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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이란 나라와 집단에 연계되어 독립생활을 영위하는 자유민을 뜻한다. 세상에 날고뛰는 사람일지라도 혼자는 살 수 없기에 더불어 사는 인간을 가리켜 사회적 존재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생활을 자세히 보면, 어느 하나도 상호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집단은 소우주의 질서와도 같아 그물이나 사슬보다도 더 강한 힘으로 이어져 있음을 본다.
그렇다면 서로의 보완적 유대관계를 이루는 힘의 바탕은 어디에서 오며, 또, 공민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를 알아본다.
하나는 사회 구성원간의 부여된 소속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단결하는 것이다. 특히, 민주사회에서 권리주장은 의무를 수행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필수 요건이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가정을 살펴보자.
가정은 자신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으로 구성된다. 오늘날의 가족은 부모와 자식들로 구성된 2세대 중심으로 축소되었다. 가정의 기둥은 아버지와 어머니며, 그들은 자식의 양육에 책임을 져야하고, 교육시켜야 한다는 사명을 지닌다.
자식은 어머니의 정다운 손과 아버지의 자애(慈愛)를 거름으로 하여 자란다. 그리하여 가족은 인생을 신뢰하며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정답고 부드러운 사랑의 끈으로 맺어져 인간의 자격을 배워 나간다.
전통가정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숙모 등이 모두 함께 사는 대가족 속에서 인간의 사는 방법을 다양하게 배우면서 폭넓은 지혜를 배워 나갔으나, 핵가족이 된 요즘은 부모의 과잉보호와 접하는 가족이 적어 인생의 폭이 좁아졌다. 이에 따른 집단생활에 있어서의 예절 및 책임감이 부족하고 독립심도 약해 어려움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짙다.
게다가 별반 어려움도 겪지 않아 의타심이 많고, 주변사람과의 접촉기회가 거의 없어 고립형이나 이기적 인간으로 성장되기가 쉽다. 다시 말해 삶의 묘미를 상실한 기형적 인간으로 성장하면서 하찮은 비바람에도 쉽게 부러지는 연약한 나무처럼 되는 것이다.
사람은 황야에서 피고 지는 들풀처럼 아픔과 고독을 겪는 과정도 있어서 하고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자아의 등불이 환히 밝아지는 것이다.
둘은, 공민(公民)으로서 갖춰야 할 일은 심신의 청결(淸潔)과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인간(人間)이란 서로의 의존관계를 말하며, 청결이란 몸과 마음이 깨끗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하루가 멀다고 목욕하며 향기로운 화장품으로 자신을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를 인간답게 승화시키는 인격과 사람의 도리를 지켜나가는 순일(純一)한 확집과 불굴의 지조관을 지켜 나가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배우면 배울수록 사회 공륜(公倫)을 망각한 채 자신을 망가트리는 패륜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렇게 표류하는 사람일수록 능숙하게 길들어져 있음을 볼 때, 시대의 계몽자는 바보가 되어 역류의 오늘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의는 불의에 억눌리고, 진실은 거짓의 표피가 되며, 없는 자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히고 정조는 회오리바람이 되어 날아가 버린 슬픈 현실이다. 우리 제발 나의 존엄이 무엇이며, 인간답게 산다는 생명의 맹아(萌芽)를 돌이켜보며 살도록 하자.
셋은, 신의 손과 거칠어진 노동자의 손을 배우자.
살인자와 창녀, 헐벗고 가난한자의 손과 마음을 참사랑으로 가슴에 안았던 “예수”는 골고다 언덕에서 무거운 십자가를 스스로 메고, 만인의 죄를 대신하여 죽음을 당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성스러운 양손에는 쇠못이 박혔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사악을 한 몸에 거두어 가신 그 분에게 배신자는 창살로 또 찔러 죽였다.
인간은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닌 동물적 행동을 하게 된다. 옛 우리의 구전(口傳)에 “사람을 구하면 악물(惡物)을 씌우고, 짐승을 구하면 은혜를 베푼다”고 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믿음에 의하여 사랑과 희생, 공존의 윤리 속에서 그런 대로 오늘을 버티고 있다.
다음으로 노동자의 거친 손에 의해 윤기 흐르는 문명을 탄생시켰으며 그것을 모두가 포식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에서 땅을 일구며 진리를 거두는 농군의 손에서, 지하막장의 어두운 갱내에서 석탄과 철광석을 캐내는 광부의 손에서, 인간이 버린 썩은 찌꺼기를 즐거움으로 쓸어 담는 청소부의 손, 갈 곳 없이 병석에 누운 노인의 똥오줌을 받아내는 천사의 손 등이 이 사회에 아직 많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넷은, 조국을 생각하는 큰 삶을 살아가자.
내 조국 대한민국은 하나의 인격체다. 내가 숨쉬며 살아가는 이 땅은 선현의 손길과 숨결이 어린 곳이다. 그래서 조국은 하나의 인격체이고, 애국심은 자신의 사랑과 가족애, 향토애, 동포애로 일관한다.
지난날 우리는 각자의 책임을 소홀히 하여 국권마저 잃었던 뼈아픈 사연을 간직한 민족이다. 조그만 나의 일이 공민의 사생(死生)은 물론 사회발전과 국가의 흥망성쇠에까지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우리는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거미줄같이 얽힌 거대한 조직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마치 세밀한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기에 한 사람이라도 그 역할에서 이탈하면 정밀한 기계는 고장이 나서 제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창조주가 준 고귀한 생명을 가지고, 가족과 사회, 국민의 위대한 존재임을 자각하면서 작은 나의 역할에 보람을 느끼며 큰 삶의 틀 속에 조화롭게 살아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