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추가접종을 하러 간 김에 수의사에게 물었다. 치와와가 살짝 섞인 것 같지 않냐고. 그랬더니 수의사는 단호하게 포메라니안이라고 답했다. 다시 물었다.
수의사는 이럴 때는 그냥 포메라니안이라고 한다고, 혼종이라고 말했을 때 실망하는 보호자들이 많고 강아지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봐 그렇게 답한다고 했다. 그리고 털은 조금 지나면 기찬이만큼 풍성해질 테니 기다리자고도 했다.
“세찬이가 포메라니안이든 치와와든 발바리든 안 아프고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웃으며 나왔지만 왠지 씁쓸했다. 누군가는 높은 분양가를 치르고 원하는 품종의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사실은 다른 종이 섞였다 하면 실망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래서 유기되는 동물들은 늘고 있다.
# 사람 취향 따라 변해온 ‘유행견종’
유기견을 보면 유행하는 견종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말티즈와 시추, 푸들은 유기견 중 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포메라니안, 치와와도 늘었다. 유기가 늘어난 시점을 따져보면 이 견종들이 방송이나 광고를 통해 귀여운 모습을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은 시기와 비슷하다.
포메라니안이나 스피츠 등의 일부 견종은 일명 원숭이시기로 불리는, 배냇털이 빠지고 겉털과 속털이 올라오는 ‘못생김의 절정’ 시기를 맞는다. 생후 4개월쯤부터 시작돼 몇 달간 이어지는 이 시기에 버림받는 강아지들도 많다.
앞서서도 이야기했듯 기자의 집에는 두 마리의 포메라니안이 있다. 세찬이는 다시 봐도 혼종 같으니 그렇다 치자. 기찬이는 누가 봐도 포메라니안이라 한다. 그런데 기찬이를 보고 있자면 30년 전, 어린 시절 포메라니안으로 불리던 강아지들과는 생김새가 좀 다르다. 물론 한도 없이 예쁘다는 건 똑같다.
하지만 어린 시절 보던 포메라니안보다 기찬이가 털은 더 풍성하고, 머즐이라 불리는 주둥이는 짧다. 눈과 눈 간격이 그 시절의 포메라니안보다 좀 더 멀고 눈 크기는 좀 더 크다. 사람들의 눈에 더 예쁜 모습으로 변해온 탓이다.
반려견으로 불리는 견종들은 수백 년에 걸쳐 사람에 맞게 개량됐다. 주로 실내생활을 하는 개들은 크기는 작아지고 생김새는 앙증스러워졌으며 털은 더 풍성해졌다. 몇 대에 걸쳐 더 작은 품종을 얻기 위해 다른 종과 교배하고 개량하면서 몸집은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선천성 질환 또한 늘어났다. 소형견의 슬개골 탈구가 그런 영향이라는 의견이 많다.
# 동물의 생명과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들
반려동물의 보호와 복지를 취재하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를 찾았을 때 보호자와 함께 산책하는 반려견들 중 흔히 말하는 품종견들은 우리나라에서만큼 흔치 않았다. 모양내 미용한 강아지나 알록달록하게 염색한 개는 6박 8일간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유럽에서 생각하는 ‘동물복지’는 외형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사람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 생각 속에는 동물에게 사람의 미적 기준과 생활방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또 한 가지 눈에 띄게 신기했던 것이, 분명 하얀 색이었을 것 같은 개의 털이 회색이라는 점이었다. 단순히 목욕을 시키지 않아 더럽다, 는 뜻이 아니다. 털이 회색으로 물들 때까지 보호자와 함께 자주 산책했다는 뜻이다. 그들에게 개의 산책과 고양이의 자유로운 외부출입, 기니피그 같은 동물의 무리생활은 당연히 보장해줘야 할 ‘동물권’이므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동물들 역시 당연한 일이다. 사람과 동등한 생명과 권리를 가진 동물인데 보호자가 함께 탑승했다면 대중교통을 케이지 없이 탔다고 문제될 것이 없다.
혹시라도 사람을 무는 사고가 생겼다면 훈련을 통해 충분히 교정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해서 무조건 유해동물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건 반려동물이나 농장동물, 야생동물도 똑같다.
# 세계 각국의 강력한 동물보호법
유럽과 미주에서 동물에게 물과 밥을 제때 주지 않는 것은 학대로 여긴다.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을 혼자 키우는 것도 학대이며 스위스에서는 랍스터 같은 동물을 산 채로 조리하는 것 역시 동물학대로, 범법행위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동물학대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처벌수위 또한 우리와 비교했을 때 강력하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반려견을 차 안에 두고 내렸다면 징역 6개월 혹은 벌금 1천 달러를 내야 한다. 미국에서는 동물을 학대하면 15년까지 징역형이 가능하다. 살이 찐 개를 방치한 주인이 10년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척추동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죽이거나 잔혹하게 고통 또는 괴로움을 가한 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영국에서는 1911년부터 이미 동물학대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금붕어를 기를 때 금붕어의 생체리듬을 고려해 조명을 조절하고 사방이 투명하지 않은 어항에서 길러야 한다. 만약 동물보호법을 위반한다면 2만 프랑, 한화로 2천만 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
# 진통 끝에 탄생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초창기 동물보호법은 ‘관리법’에 가까웠다.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방지하고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하며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동물의 생명 보호, 안전보장과 국민의 정서함양에 이바지하기 위한 법이었다.
