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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특별한 시선을 감내해야하는 사람들. 각박한 세상, 저마다의 욕심으로 우리의 마음에서 저만치 멀어져있는 장애인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있다. 이어지는 경기불황 때문에 사회복지단체에 닿는 사랑의 손길이 줄고 있지만, 주순애원 원장 김이일 목사는 뜨거운 마음 하나로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 장애인들의 사회복귀, 사랑이 필요합니다
“날씨보다 더 매서운 경제 한파 때문인지 후원금이 20% 정도 줄었습니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장애인들의 사회복귀 프로그램 운영보다도 그들의 생활을 당장 걱정해야할 것입니다.” 주순애원 김이일 원장은 목회자이기에 앞서 공동체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의 아버지다. 그는 겨우살이가 걱정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독지가들의 후원금이나 사회 각계의 물품 등의 도움이 많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따뜻한 손길이 줄고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래서야 장애인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일들은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김 원장의 주름은 깊어진다. 주순애원은 단순히 장애인들의 공동생활공간 혹은 주야간 시설이 아니다. 2005년 사회복귀시설로 등록된, 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재활시설이다.
김이일 원장은 장애인들 역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치면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근로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순애원에서는 직업재활과 사회재활 등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운영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웃의 관심과 사랑이다. “주순애원은 사회복귀시설 정신장애인 생활 공동체입니다. 우리 원은 정신장애인들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위해 전직원이 합심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많은 관심과 격려는 장애인들에게 있어 사회에 복귀하는 힘과 용기가 됩니다.”
김이일 원장은 “장애인들이 사회적응훈련과 재활훈련 등을 통해 목회자의 길을 걷거나 일반인과 매한가지로 직장을 구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주순애원은 장애인들에게 재활의 희망과 의지를 심어주고 인권의 자주성을 키워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로 나가는 대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봉사정신
아무리 사랑과 봉사가 몸에 밴 김이일 원장이라고 해도 힘든 일이 왜 없었겠는가. 몇 해 전 주순애원의 장애인들과 함께 대중목욕탕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남녀장애인들을 각각 목욕탕에 나눠 들여보내놨는데, 장애인 한 명이 사라져 김 원장이 찾아 나선 사이 일이 발생했다. 남자장애인 한 명이 목욕탕엘 들어가 큰일을 본 것. 하필 이 광경을 목욕탕 주인이 보고 주순애원에 전화를 해 “정신도 온전치 못한 사람들을 인솔자도 없이 목욕탕에 중구난방 넣어놓으면 어쩌냐”며 항의를 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이 소식을 듣고 주인에게 사죄한 뒤 급한 마음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맨손으로 변을 허겁지겁 치웠다. 이 모습을 보고 감동 받은 목욕탕 주인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원생이 저지른 일인데, 그 주인분께는 얼마나 큰 피해였겠습니까. 그렇게 선한 마음으로 용서하신 주인장이 더욱 큰 사랑을 가진 분이지요.” 참으로, 뼛속까지 사랑으로 똘똘 뭉친 김 원장이다. 그런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가슴이 먹먹하도록 따뜻한 순간도 있었다. 다른 복지단체의 봉사활동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중년의 여성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생필품과 김치를 복지단체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슬쩍 가서 물어보니 봉사하는 그 여성들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두산중공업에서 청소부 일을 하며 스스로도 생활고를 겪는 마당에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생활비의 일부를 털어 후원한 것이었다. 김 원장은 “비록 자신이 어렵더라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모습에 감동 받아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봉사의 마음을 먹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조금 어렵다 해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과 콩 한 쪽을 나누는 마음, 내가 가진 조금의 사랑을 이웃에게 베푸는 것, 그것이 봉사와 사랑,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 소규모 복지단체일수록 사회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은 어쩔 수 없는 이치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와 같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적용된다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김이일 원장은 장애인복지시설도 이와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고 말한다. 규모가 크고 살림이 큰 복지단체는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되고 작은 단체는 소외된다고 했다. “행정과 지역사회는 이런 현상을 직시해야 합니다. 작은 복지단체에도 관심을 기울여 더 많고 안정적인 지원을 통해 복지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순애원의 경우 장애인들의 인원수에 비해 식당과 프로그램실 등이 협소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원장은 장애인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함께 식사하고 놀이를 즐기며 재활훈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김이일 원장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무지하던 시절에는 정신병자라며 손가락질 하고 피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그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장애인들은 생각하는 것이 조금 다를 뿐,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들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서는 도움의 손길,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봉사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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