했다. 방향, 날짜, 시간 감각이 사라져 종종 아들 이름을 부르며 동네를 배회하다 주민들에게 발견되곤 했다. 사고 전에도 배회하다 다른 마을에서 발견된 적이 두어 번 있어 주민들의 관심은 더 각별했다. A씨의 사망 소식에 한 마을 주민들은 물론 그를 찾기 위해 소식을 공유하고 현장을 찾았던 군민들은 망연자실했다.

# 치매, 경증에서 발견 쉽지 않아 악화 후 진단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치매는 “대뇌 신경 세포의 손상 따위로 말미암아 지능, 의지, 기억 따위가 지속적·본질적으로 상실되는 병. 주로 노인에게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癡呆. 치매 두 글자는 모두 ‘어리석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에서는 ‘치매’라는 표현 대신 ‘인지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질병이나 노화 등 여러 원인으로 손상된 뇌는 기억력을 포함해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손상 정도에 따라 이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포괄적으로 말하는 것이 치매다.흔히 치매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 disease)으로 알고 있지만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질환이다. 전문가들은 치매환자의 5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대뇌 피질세포의 퇴행으로 기억력과 언어기능 장애는 물론 판단력과 방향감각 상실, 성격 변화까지 가져온다. 증상이 서서히 시작되기 때문에 정확한 발병시기를 확진하기가 쉽지 않다.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치매 증상은 기억장애다. 사람이나 사물, 최근의 대화나 행동 등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수십 년 전의 옛날 일은 잘 기억하는 일도 많다. 단순한 건망증과 혼동할 수 있다.상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말수가 줄어들거나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도 증상 중 하나지만 잘 나타나지는 않는다. 우울증과 비슷해 지나치기 쉽다.잘 알던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집을 못찾기도 한다. 복잡한 그림을 따라 그리지 못하기도 한다. 공간지각장애다. 계산장애나 평소 흔히 하던 행동을 잘 하지 못하고 알고 지내던 사람 심한 경우 가족과 배우자도 알아보지 못하는 실인증도 치매가 진행될수록 뚜렷해진다.치매 초기에는 주로 가벼운 인지기능장애로 시작돼 건망증과 혼동,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배회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불면증, 과식증, 환각과 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망상 역시 흔한 증상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40%는 도둑이 들었다거나 물건을 훔치려 한다는 등 의심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병이 진행되면서 환각이 나타나기도 한다.경증일 때는 증상을 알아채기 쉽지 않아 이미 중증으로 악화된 후에야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중증 치매환자의 폭력적인 모습과 의심, 망상, 배회 등 행동 변화는 가족은 물론 간병인에게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치매환자들의 가족은 입원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 치매환자 대책 마련 위해 고심하는 고성
앞서 올해 1월 A씨의 실종 사망 사건 이후 치매 관련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사건 직후 군은 보건소와 경찰서 등 관계자들과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A씨가 CCTV에서 확인되기는 했으나 협조공문 등의 절차상 다소 시간이 걸렸던 데다 화질이 썩 좋지 않아 인상착의 확인까지 애를 먹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구형 배회감지기는 감지거리가 좁기 때문에 신형 배회감지기를 빠른 시간 내에 보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담당자들이 신형 배회감지기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개당 30만 원에 이르는 가격과 통신비 등의 부담으로 인해 추진이 늦어진 것도 사고에 적절히 대처하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이에 따라 군은 고성경찰서와의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사고 발생 즉시 CCTV를 확인해 당사자의 동선과 인상착의를 먼저 파악하고 이후 공문 등 절차를 밟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용이 다소 부담되더라도 치매환자와 배회 가능성이 있는 지적장애인의 신청을 받아 신형 배회감지기를 보급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치매환자에게는 의류에 부착하는 배회인식표, 휴대용 위치추적기를 지원해 전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환자의 실종이나 발견 시에는 경찰과 즉각적인 협력을 통해 인적사항 파악, 위치 감지 등이 가능하다.치매안심센터에서는 군내 다양한 업종과 단체와 협력해 치매등대지기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등대지기는 치매환자의 실종이 파악되는 즉시 간단한 인적사항 등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공유하고 있다.올해 초 사고를 겪으면서 군민들은 배회가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드론 수색팀이 구성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마을 내에 치매노인이나 장애인이 거주하는 지역은 기동력 있는 젊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실종 발생과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제 고성은 치매를 받아들이고 친해져야 할 때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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