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나의 모교인 대흥초등학교에 갔다. 우리 형제자매들의 모교이며, 우리 두 아이의 모 이다. 그만큼 우리에겐 소중한 인성의 터전이며,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존재다. 그날, 그 기상에 찬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아이들 학교 다닐 때는 자의든 타의든 관심을 가지고 자주 갔었는데,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니까 약간 소원해진 편이다.
이번에는 학교 행사 즉, 소규모학교 협동교육과정 운영사례발표가 있었다. 내가 이사로 있는 (사)고성군교육발전위원회에서 이 프로그램에 예산을 지원했다. 동문 겸 참관자격이다. 오랜만에 학교소식도 궁금하기도 했으며, 친정에 가는 마음 같이 약간의 설렘이 일었던, 오랜만에 특별한 시간이다.
나의 모교인 대흥초등학교는 언제 봐도 풍요롭고 편안하며 아름답고 힘찬 기상이 서린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가난했지만 산자수명의 좋은 기운을 먹고 자란 활력에 찬 학창생활이 그리워진다. 그때가 참으로 행복했었으며, 지금, 이곳에서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더욱 더 행복해 보인다. 학생 수 30명, 교직원 18명, 좋은 환경, 골고루 갖추어진 학습자재, 깨끗한 급식시설. 부모 같은 선생님, 아이들은 왕자, 공주이며, 왕실교육, 귀족교육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학생수가 8백 명, 천명까지 되었었다. 운동회하는 날은 동네에서 일 년 중에 최고 큰 잔치였으며, 천 여 명의 아이들과 학부모들, 동네사람들로 합쳐 수천 명이 뿜어대던 그 뜨거운 열기와 함성은 며칠을 가도 식을 줄 몰랐다. 등하교시에 최고 학년의 선배가 선두가 되어 깃발을 들고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줄을 지어 논두렁을 타고 학교를 오고가던 행렬의 모습들이 지금도 추억 속에 아른거린다. 그런 학교가 지금은 학생수가 30명(유치원 포함)이다.
정말 격세지감이 든다. 그것도 올해에는 신입생을 채우지 못할 형편이 되어서, 교장선생님께서 3명을 다른 지역에서 데려와 입학을 시켰다고 한다. 통학버스 노선이 제한되어, 이 아이들을 교장선생님이 등하교 시 자신의 승용차로 태워오고 태워준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보통일이 아니다.
고성군내에 20개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에 100명 미만의 소규모학교가 15학교가 된다고 한다. 고성군 내 전체 초등학생 수 2천9백여 명 중에 고성읍 소재 학교(고성초 1031명, 대성초 754명)에 60%가까지 차지하고 있으며, 갈수록 비정상적인 비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농촌 지역 학부모들이 고성읍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를 원하는 것도 주원인이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갈수록 공동화되어가는 농촌 현실에 가중되는 시골 학부모의 두려움 때문이다. 적어도 시골학교에 학생수가 100명 정도는 되어야하는데, 공동화로 자기 아이들이 경쟁에서 소외될까봐 불가피하게 고향을 떠나기도 하고, 궁여지책으로 읍 소재 학교로 보내는 것이다. 읍 소재 학교 역시 학생 수가 과도하게 많다 보니 아무래도 학습조건이나 교육환경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고 학생 수도 포화 상태이다. 지역, 학교와 학부모가 공동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읍 이외의 지역, 대체로 인구가 집중된 지역인 하이, 동해, 거류 지역엔 학생수가 100명에서 200명 가까이 되고 있으며, 그 이외 대부분 학교는 30명에서 60명 이내이고, 19명이 되는 학교도 있다. 이들 학교는 언제라도 닥쳐올 폐교위기에 처해있으며, 소규모학교 협동교육과정 운영도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자구책으로 운영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인근 영현초(학생수 19명)와 협동화하는데, 매주 화, 수요일에 협동교육과정을 전일제로 운영하고 있다. 기간도 일 년이다. 원어민 보조강사의 활발한 지도며, 선생님들의 학습활동의 지도안도 다양하고 내실 있고 과학적이다. 나는 처음에 단기 과정인 줄 알았다. 두 학교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의 열정과 성의가 눈물겨울 정도인데 이러한 교육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여건만 조성해준다면 정말 왕실교육, 귀족교육이 아니겠는가. 좋은 학교 만들기는 이분들만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자체, 지역주민, 동문회가 진정으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시골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학교의 경우는 유학기숙형 학교로 만들어 외지에 있는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도농이 상생조화를 이루는 좋은 학교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프로그램을 실천하기에는 공교육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의지, 지역주민, 동문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교육공동체 구성이 필수적요건이다. 시골이라고 기피하지 말자. 조화로운 경쟁원리만 주어진다면 시골만큼 이상적인 교육환경도 없다고 생각한다.
부언하자면 역대 유명 인물들, 현존하면서 이름을 날리는 인재들은 대부분 시골출신들이다. 전, 현직 대통령부터, 각계각층에 이름을 날리는 분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가 시골출신들이 아닌가. 이제 거의 사문화되다 시피하고 있는 전근대적인 정책인 지역학군제를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폐지해야한다고 본다. 학군제가 폐지되면 학생 수의 격차가 더욱 더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기우가 될 것이다. 각 학교마다 학교경영 전문가제도(차선책으로 운영위원회를 이런 방향으로 활성화시킴)를 도입한다면 학교 발전 및 학생 수 수급문제는 차츰 해결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시골 아이들이여, 기죽지 마라. 너희들이야말로 세계가, 국가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준비된 녹색의 미래다. 시골만세, 촌아이 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