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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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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사건
조재형 / 전북 부안 출생,《시문학》등단
밤새 비웠을 슬픔 한 병
토막 난 사과 한 구
용의자는 병든 사회다
병든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
병든 사회에서 살아가기란 참으로 힘든 것이다. 일반인들은 주택청약과 대출을 통해 겨우 집 장만하는데 10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20평대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온갖 비리에 비논리적인 방법을 통해 몇 천억을 마음대로 굴린다는 ‘화천대유’ 소리를 듣고 있자니, 꼭 이렇게 살아야하나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조재형시인 디카시 <변사사건>에서는 “밤새 비웠을 슬픔 한 병/토막 난 사과 한구” 분통이 터져 한 병이라고 말하지만 여러 수십 병의 소주를 마시고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자신을 잊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특히, 토막 난 사과를 본인의 몸으로 의인화시켜 변사로 만든 영상이 가슴 아프게 머물게 한다. 통상적인 생각으로 소주 안주가 사과일리 없지만 안주마저 선택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본다면 얼마나 기울어진 경사위에 우리들이 놓여있는 것일까? 병든 사회의 처방전을 아무렇게나 써놓는 사람들, 이 약 먹으면 치료제라고 했지만 아무도 나은 사람이 없기에 이제 우리는 믿지 않는다. 그들은 지난 사람들만 탓하고 푸른 당, 붉은 당 소리만 한다. 세상을 살아간다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선물이고 내일은 덤’이라고 하는 것들 때문이라도 우리들이 살아야 하는 이유 일 것이다. 오늘을 선물 받은 행복감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겸손하게 개인적인 사사로움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부끄럽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소주에 사과 안주일지라도 달콤함이 배인 사과 과즙만 기억으로 머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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