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농민회가 동해면 동네 칼갈이로 나섰다. 김진열 회장과 회원들이 지난 16일 동해면내 세 마을에서 칼갈이 봉사활동을 했다. 17일 할 것을 덜렁이 이장님이 하루 앞당겨 동네방네 방송을 하셨다. 장좌리에서 칼갈이 중, 법동마을 이장님 전화가 불붙었네. 할매들이 아까부터 기다리시는데 왜 안 오냐고. 할 수 없이 오전, 오중, 오후로 나눠 칼을 갈았다. “뭔 칼이 요로코롬 많더노?” “집집마다 부석(부엌) 대장군이 납시었네.” “칼캉 가세(가위)도 바람 한번 씌아야제.” 가을 볕을 칼칼하이 받긋다. 소쿠리에 나란한 칼들이 웃는다. “제동띠는 요새 통 얼굴을 안 보이주더마는, 방구석에 꿀단지를 파묻었디요?” “본동할배는 더 젊어지는기 똑(꼭) 새신랑 같디요?” “얄궂어라! 너무(남의) 할배를 자세히도 봤는가베.” “삭은된장내(냄새) 나는 영감을 만다꼬?” “테레비만 틀모 이뿐 나매(남자)들이 나와서 나긋나긋 노래 불러 제끼는데, 그거나 치다보라모.”
할매들 주름살이 따라 웃는다. 듬성한 치아도 볕을 보며 좋아서 눈을 볽힌다. 금목서향이 가득하다. 가을맛이 깊어가는 동해면 매정마을, 최길림(64) 이장님은 이 마을의 대장이고 일꾼이고 머슴이다. 을매나 주민들께 신망이 깊은지 한 눈에 척 알아봤다. 즐겁게 미쁘게 유쾌하게 마을회관이 왁자하다. 고성농민회 회장(김진열)과 임원, 그리고 늦깎이 회원이 된 나는 내 옴마 같은, 내 이모와 고모 닮은 할매들 칼과 가위를 사사삭 갈아드린다. /남외경 작가·고성농민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