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봄학교 공부친구들이 고성여중학생들과 함께 체육대회에 참여했다. 고성도서관(관장 최말숙)이 운영하는 중학학력인정 문해교육프로그램 글봄학교 19명의 중학생들은 지난 10일 이웃한 고성여자중학교 체육대회에 참여해 투호놀이, 파크골프 등의 경기를 함께했다. 이날 체육대회에서 공부친구들은 같은 중학생이지만 손녀뻘인 또다른 공부친구들과 어울려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학습자는 “어린 시절 친구들이 운동회를 하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는데 이 나이에 내가 운동회를 하니 정말 감개무량하다”라면서 “학교에 다니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고 내 세상이 더 넓어져 너무나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고성여중 1층 복도에서는 공부친구들의 시화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공부친구들은 초등과정을 통해 글자를 배우고 중등과정에 참여하며 중학생이 돼 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투박하고 담담하지만 누구보다 솔직한 표현으로 아름다운 시를 썼다. ‘마음 밭에 글씨를 심는다’라는 시를 쓴 배영숙(73) 학생의 손녀로 고성여중에 재학 중인 송예빈 학생은 “우리 할머니가 나와 같이 학교에 다니신다는 게 신기했고 좋았다”라면서 “70대는 무엇을 배우기에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할머니가 늘 행복하게 배움을 이어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정빈 학생은 “시화 작품들을 보면서 학교에서 가끔 마주치던 어르신들의 삶을 생각해보니 정말 멋있게 느껴졌고 자장가를 불러주시는 듯 편안했다”라면서 “시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인생의 조언 같아 감사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근우 교장은 “매일 우리 학교 점심급식을 하시며 고성맛집이라고 말씀해주시고 학생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어르신들이 체육대회까지 함께 하니 보기 좋다”라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인성교육의 현장을 보여주시는 글봄학교 어르신들께 감사하고 존경스럽다”라며 응원했다. 최말숙 글봄학교장은 “글봄 공부친구들을 보면 배움의 때는 늦음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라면서 “체육대회에서 보여준 소녀같은 모습이나 학습할 때 열정 넘치는 청년같은 모습을 보며 오히려 교사들이 많이 배우니 정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최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