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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알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거류초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해오름교실 공부친구들 12명 1단계 수료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31일
↑↑ 거류초등학교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해오름교실 12명의 할머니 공부친구들이 초등 1~2학년 과정인 1단계를 마치고 지난 30일 수료증을 받은 후 송정욱 문해교실 담임교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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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공부친구들이 1년간의 글자공부를 마치고 수료장을 받았다.
거류초등학교(교장 김보상)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해오름교실 학습이수자 12명은 1단계 과정을 마치고 지난 30일 수료증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수시로 휴강됐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 공부친구들은 올 한 해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1단계를 무사히 수료했다.
김보상 교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또는 시대적인 사회풍토 등으로 미처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가정일과 자녀들을 위해 일생을 바쳐오신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늦은 나이에 거류초 배움터에 발을 내딛으신 늦깎이 학생 여러분께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해오름교실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재학생들에게도 인성교육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교직원들에게도 배움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해주는 기회가 됐다”면서 “지금까지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 한 학년을 수료하는 이 자리에 왔듯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 거류초 졸업장을 꼭 받으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송정욱 문해교실 담임교사는 “배우지 못해 답답한 세월을 살면서도 언제나 참고 견뎌온 할머니들이 학생이 돼 학교에서 웃으며 공부하는 모습은 매일 봐도 매일 새롭고 감동적”이라면서 “한글을 깨치고 세상이치를 깨달았다며 좋아하는 할머니 학생들에게 오히려 많이 배웠다”며 수료를 축하했다.
그는 “처음에는 서로 서먹서먹하고 어색했지만 배움의 열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면서 곧 친자매간처럼 한 마음으로 뭉쳐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 행복해보여 더욱 열심히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하게 했다”면서 “배움의 낙으로 해오름교실 학생들의 나날이 더욱 행복하길 바라며 내년, 내후년까지 이어질 단계별 교육을 모두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오름교실은 지난해 10월 말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 올해 1월 확정된 후 코로나19로 원래보다 한 달 이상 늦은 4월 말 가정방문수업을 시작으로 입학식도 당초보다 3개월 늦은 6월 9일에서야 마련되는 등 학사일정이 들쑥날쑥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학생들은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공부친구들 중 맏언니 변태호(85) 학생은 “사실은 코로나가 발생해서 학교에 못갈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는지 내 나이에 책가방을 메고 버스 타고 학교에 가는 즐거움을 느꼈다”면서 “그래도 태호는 씩씩하게 학교에 가서 3층까지 58계단을 올라가면 다리는 아파도 즐거웠고 책상에 동기들과 앉아 공부하는 것이 너무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종연(82) 학생은 “한평생을 살아보니 좋은 세상이 왔구나, 꿈에도 생각 못 한 책가방을 들어보니 꿈에서 학교가는 마음”이라며 “할머니 학생이 됐지만 마음은 청춘이고 해오름반 친구들 한 가족처럼 날마다 만나도 반갑다. 우리 모두 건강만 따라주면 3년 졸업까지 멋지게 마치자”고 말했다.
유진순(67) 학생은 “코로나가 와서 나라가 들썩이는데 내 복에 학교가 웬 말인가 싶었지만 우리 선생님이 입학하러 오라고 해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하하 웃었다”면서 “할머니 공부친구들 고목에 잎 피울 걱정으로 마음고생 많이 한 우리 선생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1단계를 이수한 할머니 학생들은 내년 초등 3~4학년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초등 6년 과정을 3년간 이수하면 거류초등학교 졸업장과 함께 경상남도교육감으로부터 초등학력 인증서를 받게 되며, 중학교 진학도 가능하다.
한편 해오름교실 할머니 학생들은 올 한 해 배우고 익힌 솜씨를 시와 그림에 담아 ‘글자를 알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해오름교실 문집을 펴냈다. 문집에는 12명의 할머니 공부친구들이 글자를 깨치고 세상 이치를 깨달으면서 느끼는 환희, 행복, 그리움과 회한 등 수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다. 또한 글자를 몰라 가족들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그립고 사랑하는 마음을 손글씨로 꾹꾹 눌러써 감동을 더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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