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천 동화작가의 ‘아동문학도시 고성’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77
다시 동화를 생각함-나무와 함께 사는 법②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4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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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계간지 신인상 심사평을 쓰면서 ‘동화작가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연주하는 사람이다. 글자들의 글 무늬가 번지고 번져 어린 한 사람의 꿈 보듬어 주고, 늙은 한 사람의 마지막 길을 따뜻하게 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계간지 ‘여는 글’에서 ‘나는 예전부터 생각한 게 있다. 이 땅의 시인이나 소설가가 나중에, 한 4~50년 자기 글을 쓰고 난 뒤에, 훌륭한 시인이나 소설가로 대접받을 때 동시나 동화를 써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다. 나도 젊을 때부터 동화를 썼지만 동화는, 정말 인생을 살 만큼 산 사람이 세상 이치를 깨닫고, 진정으로 어린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라고 쓴 적이 있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50년을 산 것이 아니라 50년 동안 동화를 쓰며 동화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을 했느냐 자문하면 참 부끄럽다. 닷새도 아니고, 50년이잖아. 50년 동안 동화를 쓰면서 스스로 깊이 알지도 못하면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으면서 청탁이 오면 오는 대로, 쓰고 싶으면 쓰고 싶은 대로 ‘동화’라는 이름으로 마구 써대며 뻔뻔스럽게 책도 마구 냈다고 생각하니 참 많이 부끄럽다. 16년이면 조금 더 보태면 강산이 두 번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이 긴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다. 8월에 거의 10년 만에 새 동화집이 나왔다. 그동안 써둔 작품 중에서 일곱 편을 묶었다. 숲에서 쓴, 숲과 어울리는 작품으로 묶었으면 싶었는데 출판사 마음은 내 마음과 다른 모양이다.이제 남은 목숨의 길이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내 마음뿐이다. 닷새를 살면서도 50년이라고 생각하면 기쁨은 오롯이 내 몫이 될 것이다. 숲 일을 핑계 댈 일도 아니고 변명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내 동화와 이 숲에서 오래오래 사는 일만 남았다. 내가 심은 나무와 함께 오래오래 사는 것이다.나는 이제 동화를 ‘아동문학의 숲’에서 데리고 나올 것이다. 아동문학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아이들하고만 살려고 하는 동화를 데리고 나올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만 읽는 동화가 아니라 젊은 사람도 읽고, 아버지 어머니도 읽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읽는 동화를 쓸 것이다. 이름있는 시인과 소설가들이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 한 번 써 보고 싶은 동화의 길을 열어 볼 것이다. 동화를 통하여 세상 모든 악과 부조리와 편견과 정말 개똥 같은 정치와 슬픔과 분노와 싸워 착한 도랑물처럼 흘러가는 마음이 되도록 하고 싶다. 착한 도랑물이 흐르고 흐르면서 벼를 키우고, 우렁이와 미꾸라지를 키우고, 도랑가에 무성한 온갖 풀을 키우고, 간혹 옆길로 새 참깨밭, 고구마밭에도 나누어 주고, 흙 묻은 농기구와 농부의 손발도 씻어주고 끝내는 바다로 흘러들어 또 하나의 아름다운 물방울로 승화되는 그 마음이 되도록 하고 싶다. 나는 이미 여러 자리에서 사후에 내 책의 모든 판권을 이 숲에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정 우리 아동문학과 《열린아동문학》을 위해서라면. 아직도 유효한 말이다. ‘방파제’에서 목숨을 다한 물고기가 이 숲에서 한 그루 나무로 다시 살 듯, 나는 내 동화가 아동문학의 변방에서 맴돌다가 끝내는 사라질지라도, 이 숲에서 내가 심은 나무들과 영원하기를 꿈꾸어 본다. 내가 써온 단편을 다양한 판형과 부피의 그림책으로 만들어 오직 숲에 오는 사람들이 숲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 되어, 내가 심은 동백나무 그늘 아래 만든 의자에 앉아 읽어야 제대로 동화의 맛을 아는 전설을 만들어 볼 것이다.동화,듣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동화를 위하여.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  입력 : 2024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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