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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장애보다 일반인들의 차가운 시선이 더 힘들다는 회원들은 장애는 죄가 아니라며 보다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가 하루빨리 찾아오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찻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하는 절박한 상황, 그들은 유도블록과 음성신호기만이라도 설치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된 사람들이 있다. 귀와 손만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 밥 해먹는 것도, 반찬을 집어 입에 가져가는 ‘당연한’ 일도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언제나 어둠 속에서 사는 사람들. 고성의 시각장애인 수는 350여명으로 추산된다.
“사실 보도의 유도블록이 도시만큼 잘 돼있지를 않아요. 그러니 우리처럼 지팡이로 눈을 대신하는 사람들은 길을 다니는 것조차도 힘들죠. 관할기관에서야 맹인이 없으니 형식적으로 할 수밖에요. 하지만 우리도 고성군민이잖아요. 그 정도는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고성군 시각장애인협회 권경은 회장의 말이다. 유도블록만이 아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찻길을 건너려면 목숨을 걸어야한다. 음성신호기가 먹통인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 그러니 이들은 두 귀에만 의존해 길을 건너는 모험을 매일 하고 있다.
“대중목욕탕에서 김이 서려도 안경을 꼭 써요. 예전에 제가 대중탕에서 안경을 벗고 있으니까 누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보이나? 내가 누구게? 이렇게 놀려대는데, 기가 막히더라고요. 제 눈 상태를 알면서 어쩌면 그렇게 놀려댈 수가 있죠?” 조효숙 씨는 지인이 놀리던 그 상황을 다시 떠올리며, 치가 떨리는 듯 보였다. 조 씨는 원시와 근시, 난시까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정상인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마음을 아무리 밝게 가지려 해도 조효숙 씨 같은 경우를 당하면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단다. 당연하다. 보통의 사람들도 그런 경우를 당하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텐데, 이들은 마치 장애가 죄인 것처럼 모는 세상을 살아내기가 참 힘들단다. 이들은 일반인이 아니다. 일반인과 비교할 필요도, 비교할 수도 없다. “장애인도 세상을 같이 사는 사람인데 눈이 안보이니 정보습득 자체가 불가능해요. 듣는 것만으로는 세상살이를 100% 알 수가 없어요. 신문도, 뉴스도 볼 수가 없으니 답답하죠. 녹음실이 있으면 좋겠어요. 신문이나 잡지를 녹음해주면 들을 수 있게...” 시각장애에 언어장애까지 가진 윤태호 씨는 확대경으로 책을 읽다 말고 인터뷰에 동참한다. 서울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녹음해 시각장애인의 집으로 배송까지 해준다더니, 고성에서는 세상 돌아가는 모양도 모르고 산다며 하소연을 하다시피 한다.
“기자님은 백화점 가면 아이쇼핑 하죠? 우리는 핸드쇼핑을 합니다. 손으로 만져보지 않으면 옷도 물건도 살 수가 없어요. 그런데 백화점 같은 데서는 만지는 걸 싫어하니, 모든 면에서 보호자 없이는 집 밖을 나갈 수 없어요.” 뿐만 아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안마사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기도 한다. 물론 군에서 지원되는 부분이 없진 않다. 전화비나 전기세 등의 세금은 면제되고, 의료비 혜택도 받고 있지만, 금전적 지원은 매월 내오는 장애수당 그것도 1급이 13만원일 뿐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말하는 것은, 돈을 많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니기 편하게, 더 이상의 불편한 시선을 겪지 않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게 그 정도만 바랄 뿐이다. 이들에게 몸의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더욱 불편한 것은 마음의 장애를 갖고 그들을 보는 일부의 시선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