동물학대를 법으로 금하기는 했으나 이 법이 제정된 후 2000년대 중반까지도 실제 동물학대로 처벌되면 화제가 되기 십상이었다.
동물보호법은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지난달 21일, 반려동물의 사육과 관리기준 강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과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안에는 능력 밖으로 과도하게 많은 반려동물을 사육하면서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을 동물학대로 규정,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전에는 애니멀 호더의 전제를 동물의 상해로 봤으나 이제 공간 마련과 사육 및 관리에 법적 근거를 두고, 질병이나 상해를 입힐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학대당한 동물은 구조, 보호된다.
개물림 사고가 이어지면서 목줄과 입마개 착용이 논란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존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을 포함해 지난 1월 체고가 40㎝ 이상인 개들에게도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단순히 체고만으로 맹견의 범주를 구분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시됐다. 농식품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맹견의 범위를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에 한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개정안에서는 반려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을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종으로 규정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 및 관리 기준을 명시한 조항을 신설했다. 동물 사육시설과 공간을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없는 곳에 마련하고 동물의 발이 빠질 수 있는 재질과 형태의 바닥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
동물의 사육공간은 해당동물이 일상적인 동작을 하는데 지장이 없어야 하고, 가로·세로 길이는 몸길이의 2.5배 및 2배 이상, 높이는 동물이 뒷발로 일어섰을 때 머리가 닿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육하는 동물이 2마리 이상일 경우에는 마리 당 해당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실외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은 더위나 추위, 눈과 비, 직사광선 등을 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만들고, 목줄을 이용해 동물을 사육하는 경우 목줄의 길이는 사육공간을 제한하지 않아 목이 조이는 등의 상해를 입지 않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의 시행으로 규제대상은 확대됐다. 다만 아직까지 시골의 고령 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m 목줄의 삶을 견뎌야 하는 반려견들에게 이 법의 효력이 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에서는 제도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향후 예산과 지도 단속인력을 확보해 반려가구를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보완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 동물복지에 한발짝 다가서는 고성
법의 개정과 시행만으로 동물복지가 이뤄졌다고는 볼 수 없다. 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이 더 시급한 문제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다. 특히 고성처럼 고령자가 많은 지역은 기존 사육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 쉽게 훔쳐가지 못하고 도망가지도 못하도록 꽁꽁 묶어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노인가구가 여전히 많다. 개는 가축이고 재산이며 때로는 식량이었기 때문일 것이다.군은 향후 반려동물산업을 추진, 유기동물의 보호와 관리는 물론 교육을 통한 재입양까지 한 번에 가능한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의 예산 지원이 늦어지면서 사업도 덩달아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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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인 반려동물 때문에 난감함이 앞서는 반려인들이 많다.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 몰라 비싼 돈을 내가며 훈련소행을 택하기도 한다. 공격적인 행동과 성향을 감당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동물도 많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들을 다스리는 긍정의 훈련이 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동물의 행동은 달라진다. 클리커 훈련이다.
서지형 제이클리커아카데미(JCA) 대표는 국내 최연소 클리커 트레이너다. 서 대표의 어머니는 고성읍에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다.
“카렌 프라이어가 개발한 비강압적 훈련법인 클리커 트레이닝은 긍정강화 훈련법입니다. 원래는 돌고래의 훈련방법이었지만 지금은 개나 고양이는 물론 코끼리와 기린, 하이에나와 같은 야생동물과 농장동물에도 적용이 가능해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지 않고 긍정강화 기반 훈련을 하는 거죠.”
카렌 프라이어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후 정식으로 파트너 트레이너 자격을 받은 서지형 대표는 기초 매너 트레이닝은 물론 개의 사회성이 발달하는 생후 3개월부터 1년 미만의 강아지를 대상으로 한 퍼피 트레이닝, 행동문제 트레이닝, 노즈워크 트레이닝 등 동물과 사람의 ‘바른 반려’를 위한 훈련방식을 교육한다.
개인 방문훈련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회차에 소개되기도 한 강동구청의 서당개 프로그램을 맡기도 했고, 도그워커 양성강의, 서울대공원과 삼정더파크에서 국내 최초로 대동물 클리커 트레이닝 컨퍼런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걸 인연으로 삼정더파크에서 동물 트레이닝 자문을 맡아 컨설팅과 교육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담씨티칼리지의 겸임교수로 임용돼 클리커 트레이닝 및 반려동물 창업과 관련 강의를 맡고 있다.
“동물의 감정과 기분을 사람이 정확히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동물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본적인 태도, 고통이 없는 인도적인 트레이닝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제 원칙이자 소신입니다. 그게 클리커 트레이닝 다시 말해 긍정강화 훈련법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공감하고 존중하는 거죠.”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 그러니 이해와 교육수준, 생명존중에 대한 의식이 시장의 규모와 비례하지는 않는다. 아직도 성장해야 하는 것이 동물의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의 정착이다.
“반려동물 훈련사나, 사육사, 미용사, 브리더 등 직업군은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해요. 저는 반려인들 특히 훈련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긍정강화 트레이닝을 통해 목표에 맞는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반려동물과의 탄탄한 유대관계는 곧 반려동물문화의 성장을 가져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