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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더불어,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의 시작

본격 펫산업 추진, 주민간 갈등 해결이 먼저
동물로 인한 사고, 사람의 인식 변화가 우선
문제동물의 행동교정 나선 서울시 광진구
동물보호를 넘어 복지 실현 나선 고성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12일
ⓒ 고성신문
반려동물 천만 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구는 전체의 28.1%로 나타났다. 4가구 중 1 가구 이상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한국펫사료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는 기혼, 4인 이상 가구 비중이 높았다. 반면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는 30대와 싱글 및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 가구가 기르는 반려견 수는 1.4마리로 10여 년 전과 큰 변화가 없다.
같은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사료비와 미용, 의료비 등을 비롯해 한 달간 소요되는 비용이 월 평균 1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은 70.8%로 가장 많았으며 10~30만 원 미만이 26.3%, 30~50만 원 미만이 2.6% 순이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유는 3분의 1 가량이 ‘동물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이어 가족이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가 졸라서, 또 하나의 친구·가족이 갖고 싶어서, 자녀들의 정서함양을 위해서 동물을 기른다는 답변도 나왔다.
기본적인 입양비용과 용품비용, 의료비용, 식비 등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 일명 ‘펫코노미(Pet+Economy)’의 몸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20년이면 5조8천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반려동물산업 전 해결해야 할 갈등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해 장례까지 정성스럽게 치러준다.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전용 동물묘지가 흔하고, 반려인들은 자신이 사망한 후 남은 반려동물이 죽으면 자신과 함께 매장해달라며 동물의 묘지까지 미리 마련해두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17년 폐기물관리법과 동물보호법의 개정으로 반려동물 사망 시 동물장묘업으로 인허가 받아 정식등록된 업체를 통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반려동물의 장례는 사람과 거의 비슷한 절차로 치러진다. 병원이나 집에서 자가 혹은 영구차량으로 운구된 반려동물은 간단한 장례식 형태의 추모절차를 거친 후 선택에 따라 수의를 입히고, 관의 재질과 모양 등을 선택해 입관한다. 이어 화장한 후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집에 보관하기도 하고 간혹 유골을 가공해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들어 보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반려동물이 죽으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해야 하고, 임의로 매장하거나 소각하는 것은 금지된다. 또한 이러한 반려동물의 장례 절차와 유골 처리방식은 일부에게는 거부감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고성군내에는 동물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업체가 한 곳 있다. 2016년 한 동물장묘업체가 회화면에서 영업을 위해 군에 기존의 창고를 동물화장장으로 용도변경 신청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지 마을주민들은 환경오염과 소음 등을 이유로 결사반대하며 군청 앞에서 집회를 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경운기 등으로 업체의 진입로를 막기도 했다. 이후 업체와 주민들의 의견교환을 위한 자리가 수 차례 마련되고 업체 대표가 수익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을 통해 일단락, 현재는 정상운영 중이다.
이런 일은 고성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김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경남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농림부의 예산 지원문제로 잠시 표류 중이기는 하지만 고성군이 펫산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역 갈등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하는 문제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다.

# 개물림 사고와 펫티켓, 사람이 달라져야
최근 들어 개물림 사고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몇 해 전 고성에서도 개물림 사고가 터졌다.
2012년 7월 16일 저녁, 한 아파트 놀이터에 5살 정도 된 진돗개 한 마리가 나타나 주부 2명, 3살 된 남자아이 2명을 물고 달아났다. 견주는 광견병 감염 여부 확인 등 사고 발생 시 대처방법을 무시하고 사고 직후 진돗개를 건강원에 맡겨 도살됐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임신 8주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기도 했다. 경찰은 도살된 개의 사체 일부를 수거해 축산진흥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견주를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사고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며 개물림 사고에 대한 공포를 심어줬다.
지난해에는 한 연예인의 반려견이 이웃주민을 물어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다른 반려견이 주인의 아이를 물어 숨지는 사고와 밥을 주려던 주인을 문 사고 등 연이어 개물림 사고가 터졌다. 이로 인해 맹견의 기준을 강화하고, 개의 체고에 따라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필수로 해야 하는 등 다양한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동시에 이러한 사고는 반려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견주의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물보호와 복지가 주목받으면서 유기동물의 재입양과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에티켓 일명 펫티켓에 대한 논의가 거듭됐다.
앞서 말한 개물림 사고 외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간의 갈등은 빈번하다. 동물은 사람처럼 시간을 알 수 없고, 사람의 말처럼 발음이나 높낮이, 크기 조절이 안 되니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소리가 거슬릴 때도 있다. 공동주택이나 산책길에 만나는 동물들의 배설물은 불쾌감은 물론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한 번 문제를 일으킨 동물은 동일한 문제를 다시 일으킬 여지가 크다. 사람을 무는 문제견의 사살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의견도 이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문제견도 훈련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과 달리, 동물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애초에 사람이 동물을 통제한다는 개념도 동물과 사람은 동등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 유럽과 큰 차이다. 전통적 개념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문제동물의 개선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훈련한다면 행동의 개선은 물론 재입양도 충분히 가능하다. 서울시 광진구에서는 이 점에 주목했다.

