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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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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잘못된 보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론계의 자정노력이 가장 시급하다.”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 민근식 양성평등교육부 양평등사업팀장의 말이다.실제로 양평원은 네이버 포털 뉴스 검색기능을 통해 노출된 기사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했다.이 결과 피해자의 신상을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미투운동에 대한 부정적 묘사, 제목의 선정성, 성폭력을 사소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표현들이 난무했다.우리나라 언론의 행태는 일부이긴 하지만 ‘미투’와 관련된 보도를 할 때 미투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거나 미투운동의 의미 자체를 깎아내리기 일쑤였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스웨덴의 언론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기사는 물론 조직 스스로도 성평등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공동기획취재단은 지난 10월 25일 스웨덴의 대표 일간지 중 하나로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스벤스카 다그블라뎃(SVENSKA DAGBLADET)를 방문했다.
# 스벤스카 다그블라뎃은 어떤 신문?
1884년 12월 18일 창간한 스톡홀름 조간신문이다.134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하루 17만 부를 발행하고 있다.스톡홀름에서 두 번째 큰 언론사로 파급효과나 영향력 또한 크다.17만부의 종이신문 외에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고객이나 PDF 구독자가 6만8천 명, 모바일, 뉴스 페이퍼, 레터 등 돈을 내지 않고 기사를 접하는 독자만도 7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스웨덴 인구 990만 명에, 스톡홀름 인구가 90만 명임을 감안할 때 수도 스톡홀름 시민들 대부분이 이 신문을 접하는 셈이다.‘올해의 뉴스페이퍼 상’, ‘퓰리처 상’, ‘베스트 웹사이트 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2012년부터 발행부수가 줄기 시작하면서 결국 2014년에는 20%나 감소해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그러나 원인 분석을 통해 새 버전의 신문을 선보이며 2015년부터 신문판매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디지털 구독이 급성장해 온라인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만 18억 원이 넘었다.
# 편집국 내에서의 성평등 실천 편집국을 포함해 경영파트까지 조직 전체에서 직급별, 업무별로 성비분석을 하는 등 직원들의 성비균형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2018년 10월 현재 스벤스카 다그블라뎃 전체 직원 중 여성은 67명, 남성은 73명으로 이 중 관리자는 여성이 5명, 남성이 4명이었다. 편집국은 여성 47명, 남성 60명이었으며 보도국 관리자는 여성 6명, 남성 3명이었다.전체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높았으나 관리자급은 여성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과거에는 남성 기자들이 월등히 많았으나 현재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지난해 스웨덴에서 미투 열풍이 불었을때 스벤스카 다그블라뎃도 자체적으로 조직 점검에 나섰다.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행히 단 한 건의 불미스런 일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신문사 내에 성평등과 관련한 검증에서는 5명 중 1명이 회사 내에 성차별이 있다고 대답해 이를 시정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임금격차(4%) 해소인데 이 격차의 원인이 성차별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또 이곳에서는 남녀 차이를 두지 않고 모든 직원에게 남녀편견에 대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교육한다.스벤스카 다그블라뎃 직원들의 성비를 분석한 자료에서 남성(73명)과 여성(67명)의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 성평등 실천 프로젝트 ‘젠더 로봇’ ‘더 갭’ 운영
스벤스카 다그블라뎃은 ‘젠더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젠더 로봇’은 각 기자가 한달 동안 쓴 기사를 분석해 성평등 보도를 실천했는지 분석하는 시스템이다.한 달 동안 쓴 기사에 거론된 인물의 이름과 대명사를 분석해 몇 퍼센트가 남성이고, 여성인지의 결과를 도출해, 젠더 로봇이 기자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기사 속에서의 성평등을 실현하고 있다.‘더 갭(The Gap)’ 프로젝트도 성평등 보도를 위한 일환으로 진행돼왔다.이 프로젝트는 스벤스카 다그블라뎃이 자체 구독자들을 분석한 결과 여성들의 구독률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시작됐다. 여성독자들의 구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 소셜미디어와 심층인터뷰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디지털 미디어 안에서 여성들이 선호하는 방식에 초첨을 맞추기로 했다. 팩트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더 친근하게 기사쓰기, 시각성을 강조하고 소셜미디어로 접근하기, 여성들이 관심 있는 토픽들 다루기,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기사 쓰기 등이다. ‘더 갭(The Gap)’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여성 독자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 미투운동, 가해자 실명 비공개 원칙
스웨덴은 성평등지수가 높은 것에 반해 성범죄 보도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엄격했다.특히 스웨덴의 미디어들은 성범죄 보도와 관련해 무차별, 선정적 보도는 지양하고,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스벤스카 다그블라뎃 신문사는 성범죄 관련 보도에서 ‘인권 존중’에 초점을 두고 가해자와 피해자 실명 공개에 주의를 기울인다. 반드시 필요할 때만 이름을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범죄 관련 기사는 팩트 중심으로 짧게 다루는 반면 성평등과 권력에 대한 기사는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한다.지난해 9월 27일자 스벤스카 다그블라뎃 1면은 공연계 미투운동 서명에 동참한 배우 600명의 서명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당시 스웨덴에서 배우들이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겪은 사건이 ‘미투운동’으로 이슈화 됐을 때 배우는 물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익명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당시 배우들은 언론의 손을 빌리기 보다는 동료와의 연대를 선택했고 48시간도 되지 않아 500여 명의 배우가 ‘미투’ 운동과 관련한 서명에 동참했다.이를 통해 스벤스카 다그블라뎃은 성범죄 관련 기사를 실을 때 기존 갖고 있던 원칙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과 가이드라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던졌던 노벨상 조직위원회 스캔들 당시 스벤스카 다그블라뎃은 당사자의 실명을 내보냈다가 언론위원회의 비판과 함께 벌금을 내기도 했다.익명으로 들어온 제보는 관련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기사화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 성평등은 스웨덴의 주춧돌
마리아 림피 편집장은 “성평등은 스웨덴 사회의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스웨덴에서 유아차를 끌고 아빠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육아에 있어서도 남녀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특히 용어도 남(han) 여(hon)로 구분하지 않고 중성(hen)으로 사용한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똑같은 의무와 권리가 있기 때문에 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스웨덴 정부도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결정을 해 왔다.1921년 참정권을 시작으로 1970년 스쿨 성평등, 1975년 낙태(18주) 금지, 1979년 성차별금지법, 2013년 성추행 역시 불법행위라는 법 제정 그리고 2018년 성평등장관이 생겨났다.스웨덴은 국가나 정부에 대한 신뢰는 높지만 신에 대한 믿음은 낮다. 개인주의가 심화된 곳이다. 스웨덴은 2016년 성평등지수가 5위를 한 적 있는데 가장 낮은 순위였다. 한국은 118위다.# 성평등에 대한 언론의 역할과 기준마리아 림피 편집장은 “20년전만 해도 주요 기사들이 중간계층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남성들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그것이 성평등하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그는 “성평등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만이 답”이라고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