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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향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35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09일
ⓒ 고성신문
노부부의 키스

박영녀
      (제2회 경남고성 국제 한글디카시공모전 수상작)

수천 번의 익숙한 놀이
약속한 듯 코는 부딪치고
어색한 시선은 콧등만 바라보는
막다른 골목 첫눈 같은 입맞춤
숨죽이던 수천 개의 심장이 일제히 눈을 감는다.


노년의 애틋한 삶의 방식
요즘 들어 졸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퇴직과 동시에 각자의 돈으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마치 유행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서로에게 간섭은 하지 않되 이혼과는 달리 각종 행사나 집안 모임에는 참석하는 식의 현대판 신종 별거가 다름 아닌 졸혼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홀대를 받고 퇴직하여서는 집에서 가장 따뜻한 대우를 받아야만 됨에도 불구하고 삼식이니 이식이니 하는 소리와 함께 곰국을 끓여놓고 눈칫밥으로 내몰리는 우리 세대의 퇴직 가장들의 처지도 참으로 서글프지 않은가.
혼밥이나 혼족이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버린 이즈음 왜 새삼스럽게 뻔한 얘기를 하는지 힐난할지도 모르겠다.
박영녀 씨가 쓴 ‘노부부의 키스’는 젊은 사람들의 멋진 키스는 아니지만 나이 들어 서로의 등을 내주며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행복한 모습이 클로즈업된 아름다운 디카시이다. 
어찌 살면서 좋은 일만 있겠는가?
넥타이를 매어주던 아내의 하얀 손은 나무껍질처럼 투박한 손이 되었고 젊고 빛나던 남편의 머리는 듬성듬성 빠지고 주름살이 늘여진 얼굴로 변한 노부부의 모습을 보라. 어디다 두고 왔는지 모를 그 젊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젠 둘이서 더 사랑해야 하는 시간들만 남은 그들이다.
눈과 날개가 하나여서 짝을 이루지 못하면 날지 못하는 비익조(比翼鳥)처럼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하는 노부부의 모습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노부부의 입맞춤에 첫눈 같은 설레임은 없어도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내편이 있다는 든든함이 묻어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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