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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익천 동화작가의 ‘아동문학도시 고성’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80

동동숲의 때죽나무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12월 06일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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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에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에서 하얗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때죽나무는 나무도 꽃도 수수하다. 수수하기보다 촌스럽기까지 한 때죽나무지만 머지않아 동동숲의 백설공주가 될 것이다.
원산지를 일본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환경이 비슷한 세계 곳곳에 자라고 있는 때죽나무는 열매와 잎 안에 물고기 같은 작은 동물을 마취시킬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어 이것을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때죽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얗게 고개 숙여 피는 꽃처럼 열매도 아래로 향하고 있는데, 무리 지어 달려있는 모습이 마치 스님들이 떼로 달려오는 모습 같아 처음에는 ‘떼중나무’로 부르기도 했다. 하얀 꽃이 종처럼 매달려 있어 영어권에서는 눈종(snowbell)이라 부른다.

9~10월에 갈색으로 익는 열매에는 기름 성분이 많아 옛날에는 등잔 기름이나 머릿기름으로도 쓰고 잘 씻기지 않는 때를 씻는 비누로도 썼다. 그리고 동학혁명 때는 이 열매를 빻아 화약과 섞어 총알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족낭’이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종낭이라 하는데 때죽나무꽃에서 얻은 꿀을 종낭꿀이라고 하며, 때죽나무 잎줄기를 묶거나 때죽나무에 홈을 파서 내린 물을 족낭물, 참받음물이라 했는데, 이 물은 오래 두어도 맛이 달라지지도 않고 몇 년을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때죽나무는 물을 정화시키기도 하지만 공해에도 강해 가로수로도 각광 받는다. 특히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때죽나무를 관상수로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데 세계 120여 종의 때죽나무 중에서 우리나라 것이 제일로 꼽힌다.

때죽나무는 한자가 野茉莉(야말리)로 꽃향기가 만 리까지 간다고 할 정도로 산속에 한 그루만 있어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겉보기에 비해 나이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이 깨끗해 장기알이나 목기, 지팡이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꽃말은 겸손.
이 겸손하고 수수한 나무가 동동숲에 지천으로 자란다. 수십 년 고목에서부터 어린 묘목까지 계곡이며 구릉, 평지 가리지 않고 자란다. 계곡에 있는 나무는 비교적 고목이라 수형이 아름답다. 꽃이 떨어질 때는 고개를 떨구고 있는 꽃송이가 물 위에서는 하늘을 보고 활짝 피어 다섯 장의 꽃잎과 노란 꽃술을 펼치고 있는 모습은 이쁘기 그지없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는 하늘의 별, 물 위에 떠 있을 때는 물 위의 별이 된다.

몇 해 전부터 동동숲의 겨울 일은 이 때죽나무 가지치기다. 우선 입구에서 출구까지 수년 동안 만든 산책로 주변의 때죽나무를 다듬고, 숲속에 있는 고목이거나 수형이 예쁜 나무는 주변 나무를 정리해 가면서 가꾼다.
산책로 주변에 있는 나무는 수형이 예쁘도록 다듬으면서 길 양쪽 나무의 가지가 길 쪽으로 많이, 넓게 뻗도록 유도한다. 무성한 가지와 잎이 여름에는 그늘 터널을 만들고, 가을에는 단풍 터널, 겨울에는 세밀화 같은 잔가지 터널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숲 설계사가 숲을 다녀갔다. 고성군과 고성산림조합에서 동동숲 내 진달래 군락지를 조성하기 위해 예비 조사를 했다. 더불어 산책로 주변에 있는 소나무를 간벌하고 잡목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 조사도 했다. 내년 3월부터 작업에 들어가면 그 전에 때죽나무 곁에 있는 잡목을 모두 제거하고 때죽나무 전정을 해주어야 한다. 때죽나무는 2월만 되면 물이 올라 잔가지를 잘라도 눈물을 흘리고, 밑동을 베면 대성통곡하며 아랫도리를 적신다.

때죽나무 밑동을 정리하고 잔가지를 정리하면서 5년 후, 10년 후의 동동숲을 생각해 본다. 동백나무는 어른 키만큼 자라 길 따라 푸른 띠를 두를 테고, 5월이면 때죽나무가 하늘을 가리듯 하얀 꽃을 피웠다가 양탄자를 깔 듯 그 꽃잎을 길 위에 떨어뜨리겠지. 하얀 꽃길, 그 꽃길을 걷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이것이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동숲에 때죽나무를 가진 작가는 제5회 열린아동문학상 동화 부문을 수상한 최은영 작가다. 문학관 입구 꽃무릇밭에 송재찬, 이규희, 김정옥, 강원희, 손연자 선생 나무와 함께 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4년 1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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