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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의 마음은 따뜻해야 한다 -폴란드·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연수기-④


이갑영(국제화재단상임이사) 기자 / 입력 : 2006년 03월 17일

. 몇 가지 낙수(落穗) - 타산지석의 교훈


 


1. 전체주의(全體主義)와 개인주의(個人主義)


이번 연수 중 아우슈비츠의 인상은 충격적이다. 인류의 역사가 투쟁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전체주의라는 나치 독재 망령의 그늘 아래 속절 없이 희생된 개인들, 죽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는 채 가스실로 인도되는 아녀자들의 눈동자, 누가 이들의 한 번뿐인 삶을 보상해 줄 것인가.


 


「서부전선은 이상 없다」는 보고 속에 오늘도 한 병사는 죽어가건만 그 절규는 들리지 않는다.


 


어디 히틀러뿐이랴.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도 그랬고,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그러하였으며, 오늘날 수 많은 독재자들도 쓰고 있는 탈만 다를 뿐 비슷하지 않는가.


 


진정한 역사의 발전은 무엇인가. 개인을 뛰어 넘는 전체주의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한다. 개인을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의 번영, 그것을 아우슈비츠의 영혼들은 웅변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2. 부자(富者)의 나라 검약정신(儉約精神)


우리가 밖에서 보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북구 3국은 잘 사는 나라이며 복지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는 부유하지만 개인의 삶은 검소하고 절약정신이 몸에 밴 듯하다.


 


아마도 이러한 정신은 프로테스탄티즘을 강조하는 루터교의 영향인 듯 하다. 술 먹고 2, 3차 가는 일도 거의 없다는 핀란드, 스웨덴 호수 연안의 전망 좋은 관광호텔 실내의 욕조(浴槽) 없는 사우나를 보면서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노르웨이 수상이나 장관들도 손수 운전을 하고 비행기도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며 수행하는 비서 없이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현지 설명을 듣고는 어느 정도 이해를 했다.


 


그렇다면 4만 불이 넘는 국가의 부를 어디에 쓰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세계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난민들이나 갑자기 태풍이나 지진 등의 재난을 당한 인류를 위한 성금 지원에 앞장 서고 있다는 것이다.


 


자국의 부를 타국과 함께 나누며 아픔을 같이한다는 사실은 진정한 인류애(人類愛)의 표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지혜


그들의 실사구시 정신은 오랫동안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추구해오면서 터득한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폴란드의 경우 사회주의를 경험하며 그 허구성을 완전히 파악한 이후에는 과감하게 자유민주주의를 수용하여 비약적인 발전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또한 핀란드는 러시아로부터 100여 년 동안 지배를 받았으면서도 자국에게 알렉산더 2세가 선정(善政)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독립 후에도 수도 헬싱키 중심 광장에 그의 동상을 보존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는 EU 공동체의 강력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산유국의 방대한 부를 바탕으로 EU 가입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지켜나가고 있다.


 


인구 450만 명의 소국이지만 그 당당한 자세가 부러울 정도다. 우리의 외교 관계는 역사적으로 명분(名分)과 실리(實利) 중 어느 쪽을 더 치중해 왔으며, 그 외교 자세는 어떠한가. 약자의 생존논리를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4. 지방자치단체 연합회의 역할


우리가 방문한 폴란드와 북구 3국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항상 피침의 과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중앙집권적 통치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며 지방자치는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에 처하였던 것이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자치단체연합회를 구성하여 약한 지위에 있는 자치단체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해 주고 국회를 통한 법령의 제정이나 대정부 로비를 위한 압력단체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친목적인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의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의 기능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들의 연합회는 중앙과 지방을 연결하는 중재자로서의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의 성숙을 위해서 그 북구 지방자치단체연합회의 기능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글을 맺으며


8 10일 동안 도약하는 폴란드를 비롯하여, 풍요로운 북구 3개국의 연수는 우리 일행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약소국 입장에서 1천여 회나 외침의 역사를 감수해온 우리나라가 피상적으로만 인식하던 이 나라들의 아픈 역사를 관찰하면서 독립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엿볼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지만, 왜 국가는 존재해야 하는가.


 


약소국의 설움은 어떠한 것 인가.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은 왜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물음을 던져 주고 있다.


 


고전인 채근담(菜根譚)에 의하면 “백해무익한 쥐를 위해서도 밥을 남겨 두어야 하고 귀찮은 불나방이 불에 타죽는 것도 안타까워 등을 켜지 않는다.


 


(爲鼠常留飯, 憐蛾不點燈: 위서상류반, 연아부점등)”이라는 말이 있다.


 


위정자의 마음은 그렇게 따뜻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공맹의 인()이며, 석가의 자비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인 것이다. 생각컨대, 같은 인간으로서 인간인 것을 배제하는 논리나 주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를 위한 최소한의 국가 공동체는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확신한다. 안에서만 아웅다웅하지 말고 밖에서 우리를 바라보자.


 


그리고 생존을 위해 긴 안목을 갖고 동이불화(同而不和)가 아닌 화이부동(和而不同)하자.                            <>

이갑영(국제화재단상임이사) 기자 / 입력 : 2006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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