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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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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이 걷히고 동쪽 하늘이 서서히 붉어진다. 밝아오는 것은 한참이나 걸리는데 붉어진 하늘 끝에 해가 솟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제와 늘 똑같은 거류산과 벽방산 사이에 오늘의 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해의 기척에 놀란 오리떼가 수면을 차고 우르르 날아오른다.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 같은 거류산이 비상하는 물새떼를 내려다본다.
때로는 수만 가지 단어보다 단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울림이 더 크다. 맑은 땅 이상근 작가가 고성읍 대평리와 기월리 사이 송림 근처에서 찍은 일출, 바로 이 장면 같은 사진 말이다.
우리는 참 오랫동안 멀리 지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몹쓸 병이 지구별 전체를 휩쓸면서 누구의 뜻도 잘못도 아닌 이유로 이별해야 했다. 자그마치 3년의 세월을 지긋지긋한 위기와 이별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동안 혹 몸의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지지 않았던가. 얇디 얇은 마스크 한 장 너머의 입을 보지 못해 혹시라도 그 따스한 웃음마저 못보고 살지는 않았던가.
시간은 절로 흐르고, 세월이 가니 일상도 되돌아왔다. 그동안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며 위기에 맞섰다.
해가 뜨면 거류산과 벽방산 아래 드리운 안개가 서서히 걷힐 것이다. 농한기라도 바지런한 촌부들은 안개가 걷히기 전부터 손을 놀려 소일이라도 할 것이고, 오리떼는 시간이 지나 봄이 오면 창공을 날아 힘껏 생을 살아낼 것이다. 이제 우리도 오리의 힘찬 날갯짓처럼 훨훨 날아오를 때다.
아무리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라지만, 개천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오리떼가 새해를 알리는 푸른 용의 해 아닌가. 개천이면 어떻고 진흙탕이면 어떤가. 박차고 날아오르면 될 일이다. 갑진년, 용의 기백을 가슴에 품고 살면 우리 모두가 개천에서 난 용이다. 위기는 멀어지고 평안과 행복만 가득한 새해. 고성군민 모두 푸른 용의 기운을 안고 비상하는 2024년 보내시길.
사진 촬영=이상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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