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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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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부엌
오정순(디카시마니아)
밥만 짓고 살 수 없다
시를 지어 소통의 창에 걸고
마음과 등 뒤의 세월도 보아가며
생명을 노래한다
세상과 소통되는 저 창문 앞에서
우리가 사는 집 구조를 눈여겨본다면 주방 앞에 쪽문 같은 미세기창을 두는 곳이 많다. 주방의 환기의 목적도 있지만 필자 생각에는 주부들이 가사일 중에서 부엌에서 밥과 반찬을 만들기 위해 생각보다 주방에 서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환기창이 아닐까 한다. 답답한 벽면보다는 창밖에서 보이는 계절의 변화와 바깥 정경 등은 주부들의 피로감을 들어줄 수 있는 정서공간이라는 생각이다. 오정순 시인 <시인의 부엌>에서는 바쁜 주부이지만 등 뒤로 흘러간 세월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시인의 눈으로 써 놓았을 그의 시들이 반짝거렸을 것 같다. 가사 일을 마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저 창 앞에서 서성거렸을 시인의 모습 자체가 시로 읽히는 것 같다. 필자의 주방에서 보이는 창 너머 세상에는 도로와 인접되어 사람들이 지나가는 여러 형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심심찮게 그들의 삶의 표정들을 읽을 수 있다. ‘내가 제일 힘든 것 같구나’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시간들이다. 학생들은 매번 똑같은 교복에서 바쁘게 뛰어다니고 직장인은 매일 그 자리에서 버스를 타고 어르신들은 불편한 몸으로 걷기운동을 하기위해 같은 시간대를 지나가는 것을 보면 나는 저 어려운 길목들을 지나왔으며 아직 괜찮은 건강을 스스로 위무할 수 있는 것은 바깥세상에서 느끼는 감정선들이다. 12월을 지나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작은 행복은 집집마다의 부엌 창에서 김이 모락모락 새어나오는 따뜻한 밥과 보글거리며 끓고 있는 구수한 저녁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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