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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미래를 싣고 달리는 붕붕아저씨의 노란 버스”

박영수 고성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 운전원
스승의 날 가장 보고 싶은 붕붕아저씨
하루 청소만 여섯 번, 벨트 놓임새까지 완벽
등하원 시 길 건너는 아이 없게 노선도 조정
아이들 안전과 청결이 최우선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5월 15일
ⓒ 고성신문
볼과 손이 오동통한 아이들이 “붕붕아저씨~”하며 함박웃음을 보인다. 고성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에서 9년째 아이들의 등하원길을 책임지는 박영수 운전원은 ‘붕붕아저씨’로 통한다.
“편지
를 받은 적이 있어요.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 하나가 스승의 날이라고, 다른 선생님도 아니고 저한테 보고싶다며 편지를 썼더라고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썼을 아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 일을 정말 잘 선택했구나, 싶었어요.”
스승의 날 신문에서 붕붕아저씨를 보면 좋겠다는 학부모가 많았다. 교육이 교실에서만 하는 건가. 교육은 어디서든 할 수 있고 누구든 할 수 있다. 안전을 책임지는 붕붕아저씨도 온몸으로 안전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어른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붕붕아저씨 박영수 씨는 생활 속 선생님이다. 직접 만나보니 학부모들의 추천과 칭찬이 이어지는 이유를 알겠다.
“아이들을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제가 맑아집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도 아이들이 재잘재잘 깔깔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참 행복해지지요. 마음이 즐거우니까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어요.”
붕붕아저씨의 업무는 오전 8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7시 20분이면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박씨는 놀이터를 정리하고 화단을 돌본다. 어린이집 마당 정리가 끝나면 아이들을 태울 ‘노랑 붕붕이’ 통학버스 청소가 시작된다. 아이들이 앉을 자리 하나하나, 바닥에 창문에 먼지 한 톨까지 깨끗하게 닦아내고 소독까지 빠짐 없이 한다. 하루에도 여섯 번을 청소한다. 마지막에는 소화기가 제대로 놓여있는지, 좌석의 안전벨트가 11자로 나란히 놓여있는지까지 확인해야 운행준비가 끝난다. 아이들이 스스로 벨트를 멜 수 있도록 벨트 놓임새까지 신경쓴다.
“아이들 안전은 소홀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많은 아이가 한 공간에 타고 있는데 전염성 질환들은 물론이고, 제가 조그마한 부분을 놓치면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요.”
실내 에어컨 필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한다. 필터가 거르지 못한 먼지를 아이들이 마실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혹시나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좁은 버스 안을 수도 없이 돌아본다. 카시트도 일일이 피스를 박아 흔들리지 않게 손을 봤다. 의자 아래에 있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소화기도 선생님들이 손만 뻗으면 닿을 자리에 옮겼다.
경사로가 많은 고성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사고나기 십상이라 언제나 고임목을 사용해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전 차를 고정한다. 등하원하는 아이들이 길을 건너는 일이 없이 아파트나 집앞에 바로 닿을 수 있도록 코스를 전부 조정했다. 일부러 조금 더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다. 혹시나 엄마아빠가 데리러 나오는 게 늦어지면 직접 아이를 안아다가 데려다 주기도 한다. 길을 건너다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불편한 게 대수인가 싶다.
선생님 혼자 승하차 시키는 걸 두고볼 수가 없어 아이들 등하원 때는 직접 내려 아이들을 차로 안아올리기도 한다. 가끔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둬야 한다고도 하지만 차에서는 다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가끔 통학버스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사고를 당한 아이들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다. 박영수 씨는 그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안타깝고 속상하면서 화가 난다. 그도 그럴 것이, 박씨는 매일 운행 전 청소하고, 아이들이 내린 후에도 또 한 번 청소를 하면서 차 안을 살피니 그런 문제들이 박씨에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매일 정신무장을 해요. 청결, 안전 마인드는 전파돼서 나쁠 게 없잖아요. 전부 내 아이라고 생각하면 채비를 철저히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제가 잡은 운전대에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있으니까요.”
박영수 씨는 고속버스 운전을 오래 했다. 나이가 들면서 대가면 척정리로 귀촌했다. 마침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에서 기사모집 공고가 나왔다. 큰 농사 지을 것도 아닌데 멀쩡한 육신을 놀리면 뭐하나 싶어서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게 벌써 10년을 앞두고 있다.
“안타까운 것도 있어요. 아이들 안전은 저 혼자, 선생님들만 노력한다고 지켜지는 게 아니잖아요. 어린 아이들이 승하차하는 시간은 꽤 오래 걸려요. 아이들이 자리에 앉으면 안전벨트를 하고, 선생님들이 확인한 후에야 출발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른 운전자들 중 간혹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경적을 울리거나 추월해 가버리기도 해요. 그러면 아이들은 불안해지거든요. 아이들을 지켜주는 일은 어른의 당연한 책임이잖아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겠어요.”
박영수 씨는 앞으로 언제까지 일하든 늘 지금처럼, 늘 처음처럼 일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시작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요즘이 최고 즐겁다. 아이들과 있을 때 제일 행복한 붕붕아저씨의 노란 버스는 오늘도 안전과 청결, 행복을 싣고 달린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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