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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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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젖
박해경 시인
말라버린
엄마젖가슴
어머니 생각
축 처진 엄마 젖을 보았다.
손으로 만지작거렸던 기억이 아련하다.
엄마는 귀찮은 듯 손등으로 내 손을 내쳤던 생각이 난다. 지금 엄마 나이가 되고 보니, 만약 내 아들이 불쑥 나의 젖가슴으로 손을 집어넣는다면 우습기도 하고 쑥스러운 생각에 얼굴이 붉어질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말랑말랑 처진 엄마 젖가슴은 어린아이 엉덩이처럼 만지는 촉감이 좋았다.
요양원에 계실 때 엄마 옷을 갈아입히는 핑계로 장난스럽게 “우리 엄마 젖 좀 만져 보자”라고 뒤적거리던 내 손에 마르고 거친 나뭇결 같은 엄마 젖가슴이 닿았다.
그러고 난 뒤, 며칠 만에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박해경 시인의 디카시 ‘빈 젖’은 우리 엄마들 속을 다 파먹은 채, 껍질만 남겨놓은 자식의 죄스러운 마음을 시로 담은 듯하다.
우리 어머니들 축 처진 빈젖들은 잘 계시는지?
아직은 더 파먹을 것이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달려드는 우리 자식들은 아닌지.
‘사랑합니다’ 마음 속에 품었던 따뜻한 말을 담아 어머니를 찾아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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