# 문제동물의 변화, 우리동네 동물훈련사
광진구는 지난해 동물 관련 민원을 분석했다. 34%는 목줄 미착용, 배설물 미처리와 같은 동물 소유자 인식 부족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절반 이상인 56%는 소음이나 공격 행위 같이 훈육 미숙에 의한 민원이었다.
광진구는 지난 3월부터 ‘찾아가는 우리 동네 동물훈련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시행되는 이 사업은 신청을 받아 반려동물훈련사가 직접 희망자의 집을 찾아가 반려동물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광진구 주민으로 동물등록을 한 가구 중 유기견을 입양한 가구나 동물의 이상행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 동물 관련 민원이 발생한 가구를 우선으로 한다. 신청자가 많을 경우 주민의 안전을 위해 별도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맹견 사육 가구가 1순위, 유기견 입양가구가 2순위이며 3순위는 동물을 3마리 이상 키우는 가구다.
우리동네동물훈련사는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기 전 신청가구를 찾아 반려동물의 행동을 관찰한다. 이때 문제행동이 발견되면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훈련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주로 집에서 낯선 사람이 오거나 배변과 생활공간을 구분하는 행동교정이 진행된다. 교육 후 견주와 반려동물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두고 다음 교육이 정해진다. 
2차 교육은 이전에 받은 훈련을 통해 행동교정이 잘 됐는지를 확인하고, 집밖에서 산책을 하며 사람이나 동물을 만나면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교육이 끝난 후에도 광진구에서는 만족도 조사, 교육가구와 훈련사 간의 모바일메신저 등을 통해 추가교육 및 상담이 진행된다.
상반기에는 20가구가 신청해 교육을 마쳤다.상반기 우리동네동물훈련사 프로그램을 신청해 2차교육까지 마친 이계남 씨(중곡동)는 “평소 우리 강아지가 가진 잘못된 습관과 행동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고 식습관이나 배변, 보행 등이 개선됐다”면서 “산책길에 다른 강아지나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자제하고, 간식을 먹을 때도 기다리는 훈련 등을 통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박미영 씨(자양동)는 “이전에는 집을 싫어했는데 먹이놀이를 통해 따로 마련해둔 집을 들락거리기도 하고 잠을 자는 것은 물론 산책할 때 통제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내가 멈추면 같이 멈추며 방향제시에 따르는 등 강아지가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서 “교육을 통해 알게 된 팁으로 반려견과 바른 놀이와 산책이 가능해 굉장히 유익하다”고 말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자의든 타의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살면서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펫티켓은 꼭 필요하다”며 “우리 구는 앞으로도 이웃과 충돌 없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고 동물들을 보호하며 나아가 동물복지의 실현을 위해 더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 동물,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몇 년 사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가축’보다 ‘가족’으로 대우받는 동물들이 많아졌다. 주인에게 안겨 다니거나 미용, 염색으로 예쁘게 단장한 동물이 늘었다는 것으로 동물이 가족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것과는 다른 뜻이다.
동물의 종에 따라 다른 특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관리하고, 향후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하며, 동물이 아프면 치료를 위해 먼 길과 비용을 마다하지 않는 반려인이 늘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고성군에서도 반려동물산업에 관심을 갖고 단지화를 구상 중이다. 반려동물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는 물론 이에 따른 전문인력 양성, 사료 생산 나아가 반려동물의 장묘까지 전문성을 갖춰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군이 구상하는 펫산업육성사업에는 현재 예산상의 이유로 공고 기한 후 인도적 처리 다시 말해 안락사되는 유기동물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보호하고 관리, 필요한 경우 치료와 훈련을 거쳐 재입양을 목표로 하는 보호센터도 포함돼있다.
고성군 축산과에서는 최근 국민제안을 통해 길고양이 중성화 예산을 확보했다. 비록 모든 길고양이의 중성화와 관리가 가능한 정도는 아니지만 군 지역의 기관에서 이런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군 축산과 서종립 과장은 “고성의 지역적 특성상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반려동물의 보호 나아가 복지를 위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동물등록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것을 봐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과장은 “현재는 군 재정상 쉽지 않은 일이지만 향후 사업비가 확보된다면 유기견 입양가구의 중성화 수술비 지원 등도 충분히 고려해볼 사안”이라면서 “농장동물은 물론 반려동물 역시 이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만큼 관에서도 이에 발맞출 수 있는 시책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고성군 축산과는 동물도 사람처럼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아동기부터 동물을 접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교육기관 등과 연계해 군내 아동들이 동물을 가까이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동물의 바른 관리, 피해주지 않는 펫티켓 실천, 동물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에 군 축산과 관계자들은 동물을 관리하고 생활을 돌보는 반려인들의 교육 또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의견은 반려인이나 축산과 관계자뿐 아니라 동물 관련 산업 종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고성읍 서울동물병원 이창환 원장은 “진료를 보면서 점점 동물이 아닌, 애완견이 아닌 반려동물이자 삶을 동행하는 가족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특히 아동기부터 동물을 대하는 바른 방법을 위한 교육을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개념을 심어준다면 단순한 애완용 혹은 호기심에서 무책임하게 동물을 키우는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원장은 “반려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만큼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성숙한 반려동물문화, 동물복지를 위해 반려인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세계보건기구가 동물도 통증, 질병, 공포, 고통, 배고픔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내용을 봤다”면서 “물론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는 부분이지만 보다 나은 동물복지가 일반화된다면 분명 개선될 것이며 이러한 동물복지가 실현된다면 함께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됐는지 짚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작더라도 반려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 등을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더불어 살 수 있길 바라며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성은 전통적인 농업기반 지역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물은 농사를 돕거나 식용 혹은 재산으로 그 가치를 매겼다. 그러나 고성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재산이나 애완용이 아니라 가족으로 동물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동물의 보호를 넘어 복지 실현은 금세 이뤄질 수도 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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