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악취로 고통받던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할 스마트축산 ICT 시범사업이 계획보다는 다소 기간이 늘어났지만, 이르면 내달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제 이미 검증된 악취 저감 시설, ICT·AI 기술을 접목한 첨단 농장을 조성해 국내 양돈 농가의 문제점 개선하고 생산성도 월등히 높인다면 스마트축산 ICT 시범사업은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악취의 온상으로 여겨지던 양돈 농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냄새 없는 양돈 단지로 거듭난다면 지역 주민과의 상생 길도 열릴 것이다.
# 양돈 농가 생각의 전환 필요 네덜란드에서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가난과 흉년으로 먹을 양식이 모자라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축산뿐만 아니라 농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1970년대 농업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교육과 연구를 지원했다. 이후 농업의 생산량은 급격히 늘었지만, 1972년부터는 성장세가 멈췄는데 그 이유는 네덜란드의 경우 농업에 종사하는 대규모 가족들이 많았고 이들이 모두 농장을 갖고 싶어 했지만, 농장은 하나밖에 없어 모두 농업에 종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부에서는 땅이 없이 사료를 수입하고 비료를 수출하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는 농장이 생겨나면서 이러한 문제는 개선됐다. 한국도 네덜란드처럼 국토 면적은 좁고 산도 많아 축산 농장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체적으로 사료를 만들 수 있는 농지도 부족해 결국 사료는 수입에 의존하면서 또 비료는 수출하는 등 상당히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지리적 측면에서 네덜란드의 경우 유럽 대륙이기 때문에 비료를 인근 국가인 독일이나 프랑스에 수출할 수 있지만, 한국은 인근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운송비가 많이 들어 가격이 높아지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부분을 제외하면 상당히 비슷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네덜란드가 한국보다 돼지 생산성이 높은데는 앞서 언급한 네덜란드의 농업 역사와 연관 있다. 네덜란드 농부들은 먹고살기 위해 농장을 운영하면서 경제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도태돼 결국 폐업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10년마다 농부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농가는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생산성을 최대로 높여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한국에서는 ICT 기술이 접목된 농장이 적을뿐더러 적용이 되어있다 하더라도 매일 사용을 해야 하는데 이를 일주일에 한 번 쓰기 때문에 사실 효과가 미비한 부분도 있다. 여기다 네덜란드에서는 농가 간 자신의 수입을 공개할 정도로 지식과 데이터를 공유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부분이 미흡하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 로버트 호스테 교수(돼지 생산 분야 경제학자)는 “농가 간 정보 공유는 네덜란드가 한국보다 생산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라며 “예를 들어 한 농장에서 폐사율이 높으면 다른 농장주들과 전문가도 초대해 함께 워크숍 형태로 같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문화가 생산성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시설에 첨단 장비를 설치하더라도 운영을 소홀히 한다면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면서 “네덜란드 농부들은 생존을 위해 노력하지만, 한국 농부들은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받고 돼지가격이 좋아 생산성이 높지 않아도 수익이 창출돼 실제로 농장 일을 직접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생산성 향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 악취 저감 시설 설치와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유럽이나 네덜란드에서는 축산 악취와 관련해 법으로 악취를 저감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에어워셔 등 악취 저감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지금도 기존의 악취 저감 시설보다 뛰어난 시설이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축산 ICT 시범단지에는 주거단지와 인접해 있으면서 악취 민원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평택의 ‘로즈팜’의 악취 저감 시설보다 더 향상된 악취 저감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산성마을 축산단지가 이전해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의 악취 문제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양돈 관계자들은 악취 저감 시설만 믿고 시설 관리나 자동화되지 않은 축사 내 청소 등을 소홀히 한다면 또다시 악취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악취 부분은 운영 중에도 계속해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바이오가스 생산 시설 경제성 떨어져 일찍이 독일 등 유럽의 양돈농가에서 추진했던 분뇨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부분 농가가 경제성이 떨어져 시설을 활용하지 않거나 폐업하는 추세로 현재 독일 내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있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도 “축분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은 투자 대비 경제성이 떨어져 장기적인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에 2만5천 마리 이상 규모의 축사를 건립할 때 의무적으로 바이오가스 생산 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축산 ICT 시범사업에도 포함됐고 해당 예산도 책정돼 사업자 측에서도 어쩔 수 없이 