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장철을 앞두고 무 배추값 폭등으로 가정마다 난리다. 그런데 작년 이맘 때 뉴스를 찾아보면 정말이지 정반대의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농민들은 트랙터로 무 배추밭을 갈아엎고 한숨지으며 더 이상 농사짓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는 2005년 흉년, 2006년 풍년, 올해 흉년 등 해를 걸러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또 서민들의 밥상어종인 전어가 작황부진으로 품귀를 빚어 그 흔하던 전어가 귀족어종이 됐다. 올해는 어떤가? 김장값과는 정반대로 청장년 10여 명이 푸지게 먹고도 남을 전어 한 상자가 2만~3만원이면 족하다.
비단 무 배추 전어뿐이겠는가. 고추파동 마늘파동 소값파동 등등 무수히 많다. 또 앞으로 수입쌀이 들어오면 쌀값파동에다 정부는 더 많은 토지경작자에게 직불금 또는 휴경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지 모른다.
이렇게 매년 되풀이되는 1차 산업의 불가측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첫째는 경작정보의 불예측성이다. 농업은 특성상 1년을 주기로 이루어지는 산업으로 내년을 예측할 수 없다. ‘누가 무엇으로 돈벌었다더라’는 정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년이면 대부분의 농민들이 같은 작물, 같은 투자에 돌입한다.
그 결과 한두 해 짭짤했던 수익은 그 다음에 투자 실패로 돌아간다. 현대적 경제의미로 보면 1차 산업은 풍년이나 흉년이나 비슷한 경제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즉 풍년의 생산량과 판매단가의 곱이 흉년의 생산량과 판매단가 곱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농민들이 풍작을 갈구하는 것은 거기서 오는 넉넉함의 미학이 있기 때문이다. 생산물의 일부는 팔아서 다음해의 기초자본으로 쓰고, 또 자식과 친지에게도 작은 인정이나마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항상 풍년만을 갈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적 농업은 재화의 상대적 개념이다. 즉 항상 수요와 공급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이익도 확보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가능한 한 작목별 경작면적과 소비자의 취향변화, 내년의 날씨까지도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는 저장과 유통의 문제다. 과거에 허생원이 제주 말총과 제수용품을 사재기해 부족할 때 팔아서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있다. 문제는 저장 장소와 기간, 관리 등을 역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개인만으로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판매시점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동종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보 취합이 중요한 열쇠다. 셋째는 수익성의 문제다. 예부터 논 팔고 소 팔아 자식 큰 공부시켰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쌀 팔고 고추 팔고 마늘 팔아 공부시켰다는 이야기는 적다.
이는 쌀 고추 마늘 등이 가정에 아주 필요한 작물이기는 하지만 목돈은 역시 고정자산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농민 모두가 경작한다고 할 수 있는 이들 필수 작물은 농가 활동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보다 가치 있는 생산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보장된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앞으로도 1차 산업의 길흉을 점치기는 대단히 어려우며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1차 산업 종사자의 행복을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이제 농촌에도 ‘농업펀드’를 생각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농업펀드는 생산의 안정화뿐만 아니라 유통 및 수익성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조성은 수익성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또 굳이 수익성이 아니더라도 현재 국가가 부담하는 지원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농업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 경작정보와 저장 가공 유통에 대한 정보의 집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물가안정과 우리 농산물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국가나 지역단위의 생산 소비 예측지수도 필요하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진 1차 산업이 언제까지 풍·흉년과 같은아주 원초적 문제를 되풀이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제 농업인과 정부관계자 모두 1차 산업을 한 단계 더 상승시킬 전략수립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