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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야 역사 밝힐 토성, 완벽한 모습을 드러내다

만림산토성 정밀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 현장설명회
소가야의 독특하고 수준 높은 토목기술 집약체
바다와 접해 대외교류 해안방어 거점 역할한 듯
성벽 위 나무 정비 등 훼손 방지, 보존계획 필요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31일
↑↑ 고성읍 대독리 고성군보건소 뒤 만림산토성이 발굴되면서 소가야의 숨은 역사를 밝힐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만림산토성은 소가야의 선진적이고 독자적인 토목기술로 축조돼 송학동고분군과 연계된 도성의 구조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고성신문
↑↑ 만림산토성 학술자문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출토품을 살펴보고 있다.
ⓒ 고성신문
소가야 역사의 실마리를 풀 가닥이 잡혔다.
군은 지난 24일 고성군보건소 뒤 만림산의 토성 발굴 현장에서 고성 만림산토성 정밀발굴조사 학술자문회의 및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자문회의에서는 하승철 가야고분 세계유산등재추진단 연구위원, 조영제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 심광주 LH토지주택박물관장 등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만림산토성 발굴현장을 둘러보고 의견을 나눴다.
고성군은 2018년부터 지표조사를 통해 발견된 토성에 대해 2019년 시굴조사를 시행하여 그 분포를 확인했으며, 경상남도 비지정 가야문화재 조사연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유적의 성격을 규명하고 향후 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 소가야의 교류거점, 해안방어 중심지
고성읍 대독리 산101-1번지에 위치한 만림산토성은 정상 8~9부 능선을 두르는 테뫼식 토축산성으로, 지난해부터 경남도 비지정 가야문화재 조사연구지원사업의 하나로 발굴조사가 시행됐다.
성벽과 내황(봉토 가장자리를 따라 돌려놓은 구덩이)으로 구성된 만림산토성은 내황을 굴착한 흙을 성토해 성벽을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있는 성벽은 기저부 너비 20~22m, 최대높이 6.5m, 내황은 너비 9m, 깊이 2.7m 규모로 내황과 성벽의 전체너비는 29m 정도다. 총 네 단계의 공정으로 축성된 만림산토성은 내부 토대에 돌을 한 겹 붙여 쌓아 성벽을 견고하게 하는 등 소가야의 독특한 토목기술을 엿볼 수 있다.
만림산토성이 운용된 소가야시기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높아 고성만의 해안선이 송학동고분군 인근까지 북상했다. 토성은 고성만으로 들어오는 해안과 접하고 소가야고분군, 읍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 특성으로 미뤄볼 때 소가야가 번성하던 시기 대외교류, 해안방어 중심지 기능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림산토성은 기존 지형을 평탄화해 축성한 것으로 보인다. 발굴된 토성의 북쪽, 서문지(추정)에서 연결되는 정상부에 조성돼있는 성내시설은 당초 주변을 조망하기 유리하고 망루와 같은 군사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조사 결과 주혈과 소형수혈 등으로 구성된 생활유구만 발견돼 실제로는 주거시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굴조사를 진행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축조기법상 다른 가야지역과 구별되는 선진적이고 독자적인 첨단 토목기술을 적용해 토성을 축조했다”면서 “고자미동국의 고지성집락에서 발견된 만림산토성은 축조 후 남북국시대 토성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시대별 점유세력의 추이를 간직한 최초의 고고학적 자료이자 송학동고분군과 연계된 도성의 구조를 복원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 1세기 토기편도 출토된 5세기 성터
만림산토성의 축성 추정 시기는 5세기 후반으로, 송학동고분군의 조성시기와 일치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기록에 따르면 ‘佛巖山在縣西二里 有土城古基 自甘峙山來(불암산재현서이리 유토성고기 자감치산래)’라고 기록돼있다. 또한 19세기에 제작된 동여도에도 고성 해안에 접한 위치에 ‘불암산’이 위치해 있고 산성이 있다. 실제로 만림산 아래에 불암이라는 마을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불암산은 현재의 만림산으로 보고 있다.