추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설을 조성하는데 예산은 지원되지만 향후 운영과정에서 적자가 지속된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스마트축산 ICT 시범사업 성공 사례로 거듭나길 스마트축산 ICT 시범사업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행정 절차로 인해 사업 기간이 늦어지고 있지만, 사업이 완료되면 악취 민원 해소와 돼지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군에서는 이르면 내달 착공에 들어가 2026년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기존 계획보다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늦을수록 돌아가라’라는 속담이 있듯이 빨리 준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럽 등 선진국과 국내 사례 등을 더 많이 벤치마킹하고 다시는 악취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악취 저감 시설을 선택하는 등 단지 조성에서부터 악취 저감에 최우선 과제를 두고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더중요하다. 또한 MSY도 목표치인 28마리에 만족하지 않고 적어도 유럽의 선진국 수준으로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단지 조성에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한 스마트축산 ICT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지역 중 양돈 분야에서 현재 원만하게 추진되고 있는 곳은 고성군이 유일하다. 다른 지역은 주민 반대와 참여 농가들의 이견 등으로 인해 사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으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양돈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추진되고 있는 고성군에 농림축산식품부뿐만 아니라 축산 악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전국의 지자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스마트축산 ICT 시범사업을 보다 꼼꼼하게 살피고 계획을 잘 세워 기존 양돈 농장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악취 없고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양돈 단지를 조성해 정부의 공모사업으로 성공한 국내 모범 사례로 손꼽히길 기대해본다.
“쾌적하고 사람들이 놀러 오는 친환경 농장으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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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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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축산 ICT 시범단지 조성사업은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는 10개 곳으로, 자부담과 융자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동안 주민들에게 피해를 줘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백길수 대표는 “50년간 거류면과 동해면 지역주민들에게 축사로 인해 피해를 줬다”라면서 “이번 사업을 통해 축산 농장이 혐오시설이 아닌 정말 쾌적하고 사람들이 놀러 올 수 있는 친환경적인 농장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10개 농가가 참여해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백 대표는 이번 사업에서 무엇보다 악취 저감을 최우선으로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도 많은 악취 저감 시설이 도입되어 있지만,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라며 “현재 유럽의 모 회사에 기존 악취 저감 시설보다 월등히 뛰어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설계를 의뢰하고 컨설팅받고 있다. 기술이 뛰어난 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악취를 더욱 저감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있더라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나 국내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는 악취 저감 시설은 축사의 끝에 악취 저감 시설을 설치해 악취를 줄이고 있다면 우리는 축사 옆면 전체에 악취 저감 시설을 설치해 악취가 거의 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가스 시설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 맞춰 최대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다. 그는 “법령으로 2만5천 마리 이상 농장에서는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을 설치해야 인허가가 나기 때문에 안 할 수 없다”라며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위험성이 없도록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축산 분뇨를 숙성해 여기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온수는 물론 양질의 액비와 퇴비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가야스마트팜&10에서는 돼지 생산성 부분에 대해 참여 농가가 전문성이 다소 부족해 운영이 정착될 때까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할 예정이다. 또한 현장에 필요한 인력 40여 명을 고용할 예정으로 고용창출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산성마을의 축사에서는 MSY 20마리 정도 수준이지만, 스마트축산 ICT 사업을 통해 신규 축사가 준공되면 현재 28마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백길수 대표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성군과 의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라며 “일각에서는 사업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도 있는데 최대한 사업을 잘 추진해 향후 법인에서 혜택을 받은 만큼, 지역에 환원도 많이 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법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