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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와 집돼지가 사랑에 빠졌어요~

대가면 종생마을 김홍도 이장 집 암퇘지
멧돼지와 사랑에 빠져 11남매 출산 화제
출산 석달 만에 어미돼지 숨져 안타까움 자아내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05일
ⓒ 고성신문
입김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던 지난 겨울 어느날 아침. 대가면 갈천리 종생마을 김홍도 이장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동물가족 아침밥 시간에 맞춰 축사에 들어섰다.
런데 웬 시꺼먼 돼지가 쿨쿨 자고 있었다. 분홍코에 분홍 살갗, 하얀 털의 집돼지가 아니었다. 분명히 선물받은 암퇘지 한 마리만 키웠는데.“생각이나 했겠어요. 그저 우리 돼지가 진흙에 뒹굴다가 잠들었겠지, 싶었지요. 다시 보니 멧돼지인 거예요. 어이쿠야 큰일났다 싶어 우리 돼지를 찾는데 글쎄, 옆에 나란히 누워 자고 있는 겁니다.”덩치도 어찌나 컸던지 겁이 덜컥 났다. 당장 트럭으로 달려가 경적을 울려댔다. 이 멧돼지, 끝까지 암퇘지 옆을 떠나지 않았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근 두 달동안 아침이면 똑같은 멧돼지가 암퇘지 곁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러더니 암퇘지 배가 점점 불러왔다. 140일쯤 지나 올해 3월 23일, 새끼돼지들이 탄생했다. 어미돼지를 닮은 흰 새끼들 7마리 사이로 줄무늬가 있는, 누가 봐도 새끼 멧돼지들이 네 마리 섞여 있었다.“어릴 적에도 이 동네에 살았고, 90년대 들어서부터 본격적으로 축산업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새끼들을 보곤 처음 멧돼지를 축사에서 발견했을 때만큼이나 놀랐어요. 누가 믿겠습니까. 엄마는 집돼지인데 아빠는 사람 손 탄 적 없는 야생 멧돼지라니요.”축사로 올라가는 길, 김홍도 이장의 트럭소리가 들리자 새끼돼지 일곱 마리가 동시에 달려나온다. 똘~똘~ 하는 소리에 맞춰 일곱 형제가 꿀~꿀~ 외치며 김 이장 뒤를 졸졸 따른다. 이제 갓 3개월을 넘긴 ‘아기’ 같지 않게 큰 새끼돼지들은 먹는 양도 남다르다.새끼돼지들을 돌보느라 체력이 바닥난 탓일까. 이제 만 한 살을 갓 넘긴 어미 돼지는 새끼들을 남겨두고 며칠 전 그만 세상을 떠났다.“새끼 낳은 지 3개월 조금 넘겼는데, 저만큼 키워놓고 눈을 감았으니 참 안 됐어요. 새끼들도 안타깝잖아요. 그래서 새끼돼지들한테 더 마음을 쓰게 되네요.”흰돼지들은 얼핏 흔한 집돼지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긴 주둥이와 날선 것 같은 등의 털, 모질 따위가 멧돼지의 모습이기도 하다.낯선 사람을 보고도 도통 경계라곤 없다. 순한 성격은 어미 돼지를 쏙 빼닮았다. 얼마 전에 태어난 송아지를 포함해 소 15마리, 닭 2마리, 흑염소가 50마리쯤 되는 축사에서 새끼돼지들은 염소한테도 진다. 밥그릇에 코를 박고 식탐을 부리다가 염소가 다가와 비키라는 듯 머리로 툭 치니 온갖 소리를 다 질러가며 도망친다.한 마리는 태어나서 얼마 안 돼 죽고, 남은 열 마리 중에 세 마리는 엊그제 지인에게 분양했다. 남은 새끼들은 분양이 안 되면 그냥 키울 생각이다.“덩치만 크지, 아직까지 천방지축이에요. 오가는 제 차소리, 발소리를 알아채고 달려나오고 따라 다니니 정이 드네요. 이런 인연도 있나 싶어요. 평생 한 번 볼까말까한 일이 우리집에서 일어났으니 행운이지요.”양껏 배를 채운 새끼돼지들이 장맛비에 질척해진 산 아래 흙바닥을 뒹굴고 있다. 제법 싸우는 척도 하며 투닥거리다가, 염소한테 쫓겨 내달리다가, 일곱 마리가 한마음으로 난리법석이다. 김홍도 이장이 똘~똘~ 외치니 금세 꿀꿀거리며 달려온다. 여름날 아침, 종생마을 새끼돼지들과 돼지아빠의 풍경이 정겹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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