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최근 이학렬 군수가 미국 유학을 희망하는 군내 13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모아 놓고 교육프로그램 운영계획을 설명하 는 자리에 참석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갔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이 군수의 발언을 요약해 본다.
“서울에 가 본 사람하고 안 가본 사람하고 싸우면 누가 이깁니까?” “미국 유학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고성신문에 났다고 하는 데 나는 읽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미국생활을 해 본 사람입니다. (고성교육발전위원회 상임이사를 지칭하며) 지난번 미국 갔을 때 내가 UT 출신이라고 하니까 대단하다고 그러지 않습디까? 그 때 상임이사도 내가 좋은 대학 나온 것 처음 알았지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이 군수의 미국 생활이나, 그가 좋은 대학 출신이라는 데 대해서는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날 이 군수의 ‘말씀’은 또다른 논란을 불러 올 소지가 높아 보였다.
그가 들먹인 특정 언론사(고성신문사)의 직원으로서 느끼는 불쾌감이나 난처함은 논외로 하겠다. 그렇지만, 군민들의 수장인 군수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쏟아낸 발언들은 지역민들의 여론을 도외시한 것이어서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의 가장 소중한 자질과 덕목은 학력이나 학벌이 아닌 인성과 능력이라고 한다면 무리일까?
언론은 기자 개인의 생각과 판단을 일방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며, 특히 지역신문은 일종의 주민 여론을 전달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독자와 주민들의 생각과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고성신문도 예외일 수 없다.
고성신문은 또 군정에 대한 독자나 군민들의 상반된 이견을 풀기 위해 각종 기고나 칼럼 등을 통해 군정의 지표와 방향을 제시해 오고 있다. 지역발전과 군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또 이를 반영한 군정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날 이 군수의 발언은 대다수 지역여론을 무시한 채 자신이 원하는 것만 듣고 보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전에 이 군수는 또 미국 유학과 관련한 설명회 자리에서 한 학부모가 “미국 유학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불안하다”고 말하자 “무조건 군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답변했다.
우리 아이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려는 데 군수만 믿고 따라오라니……. 제3자인 기자도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해당 학부모는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이 군수가 자신의 미국 생활과 학벌을 바탕으로 독선과 아집을 드러낸 것으로 비춰지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고성은 그 어느 때 보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 중심에는 미국 유학이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자녀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 유학의 전 과정을 하나라도 꼼꼼하게 따져 보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군수는 학부모들의 이 같은 심정을 충분히 헤아려야 할 것이다. 이 군수의 말대로 군수만 믿고 따라가 승승장구 한다면 더 바랄것이 없다. 군민 모두가 고성군의 미국 유학시책이 성공을 거둬 고성교육에 일대 혁명이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 고성지역에서 들끓고 있는 상당수 주민과 학부모들의 염려가 기우(杞憂)에 그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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