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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가 된 고성군 공식 밴드, 개선책을 찾자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6일
ⓒ 고성신문
모든 것이 손과 발이 움직여야만 가능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이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모든 자료나 정보를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간혹 공상
영화에나 나오던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특히 정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욱더 그렇다. 이전에는 직접 만나야만 가능했던 일들을 네트워크 메신저가 그 역할을 대신하다 보니,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고전적인 사회가 점점 파괴되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사회라는 새로운 개념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환상적이기도 하지만 그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두렵기도 하다.
바야흐로 세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시대로 들어선 것 같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개념이 정립된 이후 도구도 유행을 좇으며 출시되고 있다. SNS의 개념이 만들어진 이후 짧은 시간에 트위터를 비롯하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도구를 통해 종적·횡적으로 다양하게 엮이며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가고 있다. 그중에서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활동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진 것이 네이버에서 출시한 밴드(BAND)이다. 2012년에 출시되어 대학생의 동아리 활동용으로 사용되다가 이후 동창 찾기 열풍에 휩쓸리며 급격히 사용자가 늘어났다. 활용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용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제는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은 필수적으로 설치하는 소프트웨어가 되었으며 한 사람이 최소한 서너 개 이상의 밴드에 가입하고 있다. SNS가 사용자 간의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인맥 확대 등을 통한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해주는 데 있다고 볼 때 효용성이 뛰어난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성군에서도 ‘고성군 공식 밴드’라는 이름으로 SNS 플랫폼을 만들어 주민들과의 소통 창구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 희망찬 고성’이라는 기치를 걸고 출범한 백두현 군수의 폭넓은 정치적 발걸음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밴드에 올리는 민원은 어떤 경로보다 신속하게 처리가 되어 ‘지니의 밴드’라고 불리게 되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소통의 사례로 언론에 나오고 입소문을 타면서 가입자만 해도 1만 명에 가깝다. 일부 출향인이나 외지인도 있지만 많은 수가 지역 주민인 것을 고려하면 고성 지역 최고의 소통 도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곳이다 보니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면도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글이 주민 간의 정보교환 및 소통, 그리고 군정 홍보로 되어 있지만, 목적에서 벗어난 글들도 적지 않다. 군청 홈페이지에 올려야 할 민원이 밴드에 올라온다거나, 사업이나 정치적 성향을 적은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하고, 개인 일기장이나 블로그에 실어야 할 내용을 올려서 보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민원성 글이 밴드에 올라오는 것이다. 민원은 군청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옳다. 잘못된 것은 행정에서 공식적으로 다루어 재발이 되지 않도록 대안을 세워야 한다. 요즘 군청 홈페이지의 민원 공간은 개점 휴업이다. 대신 밴드가 그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안까지 즉흥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밴드에 올리는 글은 공무원들의 업무를 과중하게 한다. 밴드에 올라오는 민원을 해결하다 보면 밤낮과 휴일이 없다. 수시로 민원성 글에 답글을 달아주고 해결을 해줘야 한다. 아무리 공무원이 주민들의 지팡이 역할을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끝나면 그만일 텐데, 네티즌 사이에 육두문자까지 섞인 논쟁이 벌어진다. 건전한 논쟁이야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상대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논쟁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 댓글을 다는 네티즌도 있다. 정보교환이나 소통을 위해 올린 글에도 비아냥거리는 거북한 댓글이 달린다. 일부 들개 같은 사람들이 사냥감을 찾듯 돌아다닌다. 공식 밴드를 자신들의 놀이터처럼 휘젓고 다니며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 나오면 비난 댓글을 단다. 그러다 보니 정작 주민들은 소통이나 정보교환을 위한 글을 올리기 두려워한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누군가가 물어뜯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어떤 글은 자신의 일기장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옳지 않나 싶은 내용도 있다. 공식 밴드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특히 자신이 감동하였다고 남의 글을 퍼오는 경우는 문제가 크다. 그런 경우 가짜 뉴스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 정보를 듣기 위해 밴드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네티즌들의 놀이에 기가 막힌다. 그리고 이런 누더기 같은 밴드를 행정에서 운영하는 공식 밴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밴드에 민원성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이유는 소통을 중요시하는 군수가 밴드를 직접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안이 시급할 경우 군수가 직접 나서기 때문에 해결이 빠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군수가 나서면 단숨에 해결되는 일을 공무원들은 쉽게 처리하지 못한다. 권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밴드에 올라온 민원에 공무원의 답변은 무미건조하고 기계적이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멘트는 마치 앵무새가 읊조리듯 부서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답변이 늦으면 늦는다고 항의가 있을 것이니 우선 급한 대로 원론적 답변을 해야 한다. 빠른 민원 해결을 위해 군수가 주민의 민원을 직접 듣는 창구가 꼭 필요하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군수와 고위 공무원만 볼 수 있는 ‘신문고 밴드’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공무원들이 군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본연의 일에 충실할 수 있고, 일반 주민들은 밴드를 도배질하는 악성 민원인의 글로 인한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몰지각한 네티즌에 대한 방안은 운영 규정을 정비하여 소통과 정보교환이라는 밴드 본래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다. 밴드 관리자는 밴드 운영의 문제점을 직시하여 당장 정해진 운영 규정에 맞추어 강력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의 경우 경고와 함께 일정 기간 자숙의 시간을 주거나 강제퇴장을 시켜야 한다. 밤새 올라온 쓰레기 같은 글들로 주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운영자는 글을 지우기 바쁘다. 이대로 두면 주민 간의 갈등만 더 심해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실명제를 들먹이는데 이 역시 옳은 해결 방법은 아니다. 악성 네티즌은 실명이라고 해결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의견이 다르다고 집이나 회사를 찾아온 스토커에게 시달리거나, 늦은 밤까지 전화 스토킹을 당해본 사람들은 실명으로 활동하기 두려워한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공식 밴드는 공적 기능을 잃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본래의 뜻이 변질하여 생산적인 것보다 비생산적인 요소가 더 많아졌다. 소통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일부 네티즌의 놀이터로 바뀌었다. 이런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아무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공간이라도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 빠른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 해결하지 못하면 밴드를 없애는 것이 주민들의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밴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다. ‘비대면 사회’라는 익명성을 악용하지 말자.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 말도 들어보고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세상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던가? SNS 구성원도 마찬가지이다. 들어 줄 수 있는 말은 들어주고 말이 아니면 던져두자. 다투려고 하지 말자. 갈등이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글을 올리는 네티즌에 대한 처리는 밴드 관리자가 해결할 문제이다. 우리는 과학이 준 선물을 잘 활용하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SNS는 용도에 따라 인간에게 약과 독이 되는 이중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약이 되는 요소를 잘 가려내어 우리 스스로 유익하고 즐거운 소통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사는 법과, 소통하는 법과, 배려하는 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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