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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용(거류면 용산리)
농민들에게 2005년은 ‘아픔의 해’로 기억된다. FTA쌀협상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제는 물밀 듯 밀려올 수입쌀만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거대한 태풍이 몰아닥친 농업은 서서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망연자실한 농민들의 절망적인 목소리를 들어본다.
“뼈 빠지게 농사지어 봐야 남는 건 빚뿐입니다.”
부농을 꿈꾸며 20대 젊은 시절 농업에 뛰어든 이호용씨(43·거류면 용산리)는 요즘 창고에 쌓여있는 볏가마를 보면 절로 한숨만 나온다.
고성에서 벼농사 많이 짓기로 손꼽히는 이씨는 4~5년전부터 농업기반공사로부터 남의 논을 임대하기 시작해 현재는 자신이 소유한 논을 합쳐 모두 8만여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부농의 꿈도 잠시. 지난해부터 농업계에 불어 닥친 시장개방 압력은 결국 지난 11월 믿었던 정부마저도 손을 놓고 말았다.
“어려운 농촌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한 가닥 희망인 쌀농사에 승부를 걸었는데, 정부의 수입개방 정책으로 이제는 그 희망도 무너진 지 오랩니다.”
이씨는 정부의 무책임한 쌀시장 개방으로 부푼 꿈이 한순간 무너져 내렸다고 하소연했다.
그도그럴것이 그가 지난해 벼 4천여가마를 수확해 벌어들인 수입은 2억원지만 막상 논 임대료와 생산비 등을 재외하고 손에 쥔 건 불과 6천여만원.
이마저도 농협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일부 갚고 나니 지난 1년 생활하기도 빠듯할 정도였다고.
이런 판국에 올해는 공공비축제 도입에 따라 매입물량이 줄고, 수매가마저 크게 떨어져 생산비나 건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반평생 쌀농사만 짓고 살았는데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지니 모든 걸 포기하고 남들처럼 대도시로 떠나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전형적인 농업군이라는 고성에는 언제쯤 희망의 싹이 움틀 수 있을지 정말 암담합니다.”
모든 농민들의 마음이 그의 말처럼 불안한 심정이겠지만 그래도 그는 일손을 놓지 않는 채 흥겹게 풍년가를 부를 고성농업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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