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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있다 ”

고성한옥학교 대목장 박장재 선생
황수경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1월 03일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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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부터 적금 붓지 마라”는 말과 함께 강릉행
한옥은 산술적으로 증명 안되는 지혜·슬기의 보고


 


“먹고 살려고 시작한 일인데 하다보니 한옥에 점점 빠져들게 됩디다.”
흔히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전통문화들이 하나 둘씩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보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문화재청이 인정한 목수 중의 목수, 대목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박장재(54) 선생.



그는 20대 초반 군대 제대 후 이렇다 할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던 중 사촌형으로부터 목수일을 제안받고 건축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때만 해도 결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전통가옥을 내 손으로 복원하고 지켜가겠다는 거창(?)한 사명감 따위는 생각 조차도 못했다.
“그런데 말이다. 연장 이름도 모른 채 몇 년을 공사판에서 뒹굴다보니 조금씩 건축에 빠져들게 되고 그 다음 한옥을 보수하고 짓는데 따라 다니다 보니 한옥 속에는 양식건축과는 견줄 수 없는 우리 조상들의 엄청난 지혜가 담겨 있는 거라.”



그 길로 같이 일하던 동료 한 명과 강원도로 한옥을 배우러 간 장재.
물론 당시 갓 제대 때와는 달리 이제  그 판에서는 목수로 제법 인정받고 있던 터라 쉽게 그 일을 접고 한옥을 공부하러 나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 만은 아니었다.
보수부터 차이가 났던 것이다.



한 달 일해서 생활비 제하고 꼬박꼬박 저축까지 했으니 아내가 쉽게 허락할 리 없었다. 게다가 한옥을 공부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서 그동안 벌어 놓았던 얼마간의 돈마저 수업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나이 굳은 결심을 어찌 꺾을 수 있었겠는가.
“이번 달부터 적금 붓지 마라”는 말과 함께 강원도 강릉으로 훌쩍 떠난 장재.
그는 강릉서 문화재보수 공사 현장과 한옥보수 현장 등을 두루 돌아다니며 전통건축양식을 온 몸으로 익혔다.
또 한옥에 조예가 깊다는 사람이면 노소를 불문하고 직접 찾아가 가르침을 받기를 수 년.
그러니까 밤낮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낮에 현장에서 일했던 것은 반드시 머릿속에 담았다가 그날 저녁 밤이 깊도록 도면으로 옮겨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 도면 또한 몇 날 며칠을 두고 톺아보기를 반복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옥분야의 대목장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한옥은 산술적으로 증명이 안되는 엄청난 지혜와 슬기가 담겨있다”고 말하는 그는 “한옥 한 채를 허물 때는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 신경 하나하나까지 그 구조에 몰입된다”고 한다.



“왜냐고?”
“집마다 구조가 다르고 당시 집을 지었던 그 목수의 기술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배워야 하고 체득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
“한옥 한 채를 허물거나 보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교과서 한 권, 참고서 한 권을 통째로 머릿속에 넣는 거나 다를바 없거든.”
이렇듯 한옥, 즉 우리의 전통가옥에 푹 빠져 더 이상 헤어나오지 못할 즈음 그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문화재보수 공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게 된다.
강릉 선교장 오죽헌 통영 세병관 충렬사 용화사 무첨당 경주 향단 러시아공관 약천사 정동진 팔각정 등 수 많은 문화재를 보수하거나 새로 건축하는데 동참했다.



가까이에는 옥천사 보장각을 비롯, 남산정 건축에도 그의 손길이 닿았다.
가장 최근에는 고성읍 우산리 상촌마을에 웅장한 위용을 드러낸 영천이씨 재실을 지었다.
영천이씨 재실 완공 후에는 문중 어른들로부터 “역시 장인의 솜씨는 어딘가 다르다”는 극찬과 함께 감사패까지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값진 인정 뒤에는 장재의 끊임없는 관심과 수고로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손길이 한 번 닿았던 건물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애착과 집착을 한다.
건물이 완공되면 짧게는 2~3일에 한 번, 길게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반드시 그곳에 나타난다.



“전부 목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날씨나 온도에 따라 뒤틀림이 생기고 균열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그는 이러한 현상이 생길 때마다 그때 그때 다양한 처방으로 막는다.
그는 “집이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면서 거처하는 사람이 편하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면서 “거기에다 아름다움과 견고함까지 더해지면 최고의 안식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말하는 최고의 안식처를 설계하고 짓기 위해 장인으로서 최고의 직책인 지금의 대목장이란 명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대패질을 멈추지 못한다.



지난 2008년 그를 따르는 몇몇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상리면 동산리 고개마루에다 한옥학교를 짓고 지난해부터 본격 전통한옥 교육생 배출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인근 거제 사천 등지에서 한옥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시간을 쪼개어 한 달음에 달려오는 자들이 몇 된다.
그 옛날 장재, 그가 그랬던 것처럼.



“제가 듣고 보고 배운 기술이나 경험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전수하려 애쓴다. 현장에서 하는 일은 나이들면 어려워 지는 법이니까.”
한옥학교에서는 구들 놓는 법, 흙벽 쌓기, 대들보 치목, 서까래 얹는 법, 결구방법, 나비장, 주먹장, 삼문 창살 설치, 도면작성 등 한옥의 기본에서부터 한옥 한 채를 완성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공부한다.
초급과정은 4~7주, 중급과정은 4~8주, 고급과정은 6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얼마전까지 각 과정별 수강생들이 수료증을 받기도 했다.
“나무는 위, 아래, 등, 배, 안쪽, 바깥쪽이 있다. 순리대로 세우지 않으면 집의 생명은 없는 것”이라고 단언하는 장재.
그는 “전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 속에는 조상의 얼과 숨결이 배어 있는 아름다운 전통이 부지기수다”며 묵묵히 우리의 전통을 지켜갈 것을, 아니 거스르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황수경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11년 0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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