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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농요보존회 이판철 이수자 농사도 농요도 평생 한 길‥묵묵히 우리 얼을 지키는 사람

우연히 공연 관람 후
고성농요 회원 활동
:
고성농요 숨은 일꾼
물레 도리깨 상여 등
공연 소품 제작 도맡아
대나무 성장 멎는 겨울 채취
고사한 소나무 사용
재료 마련부터 준비
제작까지 수개월
농촌 필수품에
예술 가미한 작품 탄생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21일
ⓒ 고성신문
고성농요전수회관이 고성읍 우산리에 있던 시절, 고성농요 공연이 열렸다. 농부 이판철과 가족들이 함께 공연을 보러 간 참이었다.큰머슴을 맡은 김상명 선생의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럽지만 신명나는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을 떠돌았다. 농사만 지을 줄 알았지, 그런 세상이 있다는 건 모르고 살았다.“평생을 농사만 지었어도 농요를 몰랐어요. 인연이 닿으려 그랬는지, 공연을 보고 난 후에 주변에서 자꾸만 농요를 해보라고 권유하시더라고요. 젊은 세대들에게 이 귀중한 농경문화를 전하고 전통예술을 알리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농요니까 농사만 보여주면 되겠지, 했는데 웬 걸.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말 그대로 ‘공연’을 해야 했다. 스스로가 어색했다. 원체 숫기 없고, 남 앞에 나설 줄도 모르는 성격이다. 그리고 성실하다. 고된 농사를 평생 지으면서도 불만 한 번 가져본 적 없이 한 길만 묵묵히 걸었다. 고성농요도 성실하게, 부지런하게 참여했다.“사실 전통의 값어치를 잘 모르고 그저 호기심에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재미가 생기고, 이수자가 되고, 전통문화의 소중함이 보였습니다. 물레도, 도리깨도 지금이야 장식용으로 쓴다지만 제가 젊을 때만 해도 농촌에서는 생활 필수품이었거든요. 문화와 생활은 뗄 수 없어요.”지독하게도 가난했다.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가방보다 지게가 먼저 생겼다. 글보다 농사 짓는 법을 먼저 배웠다. 빚만 짊어지고, 늘 논밭에 엎드려 살았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허리가 아니라 손가락도 한 번 제대로 펴보는 날이 없었다. 사는 게 바빠 효도다운 효도를 못해드렸다.2년 전 여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고성농요에서 공연용으로 쓰는 꽃상여를 회원들과 상의하고 단장해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 라는 단어를 다 내뱉기도 전에 초로의 아들은 눈물부터 왈칵 쏟는다.“우리 어머니 고운 걸음으로 가시라고 꽃상여 태워 보내드렸습니다. 고생만 하시던 어머니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습니다. 살아계실 때 잘 해야 해요. 부모님을, 가난을 원망해본 적은 없어요. 그게 제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어릴 적부터 만들기 하나는 자신 있었다. 중학교를 마치고 진학 대신 목공일을 배웠다. 나무를 고르고 다듬는 눈이 생겼다. 그 고단한 경험이 씨앗이 돼 농요에서도 온갖 소품을 다 만든다. 그는 고성농요의 일꾼이자 손재주꾼이다. 딱히 예술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를 ‘물레장인’이라고도 한다. 잘 만들어서 장인이기도 하지만, 하나를 만들어도 혼을 쏟으니 장인은 장인이다.물레를 하나 만드는 데는 3일이 걸린다. 준비과정은 몇 달이 걸리는 지 헤아릴 수가 없다. 물레를 올릴 받침용 소나무는 고사한 것만 쓸 수 있으니 찾는 것부터가 큰일이다. 대나무의 성장이 멈춘 겨울에 물레바퀴와 도리깨로 쓸 나무를 미리 채취해둔다. 모양을 잡고, 삶고 말려 굳히는 과정만 15일이 꼬박 걸린다. 하지만 작업에 몰두하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그렇게 만든 물레와 도리깨는 중국과 대만,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등 고성농요가 공연한 세계 각국에 기념품으로 전해졌다.“제가 만든 물레와 도리깨가 대륙과 바다를 건너 세계에 전해진다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지요. 젊은 세대들이 예능적 기술 수준은 아주 높아요. 수입이 적으니 선뜻 우리 예술을 못한다는 게 안타깝죠. 문이 열려있으면 좋겠어요. 예술이라는 게 생활 속에서 퍼져 일상이 돼야 하는 거니까요.”이미 예순을 넘긴 나이지만 이판철 이수자는 아직도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중학교만 마쳐 배움이 짧은 게 아쉬워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니며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공부하며 틈틈이 공연하고, 물레와 도리깨도 만든다. 수석에도 취미가 있어 시간을 쪼개 돌을 줍고 받침대를 만든다. 수천 수만년을 물과 바람에 씻겨도 망가지기보다 외려 더 아름다워지는 돌이 참 매력적이다. 어찌 보면 일상의 예술인 물레와 도리깨, 수석은 그의 삶과 다를 바 없기도 하다.“전국 각지의 특성을 담은 작품들을 모아서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잊혀져 가는 것들을 다음 세대에 전해줘야 한다는 책무를 마음 속에 품고 있습니다. 대단한 작품을 남기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상 문화에 담긴 혼과 얼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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