만림산토성에서는 1세기 초기철기 시대 토기편이 여러 점 출토됐다. 이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기록돼있는 3세기 경 고자미동국보다 2세기 이상 앞선 것이다.
토성 내황에서는 고배, 컵형 토기, 단경호, 수평구연호, 기대, 배 등 소가야 토기편이 다수 출토됐다. 출토된 토기들은 송학동1A호분, 내산리고분군 출토품과 유사한 특징으로 볼 때 5세기 말에서 6세기 전반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1984년 동아대학교박물관이 진행한 가야문화권유적정밀조사에서 대독리성지를 조사하면서 토성의 존재가 알려졌다. 만림산토성은 ‘대독리토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박경원 저 ‘경상남도 사적유적물지명표’, 조현식 저 ‘고성문화재총서’ 기록에 따르면 대독리토성은 대독리 동쪽 만림산(만념산) 9부 능선에 쌓은 토성으로, 청동기시대 유물이 출토됐다고 한다. 또한 현재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소류지는 성지(聖池)로, 가야시대 왕족이 목욕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2004년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의 고성군문화유적지표조사, 동아대학교박물관의 문화유적분포지도 등 조사를 거쳐 2018년 지표조사 당시 토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번 학술자문회의에 참석한 조영제 경상대학교 명예교수는 “기원전 1세기 전후 시기 토기가 생활유적에서 나온다는 것은 이 일대에 바닷가에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살았던 흔적”이라며 “다만 초기철기시대의 토기편이 출토된 것은 기 조성됐던 유적이 토성 축조 시 파괴되면서 혼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심광주 LH토지주택박물관장은 “토성 내에 돌을 쌓는 형태의 축성기법은 현재 확인되는 가야성곽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독특한 축조술”이라고 설명했다.

# 장기적 발굴과 보존 계획 수립해야
만림산토성 학술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고자국의 성지를 발견했다는 점, 가야가 고구려나 백제 신라 등과 다른 독특하면서 수준 높은 토목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힐 결정적 증거라는 점 등에 큰 의미를 뒀다. 더구나 지금까지 실체를 드러낸 적이 없었던 소가야의 역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학술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군 차원을 넘어 국정과제인 가야사 복원 정비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만림산토성은 가야 지역에서 나타나는 성벽의 전형으로 꼽혔다. 외벽의 석축은 백제나 신라의 성보다 10도 이상 높은 급경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방어력을 높이는 기능적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번 발굴조사로 만림산토성의 전체적 축성공정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수평제토 등으로 공정이 더 확인되고 관련 시설 등이 밝혀지면 가야성의 축성공정이 밝혀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벽과 관련된 시설인 내황도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반적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향후 가야 지역에서 나타나는 성벽의 전형이 밝혀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발굴조사 과정에서 트렌치공정을 거치다 유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소가야의 유적인 점이 확인된 이상 토성을 더 훼손하지 말고 연차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조사해야 하며, 보존과 활용방안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의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작업과 함께 집수정 등 내부시설 조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근 비가 내렸을 때 남쪽에 빗물이 고인 곳은 집수정으로 추정된다. 이 시설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나무가 성장하면서 성벽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성벽 위 나무를 자르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은 만림산토성의 사적 지정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보존정비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발굴조사를 포함, 지구 단위로 발굴계획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군은 문화재 지정을 위해 우선 주변 토지를 매입하고, 지정 후에는 전문가의 자문을 반영해 나무를 베고 주변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소가야의 역사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고분군 외에는 변변한 기록도 전해지지 않는 상황이라 역사 발굴과 복원은 쉽지 않았다. 만림산토성의 발굴로 2천 년 전 소가야의 역사가 그 실체를 드러낼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소가야 왕도, 미스터리에서 실존했던 역사로 그 모습을 보여줄 때가 머지 않았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0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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