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시행한지 5개월이 지났으나 질낮은 사업과 상품권 사용 제는 여전히 불만요인으로 남아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6개월간 시행되는 2009년 희망근로사업은 이달 말까지 종료일을 20여일 앞둔 시점이지만 단순노무, 중도포기, 상품권 사용 등 각종 문제점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고성군은 지난 6월부터 총 사업비 19억7천200만원을 투입해 289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군내 각 사업장에서 희망근로사업을 시작했다. 희망근로 참여자에게는 1일 3만3천원(교통비 1일 3천원 별도 지급)의 임금이 지급되는 한편, 이 중 30%는 상품권으로 지급됐다.
그러나 적은 임금, 단순한 노동 등으로 중도 포기자가 10월 말 현재 12명이 발생했다. 중도 포기 이유는 참여 연령대별로 다르지만 여성노년층은 뙤약볕 아래서 잡초를 뽑는 등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업무에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반면, 남자들은 단순 업무에 회의를 느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군에서 시행하는 산불예방 단속요원으로 새 일자리를 찾아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망근로 참여자들은 보수의 일정 부분을 대체적으로 지급하는 희망근로상품권에 각종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보수도 적은 마당에 사용하기 어려운 상품권을 굳이 지급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 군내 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곳은 360여곳에 이르지만 고령자가 대부분인 희망근로 참여자들이 일일이 가맹점을 돌아다니며 상품권을 소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모(69)씨는 “상품권을 쓰기 위해 일부러 가맹점을 찾아가야 한다”며 “상품권 쓰는 일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처럼 희망근로 상품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가자 일부에서는 민간단체를 비롯한 각 사회봉사단체가 참여해 상품권 나눔운동을 벌이자는 제안도 내 놓고 있다.
이모(57)씨는 “희망근로 참여자들은 대부분 노령이어서 상품권 보다는 현금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임금을 받으면 병원비로 지출되는 돈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병원에서는 상품권을 받지 않으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군내 각 사회단체에서 이들의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희망근로자 289명 중 60세 이상 노인층이 212명에 이르고 있다. 군에 따르면 현재 희망근로 참여자 중 업무상 사고를 당한 사람은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산업재해보상처리를 할 수 있는 중대형 사고만 집계됐을 뿐 실제로 벌에 쏘이거나 낫 등 도구에 의한 사고는 심심찮게 일어나지만 이러한 부상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희망근로 참여자는 희망근로 4대 랜드마크사업, 고성군 대표사업, 시·군 특화사업, 기타 사업으로 나뉘어 사업장에 투입된다. 그러나 희망근로 참여자 대부분이 전문기술이 없는데다 노령이다보니 단순 노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쓰레기 줍기나 풀 뽑기, 불법 벽보 제거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몇 달 째 이러한 사업이 반복되는데다 그나마 기온마저 내려가다보니 이제는 더 이상 할 일이 마땅치 않아 관리감독 관계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관계자는 “희망근로 참여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고민거리”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나마 최근들어서는 읍면 경로당, 독거노인 세대 등 집 청소를 비롯, 장판, 도배 작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올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11월말에 끝나면 내년에는 3월부터 6월까지 시행된다. 행정안전부는 올 수준의 40% 선에서 사업비는 8억원을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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