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1-10-22 오후 04:07:1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배익천 동화작가의 ‘아동문학도시 고성’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7. 동동숲에는 글샘도 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0일
↑↑ 글샘 물을 마시는 이규희 동화작가
ⓒ 고성신문
ⓒ 고성신문
↑↑ 글샘전설
ⓒ 고성신문
동동숲에는 ‘아동문학의 오래된 샘’도 있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글이 잘 써지는 글샘도 있다. 그러나 그냥 마시기만 해서는 안 된다. 특별한 주문을 외워야 한다.
2004년 이 숲을 샀을 때, 마을 사람들이 오가며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우리나라 산이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거의 벌거숭이가 되었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나무 아니고는 별 땔감이 없던 시골에서는 낙엽과 풀조차 땔감이 되었다. 그래서 산등성이에 사람이 얼씬거리면 마을에서도 보였고, 우리 숲도 지금처럼 울창한 숲이 아니라 듬성듬성 큰 나무 몇 그루가 서 있을 뿐 거의 잡목과 잡풀이 무성해 소먹이 골짜기가 되었다. 개울은 자연히 물놀이 장소여서 지금의 정자 옆 웅덩이와 바위는 좋은 다이빙 장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숲 중간쯤, 물맛이 그저 그만인 샘이 하나 있어서 산 너머 종생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고성장을 오갈 때는 이 샘물을 마시고 샘터에서 쉬어갔다고 했다. 나는 숲을 샅샅이 뒤졌지만 사람이 다녔을 만한 오솔길은 흔적도 없었고, 그럴듯하게 상상한 맑은 샘물이 퐁퐁 솟는 옹달샘도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겨울에도 질퍽하게 젖어있는 몇 곳을 찾아내 호미로, 괭이로 샘터를 확인하다가 파면 팔수록 물이 고이는 지금의 샘터를 찾았다. 우리 숲의 가장 중심자리이자 바위와 늙은 오리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여기다! 하고 확신이 서자 굴착기를 들여다 팠더니 오, 산신령님! 그야말로 샘물이 퐁퐁 솟는 것이 아니라 펑펑 솟아올랐다. 대학에서 운용하는 기관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더니 최상급 식수로 손색이 없다는 결과를 보내왔다.
동동숲 입구에 ‘약수암’이라는 잘 단장한 암자가 있는데, 이름이 말해주듯 ‘약수’가 있는 암자다. 바위틈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이 석간수의 맛은 가히 천하일품이다, 그리고 우리 숲에 ‘열린아동문학관’을 지으면서 200여 미터 깊이로 판 지하수도 석간수다. 온종일 굴착기가 땅을 파니 온 골짜기에 돌가루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급기야 소방차가 달려올 정도였다. 다행히 며칠 만에 비가 내렸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풀과 나무를 고사시킬 뻔했다.
건물을 짓고 숲을 다듬으면서 샘터도 다듬었다. 주위의 돌을 주워 축대도 쌓고 대나무 관을 박아 물줄기도 뽑고, 돌절구통으로 물받이도 만들었다. 그리고 ‘글샘’이라고, 마시기만 해도 글이 잘 써지는 샘이라고 이름도 붙여주었다.
2013년 고성군과 산림조합에서 다섯 사람의 인부를 동원해 글샘에서 꼭대기 입구까지 오솔길을 만들어 주어 ‘글샘 오솔길’이라고 이름돌도 세웠다. 감로 선생이 곁에 있는 돌에 ‘글샘’이라고 쓰고 손수 각도 했다.
2015년 6월, 천안에 사는 동화작가 소중애 선생이 나무판 하나를 차에 싣고 왔다. 폐가의 문짝 하나를 통째로 뜯어온 것이다. 거기에는 <글샘 전설 / 왼손으로 물을 떠 마시고 오른손으로 이마를 탁 치며 ‘앗쭈구리’ 외친다. 그리고 5년 죽어라 노력하면 세계적 작가가 될 것이다. 2015년 6월 6일부터 효력 발생>이라는 글이 씌어져 있었다.
글샘 바로 곁에는 2013년 가을호 ‘내 작품의 고향’에 글이 실린 소중애 선생의 나무인 오리나무와 이름돌도 있다. 200권 가까이 동화책을 펴낸 소중애 선생은 13년간 키우던 반려견 앗쭈구리를 하늘로 보내고 상심하고 있던 차에 자기 나무 곁에서 영생하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어쨌든 우리 숲을 찾는 분들은 ‘글샘 오솔길’을 걷고, 글샘의 달고 맛있는 샘물을 마신다. 일반인들은 재미 삼아, 글을 쓰는 분들은 정성을 다해 샘물을 마시고 이마를 친다. 앗쭈구리!
정말 전설의 효력은 이듬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등단하지 않은 분들이 등단하는가 하면, 등단한 분은 각종 문학상을 받는 경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5년이 지났건만 아직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아마, 죽어라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0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편집인 : 하현갑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하현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