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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삶의 궤적 “입 안에 꽃을 심다”

백순금 시인 신작 시조집
일상 속 고뇌 담은 70여 편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16일
ⓒ 고성신문
누군가가 ‘역시는 역시’라고 하더니, 역시 시인은 시인이다. 임플란트 세 알 심어넣은 것을 ‘입 안에 꽃을 심다’라 표현하다니. 그의 시에는 늘 이렇게
향기가 가득하다. 백순금 시인이 2020년 가을의 문턱에서 신작 시조집 ‘입 안에 꽃을 심다’를 펴냈다.
“까치발로 꽃잎을 물어다 나른 수없이 많은 날들. 밤마다 숱한 마름질만 하다가 날이 새기도 하는…곰삭은 언어로 정갈한 만찬을 차려내고 싶은 꿈이 아직 달다. 햇살이 머무는 장독엔 여전히 발효 중이다.-시인의 말”
백순금 시인의 신작 시조집에는 70여 편의, 늘 똑같은 일상을 지나면서도 늘 다른 삶을 담았다. 백 시인은 오랜 세월을 미용사로 살았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하며 사는 직업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니 함부로 얘기해서도 안 되는 직업이다. 숱한 이야기들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리고 그 숱한 사연들을 이제 시어에 담아낸다. 시인의 말처럼 곰삭은 시어들은 맛깔스러운 가을밥상을 차려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속절없이 흐른다. 시간은 젊은 육신을 사위게 한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치아가 약해지고 잇몸이 무너진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만 이 좋은 세상 어찌 그리 살까. 아직 마음은 젊디젊은데. 시인은 치과 의자에 눕는다. 금속성의 기둥을 넣고 사람 손에서 만들어낸 이를 넣는다. 이게 시인에게는 입 안에 꽃을 심는 거라니, 참으로 무릎을 치는 표현 아닌가.
미용사로 살아온 세월이 근 30년이다. 초점이 흐릿해져 찾은 안과에서 의사는 일을 그만 하라 한다. 누군 몰라서 안 그만 두나. 지금껏 그리 살아왔으니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일상인 것을. 나이가 들어가며 겪는 일들이 시인에게는 그저 순리대로 쌓이는 것일 뿐, 거스를 생각도 포장할 생각도 없어보인다. 쉬운 시어로 쉬 읽히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아내고 고뇌해야만 될 일이다.
박진임 문학평론가는 해설 끄트머리에 이런 말을 한다.
“백순금 시인이 초대받아 앉을 식탁의 한 자리를 그려본다. 지금 걷고 있는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궁전이 있는 듯하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시인의 눈앞에 다가온 듯 하다. 이미 오래도록 먼 길을 한결같이 걸어온 시인이기에, 그것도 맨발로 정직하게 걸어왔기에.”
‘입 안에 꽃을 심다’(책만드는집 시인선 158)는 백순금 시인의 정직한 삶의 궤적을 모두 담고 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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