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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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바리했더랬다. 다른 이들은 전부 임금님 수랏상을 준비했는데, 달랑 튀김 한 접시 내놓기가 마치 벌거벗은 마냥 부끄러웠다.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없이 복 두어 마리만 챙겨들고 간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웬걸, 결과는 동상이었다.
서울복집 여사장 강보연 씨는 경남향토음식경연대회에 출전하던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고,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다. 주최측이 기존의 요리사협회에서 음식업협회로 바뀌면서 고성의 음식업협회에서도 이전의 정보가 없었고, 보건소며 군 관계자들마저 정보가 없다 보니 준비가 제대로 되질 않았다.
“산청엘 가서 보니 다른 팀들은 전부 화려한 상차림을 미리 준비해왔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전시요리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으니 포기상태였지요.” 휘황찬란한 상차림들 속에서 그녀의 복튀김은 초라하기까지 했다. 향토재료를 이용해야하니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취나물과 방울토마토 정도. 취나물은 부각처럼 넓게 펴 튀기고, 복튀김을 빙 둘러 방울토마토로 장식했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복튀김이 완성됐다.
행운의 여신은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는 경남향토음식경연대회 향토음식 개인전 동상이었다. 강보연 씨가 10년동안 복집을 운영하며 체득한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 대도시에서 따온 브랜드가 아닌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걸고 체인점 셋을 거느린 서울복집으로 성장했다. 그녀가 운영하는 서울복집은 개업 이래로 단 한 달도 매출이 떨어진 역사가 없다. 그동안 가격도 딱 한 번, 3년 전에 1천원 올린 것이 전부다.
“고성은 알음알음 장사하지요. 가격을 올릴 수가 없어요. 다른 해장국보다 복국이 비싸기도 하고, 지역에서 장사하는 건데 가격을 크게 올릴 수야 있나요.”
장사하는 사람 치고 돈에 욕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만, 그녀는 손해를 보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음식을 내놓는 것을 철학으로 여긴다. 그녀가 끓여낸 복국물을 한 숟가락 넘기자면 가슴 속까지 시원하고, 머리가 개운해지면서 “어~좋다~”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전날 밤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들이켰던 고성군내 최고 술고래라 해도 그녀의 손맛을 보면 술기운이 싹 달아난다. 잡냄새도 없고 조미료가 내는 느끼한 맛도 느낄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정직한 맛이 성공의 요인이었습니다. 좋은 재료를 쓰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해 맛을 내는 대신 복어와 콩나물, 갖은 채소와 시원한 육수로만 맛을 내 담백하고 깔끔하지요. 맛을 파는 일은 정직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그녀는 복집을 운영하는 10여년 간 한 번도 화학조미료로 맛을 낸 적이 없다. 그런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복튀김이었으니 생긴 건 다른 이들의 요리보다 조금 뒤쳐질지 몰라도 그 맛이 가히 천상의 맛이라, 심사위원들도 전시작품이 없는 것을 감안하고도 그녀의 음식에 손가락을 치켜들 수밖에 없었을 게다.
“올해는 정보가 제대로 없는 상태였으니 리허설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재도전하면 복요리를 풀코스로 준비해 확실하게 승부를 보고 와야겠지요.” 강보연 사장의 마지막 말에 문득 내년 최우수상은 그녀의 것이라는 확신이 스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