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는 종합예술의 장
세상구경 다 모인 곳
영오장·당동장 옛모습 그대로
누가 사는 게 시들하고 맥이 풀리거든 장날 구경을 가 보라 했다.
고향 장날 하면 저마다 추억과 향수 등 사연 사연도 많을 게다.
지난 2월 주부 기자회 주제가 ‘내 고장 재래시장 풍경’이라서 마음 먹고 재래시장 기행을 해 보기로 했다.
우선 규모가 크기로는 고성읍 서외리에 매 1일, 6일에 서고 있는 고성장과 아직까지 맥을 잇고 있는 지역 장날로는 매 2일, 7일에 서는 영오면 영산리 낙안 마을의 영오장, 매 3일, 8일에 서는 거류면 당동리의 당동장, 매 4일, 9일에 서는 회화면 배둔리의 배둔장이 있다.
먼저 당동장은 시장터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기존 상가 거리에 노점 상인의 잡화, 지역에서 생산 되는 채소, 생선 좌판이 펼쳐지는가 했더니 선 듯 만 듯 파장이었다.
인구도 적잖은 면 소재지인 데도 가까이 고성장과 통영이 지척에 있는 탓일까 싶기도 하다.
영오장 가는 길은 굽이 도는 산길이다.
농장 시설 채소 재배단지인 영오면은 고성군에서 농가 소득이 제일 높은 면답게 들판이 은빛 물결이다.
영오 낙안재래시장이라는 간판까지 높이 걸려 있고 현대식 상가로 재 건축 했다.
규모는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춘 시장 풍경이었다.
동그란 장터를 중심으로 오순 도순 마주하며 앉아 있는 가게들과 노점상들이 차라리 정겹다.
그 장터에 동네 의원은 가게 옆 한 주택인양 가깝다. 오전 일찍부터 붐비는 곳은 의원의 따뜻한 물리치료실이다.
그 분들 뜸질 시원히 마치고 나시면 장날이 좀 장날 같을지...국밥집 할머니가 피우는 장작불에 마음 녹이며 돌아오는 영오 장날이었다.
배둔장은 규모만 봐도 회화면의 인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고성장 다음 큰 장이었다.
상설 시장인데도 장날이라고 모여든 노점상 들이 주택 골목까지 진을 친 게 장날다웠다.
한 상가 모퉁이에 전을 펼친 묘목들의 눈이 봄을 틀고 있었던 배둔장이었다.
고성장날은 서부 경남에서 알아주는 큰 재래시장이라고 들었다.
특히 가축시장은 주위 통영 거제에는 없다. 매 장날이면 타지에서 팔고 사려고 몰려 드는 농민들과, 지역 농민들, 거간꾼들이 고성의 새벽을 깨운다.
우시장이 형성되어 지금까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건 예부터 고성지역이 축산의 선두자 역할을 했고 바람 앞의 등불 격인 오늘의 축산 진흥의 맥을 잇기 위해 분투하는 농민정신이 있음을 본다.
고성의 해안이 청정지역이라는 이름답게 사철 싱싱한 해산물들이 풍성하다.
들 넓고 토질 좋은 고성들에서 나오는 농산물, 깊은 산의 산 나물, 약초 등 내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 시설 채소가 계절이 없고, 과일 또한 얼마나 품질이 좋은가…
적어도 고성장만큼 지역 특산물이 다양한 장도 없을 게다.
생산품이 다양하다 보니 시장에서 구입하는 도구들도 참 가지각색이다.
세상 구경 다 모인 곳 장날 풍경이라 했겠나 싶다.
아예 종합예술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지 싶다.
재래시장에서 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어느 장을 가봐도 곧 보따리 장사의 행렬이다.
몇 걸음 떼지 않아서 묘하게 색 다른 기운을 금방 느낀다.
사람 사는 맛이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다.
흥정이 있고, 덤이 있고, 그저 싸주는 듯한 떨이가 있는 곳이다.
밀어 부치며 떠맡기다시피 하는 상술에서, 서로 내 물건 사라 외쳐대는 구수한 재담에서 생의 열정을 읽는다.
시골에서 손수 키워 나오신 채소며, 나물거리를 놓고 앉아 계시는 노인분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고향 어머니의 인정에 빠져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재래시장의 멋을 어느 대형 매장에서 느낄 수 있겠나 싶다.
아쉬운 건 차츰 재래시장이 썰렁해진다.
물론 농촌 인구 감소의 원인도 있겠지만 줄줄이 들어서는 시설 좋은 대형 매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고 있음도 뺄 수 없으리라.
재래시장에서도 시장 살리기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 볼 일인것 같다.
농경사회였던 옛 그 시절엔 장날이면 새벽밥 지어 먹고 산마을, 들마을, 갯마을에서 아버지의 지겟다리에, 어머니 머리 위 보따리에, 한 장 동안의 사연 사연 이고 지고 모여들었을 이 장터!
마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헤어짐이 아쉬워 다음 장을 기약하고, 또 다음 장이 다시 섰을 이 장터!
대장간에서 잉거는 불빛에 농부의 봄이 바빠짐을 보고, 생선 전 비린내 속에서 뒤 따르던 향기! 히야신스 꽃수레 장사의 너스레가 생각나 피식 웃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