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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있어도 우리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요”

경북 의성군 의성읍 치선1리 자치골
마음헤아림 행복보듬마을, 경북 대표 치매친화마을
꼬꼬닭장, 행복점방, 호박터널, 행복일터 텃밭 운영
치매 어르신과 지역민이 함께 하는 농촌체험 호응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17일
ⓒ 고성신문
급속한 고령화는 경상북도도 마찬가지다. 경북의 치매환자는 노인인구의 10%에 해당하는 4만9천여 명이다. 노인 10명 중 1명, 80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치매를 갖고 있다.경북도내에서 치매로 발생하는 비용은 1조 원이 넘는다. 가족의 간병부담으로 인한 가정파괴나 황혼살인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경상북도에서는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역사회가 나서 치매를 일상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5년부터 치매친화적 공동체 모델인 치매보듬마을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치매보듬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치매교육을 직접 받으면서 치매를 이해하고 예방하며, 스스로 인지건강의 환경개선에 참여해 치매가 발병하더라도 불편 없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경북에서는 지난 2017년 지역대학 보건계열 교수들로 구성된 치매보듬 자문위원회와 경북광역치매센터의 기술자문을 받아 치매 보듬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표준 치매 인식도를 조사하기도 했다. 이 조사결과를 적용해 치매보듬마을은 경북도내 23개 전 시·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 치매가 있어도 살기 좋은 마을, 치선1리
마늘로 유명한 고장답게 국도로 들어서자마자 알싸한 마늘향과 함께 너른 마늘밭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농부들은 5월의 봄볕 아래 분주하다. 고성과 별 다를 것 없는 농촌풍경이다.경북 의성군 의성읍사무소에서 약 4.5㎞ 거리의 치선1리 앞 도로에는 봄바람을 타고 바람개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시골마을이 흔히 그렇듯 노인들이 대부분은 치선1리는 마을 초입부터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눈길을 끈다.‘마음헤아림 행복보듬마을’이라는 안내판을 뒤로 하고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초입에 자리잡은 경로당에는 ‘치매친화적 보듬마을’이라는 목판이 눈에 띈다.의성군내 두 개의 치매보듬마을 중 먼저 선정된 의성읍 치선1리는 2016년 경북도 치매공모사업으로 ‘치매가 있어도 내가 살던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치매친화적 마을을 조성했다. 치선1리 치매보듬마을은 말 그대로 치매 환자들과 그들의 행복을 ‘보듬는’ 마을이다. 사업 4년차를 맞는 지금까지도 치선1리 자치골은 치매환자 돌봄에 대한 지역사회의 선제적 업무추진 모범사례로 꼽히며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 건강한 생산활동 유지, 치매 예방의 지름길
자치골할매들의 기억나눔놀이터, 치매보듬마을 등등 팻말이 참 많다. 유독 시선을 끄는 것이 ‘할매들의 행복 청춘점방’이다.청춘점방은 달걀 가게다. 병아리 두 마리가 “달걀 사이소”라며 종종걸음치는 청춘점방은 오리알 10개 3천 원, 청달걀 10개 3천 원, 토종달걀 10개 2천500원이다. 점심시간도 되기 전인데 달걀들은 이미 다 팔리고 없다. 청춘점방은 보듬마을 특화사업인 기억키움 행복일터인 꼬꼬닭장에서 생산된 달걀을 판매하는 무인점포다. 마을 내에는 공동으로 관리하는 꼬꼬닭장이 있다. 이는 과거 기억의 회상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시도됐다. 치매 발병 여부와 관계없이 노인들의 생산활동을 통해 마을 공동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동시에 치매보듬마을을 찾는 체험객들에게 향수 가득한 농촌체험거리로도 활용된다. 치매 완화를 위한 대안이자 마을 수익원이 되는 셈이다. 치매보듬마을에서는 꼬꼬닭장과 청춘점방 외에도 기억키움행복일터라는 이름이 붙은 텃밭이 운영된다. 농촌어르신 복지 생활실천시범사업장으로 지난해부터 운영돼온 100여 평 남짓한 행복일터에는 참깨, 배추, 메밀 같은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의성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 시범사업 텃밭은 자치골 어르신들의 사회활동 유도, 건강한 생산적 여가활동의 확산을 위해 조성됐다”면서 “소일거리라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지역 어르신들의 생산활동 유도로 치매는 물론 질환 예방을 위한 방편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꼬꼬닭장, 청춘점방과 행복일터는 수익은 크지 않을지 모르나 치매 완화, 치매 환자의 사회참여, 생산활동, 마을공동체 기반 조성 등 성공적인 사업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타지역에서 벤치마킹이 줄을 잇고 있다. 

# 자치골 치매 예방, 농촌체험 일석이조마을
 입구 자치골 경로당에는 ‘자치골할매들의 기억나눔 놀이터’라는 이름도 붙어있다. 경로당 앞 작은 벤치에는 ‘웃음은 최고의 보약이며 건강 지켜주는 파수꾼’, ‘치매의 최고 예방법은 조기검진’ 같은 짧은 글귀들이 방문객을 반긴다.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인 자치골 경로당과 할매들의 청춘점방에서 마을길을 따라 오르면 담벼락을 따라 바른 식사법과 운동법, 금연과 절주, 뇌손상 방지 방법이 소개된 안내판이 이어진다.나무조각에 검은 글씨의 흔한 문패가 눈에 띄지 않는다. 자치골의 문패는 할매들의 이름이다. 최춘자네 집, 박차란네 집이라는 한글문패가 화사한 꽃장식과 함께 주소 바로 아래에 붙어있다. 한글만 안다면 누구든 집을 찾을 수 있다. 시골마을에 독거노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과 치매 환자들 중 다수가 배회 증상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회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치선1리 자치골에서는 치매예방을 위해 손끝을 자극할 수 있는 바느질 공작소와 한문·영어교실, 인지건강을 위한 환경개선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유지’다.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호박터널을 만난다. 철이 이른 탓에 호박덩쿨을 볼 수는 없었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진 호박터널에서는 소담한 상추와 푸성귀밭을 만날 수 있었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호박터널에는 조롱박덩쿨이 뒤덮인다.호박터널은 자치골 어르신들의 소일거리 장소임과 동시에 배회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터널 안의 블록들도 하나하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순간 기억을 되살리는 공간이 된다. 자치골 꼬꼬닭장과 호박터널, 약초밭은 농촌체험프로그램에도 활용된다. 인근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서는 체험을 위해 자치골을 종종 찾고 있다. 원아들은 닭과 닭 둥지를 관찰하거나 모이주기, 계란줍기, 조롱박 따기 체험 등을 하면서 농촌의 일상을 즐긴다. 동시에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니 아이들에게는 치매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의 기회가 되고 자치골 어르신들은 증손주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치매 증상을 완화하고 마을에는 생기가 돈다.의성군은 치매보듬마을 운영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치매 친화적 마을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협의체는 보건소, 가톨릭상지대학교 교수, 치선1리 보듬리더 12명 등으로 구성·운영 중이다. 치선1리 치매보듬마을은 치매환자와 인지저하자가 치매 발병 후에도 원래 살던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가족과 이웃의 관심과 돌봄을 통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다. 치매 발병 전과 비교해도 달라지지 않은 일상의 유지는 발병으로 인한 정신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치선1리 자치골의 호박터널 옆에는 자치골 어르신들이 가꾸는 약초밭도 있다. 약초밭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치매가 있어도 우리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요”라는 문구가 머릿속에 유독 오래 남는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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