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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밝음이 자비로움으로 가득하면 세상은 평안해집니다”

불기 2569년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서로 다르지 않다
생활법문, 종교 넘어 예술로 소통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2일
↑↑ 관현스님 대한불교조계종 보문암
ⓒ 고성신문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졸업앨범까지 든 채 절집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늘 4남매 모두 불교에 귀의하길 바라셨다. 19살의 소녀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아들고 출가해 비구니가 됐다. 그렇게 흐른 세월이 39년. 대한불교조계종 보문암 주지 관현스님은 산중절집이 아닌, 대가면 유흥리 신흥마을에서 벌써 26년째 이웃과 함께 절집을 꾸려가고 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수행한 지 벌써 26년째입니다. 동네 어르신들의 불편한 게 눈에 보이고, 어르신들도 자식한테 못하는 부탁을 저한테 하시지요. 세상은 늘 변하고, 사람들의 의견도 마음도 바뀌지만 화엄경에서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산중불교가 아니라 마을 가까이에서 이웃과 함께 호흡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 고성신문
ⓒ 고성신문
관현스님은 법문을 쉽게 배우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 아닌가. 스님의 법명이자 아호인 ‘관현’은 은사스님이 “남에게 길을 밝혀주는, 가르치는 일을 하며 살아라”라며 지어주신 이름이다. 그 이름에 맞게 스님은 다른 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서예와 서각인으로 고성문화원에서 사람들에게 예술의 아름다움과 수행의 또다른 방법을 알리고 있기도 하다. 오당 방덕자 선생의 문하생으로 서예를 배웠고, 목재 이학박사 목민 류현수 교수를 만나면서 서각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죽은 나무에 부처님의 경구절로 숨결을 불어넣어 예술작품으로 승화한다는 점이 서각에 몰두하게 됐습니다. 서각 작품 하나를 완성하려면 나무를 깎고 새기고 여백을 파내는 일을 반복한 후 마지막에는 천연 단청안료로 끊임없이 붓터치를 해야 합니다. 예술은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글씨가 품은 시대적 정신을 담아낼 수 있으며 소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관현스님은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을 강조한다. “스스로를 진리의 등불로 삼아, 그 진리에 의지해 살아가라”라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우리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밝음은 신(身)·구(口)·의(意) 세 가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말한다. 마음의 등을 밝힘으로써 신구의, 삼업이 밖으로 나갈 때 행동이 좋아지고 말이 부드러워지며 생각이 바람직해진다. 내 마음이 밝아지면 밝게 보고 바르게 보며 정확하게 보게 된다.
스님은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대처에 있던 자식들은 어머니 손맛이 그립고, 차려준 어머니 정성이 고마워서 엄마 밥이 최고라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자식들을 위해 60살이든 90살이든 밥상을 차려내야 한다. 정작 상을 차린 어머니는 한 술도 마음 편히 뜰 수가 없다. 당신은 고기가 질겨서 못 드신다 한다. 하지만 사실은 자식이 비싼 고기 사느라 돈 들까 봐 하는 말씀이다.
이건 마음이 밝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머니의 마음이 우울하면 밥을 차리는 일도 버겁고, 세상만사가 왜곡된다.
“제사도 마찬가지예요. 연세 많은 어머니가 음식하는 수고 대신 간소화하고, 차라리 짜장면 한 그릇씩 나눠 먹으며 조상님 위한 앞접시 하나 놔드리는 건 어떨까요? 조상님 생각하며 즐겁게 먹는 자식들 얼굴을 보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돌아가신 분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고요. 별 게 효도인가요. 사랑한다는 말에는 세금도 안 붙어요. 이게 바로 제가 하고 있는 생활법문입니다.”
부모님께 미소를 짓는 일, 간단하게라도 안부전화 한 통 하는 일, 사랑하는 이에게 향기로운 커피 한 잔 사주는 일, 내가 맛있었던 음식을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먹는 일 등등. 한 사람이 마음을 내면 할 수 있는 이 작은 일들은 결국 신구의 삼업이 좋은 일로 이뤄질 때 밝음이 나가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밝음인 셈이다. 그러니 우리는 마음을 밝히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의 밝음이 자비로움으로 가득 차면 세상은 평온해지고 사람들은 편안해지며 세계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신 지 2569년 되는 올해는 기후위기와 전쟁, 산불재해와 경제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온 세상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함께해 지혜가 빛나고 상처받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며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가짐으로 등 공양을 올립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 고성신문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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