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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농민의 행복입니다”

고성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 류명화 대표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5월 30일
ⓒ 고성신문

그녀는 뭐든지 척척이다. 억척스럽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는 섬세하고 따뜻하다. 봄볕에 가무스름하게 그을린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번진다. 류명화 씨는 연고도

없는 고성에 둥지를 튼 지 15년을 넘기고 있다.
“5월 들어서 아이들 공부방을 시작했어요. 고성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지요. 저는 앞치마 두르고 간식해주는 역할이에요.”



간식 아줌마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녀 뒤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즐비한 책장이 있다. 5월 중순에 시작한 여성농민센터 공부방은 학교가 파하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고 공작도 하고 현장학습도 한다.



“농촌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만큼 놀이문화가 발달되지 않았습니다. 학원을 가봐야 놀지도 못하는데 간식도 부실하고, 학습효과는 적으니 우리가 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보자 싶어서 시작했지요.”



류명화 씨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도시처녀였다. 동아대학교 원예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에 농활을 다니면서 농촌에 반해버렸다. 그때는 농촌의 삶이 이렇게 힘들고 고단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시절이다.



“농촌이 가진 공동체문화가 매력적이었지요. 도시사람이었던 제가 농촌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운명처럼 끌린 거지요.”



우연찮게 남편마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부산의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고성으로 내려와서 꽃농사와 하우스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녀를 시골로 이끌기만 했을 뿐, 그녀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농사를 시작하고 1년 후 IMF가 터졌고 애써 지은 농사가 헛수고가 됐다. 올해는 낫겠지, 하는 희망으로 시작한 농사는 여전히 엉망이었다. 그래서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대학시절 꿈꾸던 전원생활과는 다른, 현실세계의 농촌이 보였다.



“후회할 틈도 없었습니다. 후회해서도 안될 일이었지요. 제가 선택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하기를, 농촌의 여성들도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적 없이 시골생활을 시작했다면 분명 도시로 다시 나갔을 힘든 고비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힘든 산을 하나 넘고 나니 여성농민이 주체가 되고 주인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업이든 생활이든 간에 ‘여성’이 ‘여성’의 문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직적인 농민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농촌사회에서 여성이 가지는 지위나 권한이 다릅니다. 농촌은 아직까지도 주도권이 남성에게 있지요. 동등한 일을 하니 동등한 삶을 누려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누가 하는지, 그것에 따라 의미가 다른 일이지요. 여성 스스로가 나서야 하는 일입니다.”



말끝에 힘이 실렸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농촌여성의 현실은 열악했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왜 아무런 힘도 없이 살아가는지 답답했다. 그래서 농촌여성들 앞에 나섰다. 지금은 고성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의 대표를 달고 바삐 뛴다. 어쩔 수 없다. 여성농민의 일은 여성농민이 들춰내고 해결하고 힘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류명화 씨는 농업문제에 먼저 나서서 투쟁하고 도에서 주최하는 정책토론에 열심이다.



“시선이 변해야합니다. 아직까지도 여성의 지위상승을 불편하게 보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요. 여성들이 깨어야 합니다. 농사를 직업으로 보고, 그에 따른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는 그 일을 앞서서 하는 곳입니다.”



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민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비영리 정부위탁시설이다. 여성농민회가 없었다면 내실화할 수도 없었다.
FTA며 쌀값폭락이며 여러모로 농민이 죽어나는 세상이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전장에 나간 장수의 모습처럼 목숨을 걸고 싸웠다. 힘든 것도 몰랐다. 농촌현실은 언제나 ‘지금’이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농민을 위한 정책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농민을 위한 혜택은 없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여성농민들도 남성농민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합니다. 그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혜택입니다. 여성농업인이 행복해져야 우리 농촌이 행복해집니다.”
좀 전까지 농민 권익을 찾자고 힘을 주던 그녀가, 아이들이 도착하니 이내 표정이 달라진다. 엄마의 얼굴이다. 그녀는 오늘도 엄마의 얼굴로, 그리고 때로는 전장 앞의 장수의 얼굴로 여성농민의 권익을 위해 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종종종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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