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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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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김성미(디카시마니아)
밤송이가 웃기 시작한다
곧 가을이 쏟아지겠다
계절의 귀로에 선 우리들
가을하면 많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가을하늘, 독서, 코스모스, 가을국화, 밤, 단풍, 여행, 소풍, 운동회 등 우리가 좋아하는 유년의 시간 속에서 머물고 간 말들이다. 그 중에서 소풍과 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소풍가는 날 어머니가 삶아주신 따뜻한 밤을 친구들과 작은 입으로 까먹었던 기억과 운동회 날 땅콩과 밤을 꼭 먹었던 일이 떠오른다. 산으로 소풍간 날에 여기 저기 떨어져있는 밤을 보고 손으로 덥석 주웠다가 가시에 혼났던 경험들로 다음번에는 밤을 보고 절대 손을 사용하지 않고 발로 비벼서 알밤들을 주웠다. 김성미의 <가을> 디카시에서는 밤이 익어 벌어진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이미 가을을 기호로 사용되며 문자로는 “곧 가을이 쏟아지겠다”고 했다. 풍성한 가을이 선물로 들어온다. 언제 왔는지 이미 와있는 가을을 우리들은 이 시에서 새삼 느끼게 하며 담백한 언어의 함축이 매력적이다. 밤이 웃고 가을이 쏟아지는 2행의 시로 시인은 가을을 기다리는 의미전달을 완벽하게 해냈다. 주절주절 덧붙인 수식어들이 때로는 무겁고 진부한 시로 전락되는 것을 아는 시인답게 압축과 간결의 세련미가 돋보이는 시라고 생각한다. 창문가에는 스산한 바람이 불고 가을이 붉게 다가오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계절에 와 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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