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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평호(전 고성부군수)
지난 11월 23일 쌀 협상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쌀 시장을 더 개방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의 양은 매년 늘어나 2006년 24만6천 톤이 2014년에는 40만9천까지 늘어 우리 쌀 소비량의 8%대를 외국쌀이 차지하게 된다.
일반 소비자 시판물량도 2006년 3만4천 톤에서 2014년 12만3천 톤까지 확대되어 내년 3월부터 우리 주변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수입쌀이 과자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가공용과 주정용이었는데 내년부터 수입되는 쌀은 곧바로 우리들의 밥상에 오른다. 이는 밥쌀의 전면적인 경쟁을 의미한다.
특히 쌀의 생김새가 우리와 비슷한 중-단립종으로 일본의 ‘그시히카리’ 등은 품질 면에서 우리 쌀과 거의 비슷하거나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들 역시 수출품이기에 자국 내에서도 좋은 품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의 생김새나 색깔이 좋다고 해서 좋은 쌀만은 아니다. 지난해 작물감정원이 우리 쌀과 각국의 품질 좋은 쌀로 밥맛을 비교해 본 결과 우리 쌀, 일본 쌀, 호주 쌀, 중국 쌀 등의 순이었다고 한다.
모름지기 우리 땅에서 생산된 쌀을 금수강산의 맑은 물로 지은 밥이 우리의 식성에는 궁합이 맞는 법이다.
일찍이 사상의학의 대가인 이제마 선생도 ‘양생법’을 설파해 체질에 알맞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최고의 보양이요 건강관리법이라고 해서 이것이 흔히 요즘 우리가 말하는
‘신토불이요 참살이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농경문화는 우리산업의 근간
최근 소비자 단체인 한국생활협동연합회가 우리 쌀 먹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애초 농경문화로 시작된 우리 경제의 근간이었던 쌀 산업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신선하게 여겨진다.
‘값싼 수입농산물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 땅에서 생산한 건강한 농산물을 반드시 먹겠습니다’라고 회원들 자신부터 다짐하며 거리로 나선 이들은 대국민 서명운동과 함께 “값싼 수입쌀의 소비자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준비가 되지 않은 국민들은 쌀 가격으로만 선택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농업의 사회적 환경적 민족적 역할에 대해 공감대를 넓혀 8%의 농민을 92%의 국민이 지켜내는 사회약속을 해야 한다”며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설득하는 모습은 우리 것을 지키겠다는 진정한 애국자의 모습이었다.
단군조선 이래 외세의 침략을 받을 때마다 단일민족의 정체성을 살려 우리말 우리글 우리제품을 잃지 않으려고 똘똘 뭉쳐 대처해 온 한 민족의 열정이요 기질이 아닌가.
이제 농업인과 정부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이 국제관계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쌀 산업의 대응책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할 때다.
우선은 수입쌀에 대한 정부의 역활론이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우리 쌀값이 국제 쌀값보다 4~5배 비싸다고 하지만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하는 수입이익기금 부과제도를 적용하여 일반소비자에게 시판되는 쌀에 수입이익기금(MARK-UP)을 부과토록 해 국내 쌀과의 가격 차이를 줄여나가는 정책을 적극 채택해야 한다.
농촌 경제연구원의 2006년 수입쌀 가격산정결과를 보면 20㎏기준으로 미국산이 4만3천400원, 중국산이 4만1천100원으로 이는 우리 쌀의 시장가격 4만1천800~5만3천700원 수준과 큰 차이가 없어 충분히 시장경쟁에서 승산을 찾을 수 있다.
정책에 좌고우면 할 겨를이 없을 뿐더러 시대조류에 걸맞는 신 농정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농촌 농업의 구조를 개선할 곳은 개선하고 체질변화가 필요한 곳은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운동을 시켜 이 기간에 반드시 선진국 농업의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래서 향후 10년간의 119조원의 투자는 과거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급조된 정책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100조원이 오히려 농촌농업의 자생력을 잃게 하고 농가의 빚만 10년 전 보다 2.5배 늘어나게 한 누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농업경영인 서로가 융합 할 때
이제 농업경영인도 보다 전문성을 살리되 뜨거운 가슴을 경쟁의 역량에 쏟을 때다.
피폐해 지고 있는 농업-농촌이 과연 정부의 잘못에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난 2004년 UR 협상으로 개방을 무조건 미루는 동안 현실에 너무 안주해 버렸던 것은 아니었는지, 지난날을 냉철하게 반성해 보고 10년 뒤에 쌀을 비롯한 농산물의 전면 개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매일매일 고민하며 스스로도 대안책을 모색해 보자.
그리고 ‘농업경영인’이라는 전문가 답게 보다 체계적이며 다원적인 대책을 정부에 제안하고 반영을 촉구하는 것이야 말로 농업경영인으로서의 권리이자 책무가 아닌가.
지난 11월 27일 충남 금산에서의 한국벤처농업인 1천여명의 페스티벌에서 이들이 다짐한 ‘한국 농업희망 선언문’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우리 농업인 스스로가 체질 변화를 추구하고 소비자에 사랑과 신뢰를 확보하여 농업을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 농촌-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보았기에 농촌에 사는 한 사람으로 ‘농촌-농업 재건’에 적극 참여해야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